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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고객 동의없이 개인신용정보 빅데이터에 활용 추진 논란

등록 2015.06.05 19:47수정 2015.06.05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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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금융위원회(아래 금융위)는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의 동반성장 토대를 구축하기 위한 '빅데이터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아래 '신용정보법 시행령') 개정 및 유권해석을 통해 비식별화한 정보는 보호대상인 개인신용정보에서 제외함으로써 금융회사들이 이를 빅데이터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현행 '신용정보법'에서 개인신용정보는 비식별화 여부와 무관하게 보호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는 빅데이터·핀테크 산업 활성화라는 미명하에 무분별하게 관련 규제를 풀려 하고 있다.

빅데이터? 개인정보 비식별화?

금융위의 이번 계획의 핵심에는 개인신용정보의 '비식별화'가 자리잡고 있다. 비식별화의 목적은 거대한 개인정보를 빅데이터에 활용하기 위해서이다.

Big Data 빅데이터는 불확실성, 리스크, 스마트, 융합 등 미래사회의 특성에 대응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기회요인을 창출하는 핵심 엔진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Big Data 빅데이터는 불확실성, 리스크, 스마트, 융합 등 미래사회의 특성에 대응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기회요인을 창출하는 핵심 엔진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 경실련


빅데이터는 무엇인가? 일반적인 기술로 저장, 관리, 분석이 어려울 정도로 큰 규모를 가진 데이터를 의미하고, 최근에는 데이터를 통하여 원하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여부로 빅데이터를 정의하고 있다. 빅데이터는 미래사회의 가치창출 엔진으로 평가 받으며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 관련하여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보호법령에 따라 개인정보를 수집, 이용, 제공하는데 정보주체의 동의를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고 목적적합성에 따라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해야 한는데, 빅데이터의 활용은 이에 배치된다.

그래서 정부가 내놓은게 비식별화라는 개념이다. 비식별화라는 용어는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가 '빅데이터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 발표 때부터 등장했다. 외국에도 없는 생소한 용어가 등장한 것이다.


비식별화란 정보에 포함되어 있는 개인정보의 일부 또는 전부를 삭제하거나 다른정보로 대체함으로써, 다른정보와 결합하여도 특정 개인을 식별하기 어렵도록 하는 일련의 조치를 의미한다. 하지만 재식별화 되어 개인을 특정지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대안이라고 할 수 없다.

'개인정보 보호는 모르겠고'... 정부의 묻지마 산업육성


듣기만 해도 어려운 문제들이고, 개인정보 이슈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만큼 빅데이터 관련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러한 문제제기를 무시하고 행정권을 남용하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개인정보 보호를 포기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사회적 합의와 대안모색을 고려하지 않고, '신용정보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정부가 의도하는 대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최근 국회법 개정 논란의 상황 속에서 정부가 개인정보 보호를 목적으로 제정한 '신용정보법'의 취지에 반하고, 나아가 시민들의 요구와 의지에도 반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시민과 법을 제정한 국회를 무시하는 행태에 불과한데도 거침이 없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와 진보네트워크센터는 비식별화를 명분으로 개인정보를 빅데이터에서 무분별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은, 향후 발생할 수밖에 없는 금융소비자들의 개인신용정보 유출 피해를 방치하는 것에 불과하고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피해를 여러 법 경험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에 ▲'신용정보법 시행령' 개정 계획 중단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 운영에 따른 개인신용정보 보호 대책 마련 ▲빅데이터 산업을 활성화 하더라도 금융소비자들의 '실질적인'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최우선 가치를 소비자들의 개인(신용)정보 보호에 두고, 창조경제와 산업육성에 눈이 멀어 무분별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에게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각종 법령들은 빅데이터 활용을 가로막고 있는 제약사항이 아닌, 소비자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이를 망각한 채 규제 완화에만 치중할 경우, 심각한 사회적 혼란과 소비자 피해를 야기할 것이라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빅데이터 활용? 거부합니다

사실 문제의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목적에 부합하게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것이다. 특정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제공동의한 내 개인정보를 그 특정서비스에 맞게끔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기업은 빅데이터에 활용하고 싶으면 초기에 빅데이터 활용에 관한 내용을 정확하게 고지하고 동의를 받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만 한다. 또한 내 개인정보를 빅데이터 활용에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만 한다. 이러한 기본 안전장치들이 마련돼야만 산업 역시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빅데이터의 활용이 유행하고 있고, 고부가가치 사업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미 1억건이 넘는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건, 가입자 대부분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KT 사건, 홈플러스의 고객 개인정보 불법 유상판매 사건 등을 경험한 시민들에게는 그러한 경제활성화가 우선가치가 아니다.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활용되고 이로 인해 범죄에 노출되지 않고 스팸 등 직접적 피해를 받지 않는 것이 시민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정부는 시류에 편승하려고 앞으로만 나갈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명확히 파악하고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대안을 제시해야만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노력이 전무하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개인정보와 관련해서 정보주체로서 권리를 침해 받고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

○ 편집ㅣ최유진 기자

#금융위원회 #빅데이터 #신용정보법 #국회법 #경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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