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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국민감독' 김인식, 어떤 카드 뽑을까

KBO 사무국, 김 기술위원장을 '2015 프리미어 12' 감독으로 선임

15.06.29 17:22최종업데이트15.06.2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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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가 종료되는 직후 일본과 대만에서 공동 개최되는 2015 프리미어 12 대회에 출전할 국가 대표팀 감독이 선임되었다. KBO리그 사무국이 선임한 인물은 "국민감독"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이다.

KBO리그 사무국은 29일 김인식 기술위원장의 대표팀 감독 선임을 발표하면서 현실적 여건을 고려했음을 밝혔다. 규정상 국가 대표팀 감독은 대회의 개최 시기를 기준으로 전년도 한국 시리즈에 진출한 팀의 현역 감독이 맡게 되어 있었으나 그러기엔 현실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2015년 11월에 열리게 되는 프리미어 12 대회를 준비하는 대표팀의 감독은 2014년 한국 시리즈에 진출했던 삼성 라이온즈의 류중일 감독이나 넥센 히어로즈의 염경엽 감독이 우선 순위로 선임 대상에 오른다. 같은 원칙에 의하여 2013년 제 3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 감독은 각각 2012년과 2013년 한국 시리즈 챔피언이었던 류중일 감독이 맡았다.

돌아온 "국민감독" 김인식

그러나 이번 프리미어 12는 11월 8일부터 열린다. 일본과 대만이 공동 개최하는데, 대한민국은 개최국 일본과 함께 B조에 속해 있다. 게다가 대회 공식 개막전은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리는 개최국 일본과 라이벌 대한민국의 경기로 열린다.

개막전부터 한일전으로 열리는 만큼 관심도 집중되어 있고, 그 만큼 부담도 커지게 되었다. 그런데 KBO리그는 10구단으로 확대된 올 시즌부터 정규 시즌 경기가 일본프로야구와 같은 144경기가 되었다. 일본의 포스트 시즌은 각 리그에서 3위까지 참가하여 각 리그 별로 두 단계의 라운드를 치른 뒤 각 리그 챔피언이 된 두 팀이 재팬 시리즈를 치른다.

KBO리그에서는 정규 시즌 4위와 5위의 와일드 카드 시리즈가 신설되면서 포스트 시즌 라운드만 해도 무려 4단계나 된다(와일드 카드 시리즈 → 준플레이오프 → 플레이오프 → 한국 시리즈). 일본과 정규 시즌의 길이가 같지만 포스트 시즌이 길기 때문에 대회를 준비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다.

게다가 KBO리그에는 우천 순연된 경기들을 다시 편성하여 치르는 잔여 경기가 일정에 변수로 작용한다. 자칫 일정이 늦춰질 최악의 경우 한국 시리즈 일정은 프리미어 12 1라운드 일정과 겹칠 수도 있다. 사실상 현실적으로 전년도 한국 시리즈 진출 팀이었던 삼성과 넥센이 올해에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경우 현실적으로 소속 팀과 대표팀을 모두 맡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행히 KBO리그 사무국에서는 작년 이사회에서 대표팀 감독 선임 문제에 대해서 대안을 열어 놓았던 상태다. 규정에 있는 우선 순위로는 한국 시리즈 진출 팀 감독이 맡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이 규정을 적용하기 어려울 때에는 KBO리그 총재(현 총재 구본능)가 직권으로 대표팀 감독을 선임할 수 있다는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번 대표팀 감독 선임은 현실적인 이유로 인한 규정 예외의 첫 번째 사례가 되었다. 일단 KBO리그는 규정에 의거하여 류중일 감독과 염경엽 감독에게 대표팀 감독을 먼저 요청했다. 예상대로 올해에도 포스트 시즌 진출이 유력한 상황인 삼성과 넥센의 두 감독은 시즌 일정을 이유로 대표팀 감독을 정중히 고사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염경엽 감독은 원칙적으로 류중일 감독이 우선 순위이지만, 현실적으로 선임이 힘들어질 경우를 대비해 대표팀 감독 경력이 상대적으로 많은 김인식 감독을 추천했다. KBO리그 사무국에서도 재야에 있는 몇몇 감독들을 물색하던 상황이었다.

결국 구본능 총재는 김인식 기술위원장에게 감독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고, 그가 며칠 고민한 끝에 감독 수락 의사를 전달하면서 감독 선임이 확정되었다. 그는 2001년 두산 베어스 감독 시절에 당시 김응룡 감독이 지휘하던 삼성 라이온즈를 꺾고 소속 팀을 한국 시리즈 챔피언에 올렸고, 2006년 한화 이글스에서도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을 발굴하며 한국 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던 바 있다.

국가 대표팀 감독으로서는 2002년 부산 아시안 게임에서 처음으로 국가 대표 감독을 수행했고, 대회 금메달을 획득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후 2006년 제 1회 WBC 대표팀 감독을 맡아 1라운드 3전 전승, 미국과 일본이 포함되었던 2라운드도 3전 전승을 기록하며 4강 진출에 기여, 특히 정상급 메이저리그 선수들로 구성된 미국 팀을 큰 점수 차로 꺾으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09년에 열린 제2회 WBC에서도 대표팀 감독을 맡은 김 감독은 1라운드 3승 1패, 2라운드 2승 1패를 기록한 뒤 4강전에서 베네수엘라를 꺾으며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비록 일본에 패해 준우승했으나 결승전도 연장전까지 끌고 가는 접전을 펼쳤다. 한화 이글스 감독 임기가 끝난 뒤 2010년부터 KBO리그 기술위원장에 임명되어 국가 대표팀 선수 선발과 대표팀 운영을 맡아왔던 김 감독은 6년 만에 다시 대표팀 감독을 맡게 됐다.

리그에 대한 장기적인 팬들의 관심, 선수들의 헌신에서 시작된다

감독 선임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우선 코칭 스태프 및 선수단 선발이다. 정규 시즌이 끝나자마자 바로 준비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시즌이 끝나기 전에 이를 완료해야 한다. 한국 시리즈가 11월까지 이어질 최악의 경우 한국 시리즈 진출 팀의 선수들은 프리미어 12 1라운드 차출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일단 1차 엔트리(45명) 제출 마감은 9월 10일이다. 문제는 이번 프리미어 12도 WBC와 마찬가지로 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이 주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다른 종목과의 형평성을 위해 병역 혜택이 주어지는 국제 대회는 올림픽(종목 별 메달 획득)과 아시안 게임(종목 별 금메달 획득)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나마 야구가 2020년 도쿄 올림픽(일본) 종목 채택 후보로 올라가 있는데, 야구가 올림픽 종목으로 부활할 경우 프리미어 12는 상위 랭킹 12개 국가들이 참가하여 올림픽 진출 팀을 결정하는 예선 대회의 성격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하지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브라질)에서는 야구가 정식 종목으로 치러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병역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 대회에 젊은 선수들에 대한 모집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병역 혜택을 얻은 선수들에 대해서는 혜택을 얻은 시점에서 향후 5년 동안 대표팀에 선발될 경우 소집에 응해야 하는 규정이 생겼지만 미필 선수들에 대한 의무 규정은 없다.

다만, 국제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대표팀에 소집된 기간만큼 FA에 필요한 일수에 반영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FA 대박을 준비하는 선수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현재까지 FA 최고 규모의 계약은 올 봄에 4년 90억원 계약을 맺은 윤석민(KIA 타이거즈)인데, 올 시즌이 끝나면 정우람(SK 와이번스), 김현수(두산 베어스), 박석민(삼성 라이온즈), 김태균(한화 이글스, 2번째 FA), 이호준(NC 다이노스, 3번째 FA) 등이 FA 시장에 나온다.

국제 대회는 이러한 FA 선수들이 몸값을 올릴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이다. 국제 대회에서 놀라운 활약을 보일 경우 큰 경기에 강하다는 모습을 구단에 각인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경우에도 위험이 따른다. 1회 WBC에서 김동주(당시 두산 베어스, 은퇴)가 대만과의 첫 경기에서 1루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했다 어깨를 다치며 시즌을 날렸는데, 이로 인하여 김동주는 FA 자격 취득을 1년 미뤄야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존의 대표팀 선수들로만 라인업을 구성할 수는 없다. 1회 WBC에서의 박찬호(은퇴)나 이승엽(삼성 라이온즈), 2회 WBC에서의 김광현(SK 와이번스), 류현진, 봉중근(LG 트윈스), 김태균, 이대호(소프트뱅크 호크스),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의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 기존 국제 대회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에게 언제까지 기댈 수는 없는 일이다,

이들의 차출이 불가능할 경우를 대비하여 새로운 선수들을 키워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회가 바로 이번 대회이다. 김인식 감독이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에게 나라를 위해 고민해 줄 것을 부탁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KBO리그의 장기적인 흥행과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서 헌신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사실 KBO리그와 NPB는 각종 국제 대회를 자국의 리그 인기를 유지에 상당히 많은 부분을 활용해오고 있다. 그러한 목적으로 최강의 라인업 구성을 위해 노력했고, 그런 선수들이 맞대결하는 한일전은 그 만큼 더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일본은 이미 전임 감독 제도를 시행하면서 고쿠보 히로키를 대표팀 감독으로 낙점하고 준비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전년도 한국 시리즈 진출 팀 감독이 맡는 방식으로 각종 국제 대회를 준비해오고 있었지만, 올해 리그가 길어지면서 이러한 감독 선임 방식이 문제점을 노출하게 됐다. 단순히 이번 대회의 성공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KBO리그에 대한 팬들의 관심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도 있는 것이 이번 대회이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이 선수단 구성에 있어서 어떠한 전략을 구상하고 실행에 옮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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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SC 프리미어12 국민감독김인식 야구국제대회 야구대표팀감독선임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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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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