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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귀신님' 박보영, 제대로 캐릭터 만났다

[드라마 리뷰] 1인 2역 그 이상을 해냈다

15.07.26 10:13최종업데이트15.07.2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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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나귀>의 여주인공 박보영 ⓒ cj e&m


tvN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이하 <오나귀>)>은 최근 여배우들이 시도하며 트렌드가 된 1인 2역이라는 설정을 교묘하게 비틀어 신선하고 통통 튀는 설정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빙의'라는 소재를 사용하여 여주인공이 다른 인격이 되는 과정을 흥미롭게 전개 시키며 로맨틱 코미디가 가져야 할 덕목을 제대로 표현해 내는 저력을 보인 것이다. 이런 분위기만 유지한다면 올 해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라는 칭호를 주기에도 아깝지 않을 정도다.

이런 흥미로운 전개를 증명하듯, <오나귀>는 <미생> 이후 tvN 금토 드라마 최고 시청률이란 기록을 세우며 앞으로 시청률 반등의 가능성마저 타진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인기를 더해가는 데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탄탄한 스토리라인과 남녀 주인공의 뚜렷한 캐릭터 설정이 가장 주효했다는 것을 부인하기 힘들지만 이 스토리를 표현해내는 연기자들의 힘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주인공을 비롯해 조연들까지 연기의 구멍이 단 하나도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은 드라마의 자연스러운 몰입을 가능케 한 요소 중 하나였다. 특히 귀신이 들린 주인공을 연기하는 박보영의 반전 매력은 이 드라마를 시청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박보영은 소심하고 귀신을 보는 탓에 매일 불안에 떠는 귀신 보는 소녀 나봉선과 정순애(김슬기 분)가 빙의 된 후, 할 말 다하고 능청스러우며 처녀귀신인 탓에 성욕마저 강한 캐릭터를 번갈아가며 오고가고 있다.

박보영의 캐릭터가 기존의 1인 2역과 다른 점은, 박보영이 연기하는 두 캐릭터가 단순히 선과 악이나, 강함과 약함으로 대비되는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박보영의 캐릭터 역시 다른 1인 2역과 마찬가지로 극명히 대비되는 전혀 다른 성격으로 변모한다는 설정은 유지된다. 그러나 캐릭터는 보다 단순하지 않다. 정순애 캐릭터는 남자에게 '한 번 하자'고 들이댈 정도로 적극적이고 직설적이다. 귀신인 탓에 눈치도 안 보고 거침이 없으며 제멋대로며 오지랖도 넓다. 그러나 그 부분이 과하다기 보다는 사랑스럽고 귀여워야 한다. 기존의 왈가닥 여주인공과 비교해 한 층 발전되고 복잡한 캐릭터인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지나치게 노숙하고 능글맞아질 수 있고, 그렇다고 몸을 사리면 캐릭터의 맛이 살지 않는다. 박보영은 이 교묘한 지점을 정확하게 캐치해냈다. 물론 같은 역을 연기하는 김슬기의 연기력 역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박보영은 나봉선과 정순애 두 인격을 오가는 연기를 자연스럽게 해내고 있다 ⓒ cj e&m


그러나 박보영 연기력에 점수를 더 매기는 이유는 따로 있다. 기존의 1인 2역의 방식이 서로 다른 두 성격을 극명하게 표현해 내는데 그치는 것이라면, 박보영의 연기는 김슬기의 연기를 이어받아야 하는 부담감이 있기 때문이다.

김슬기가 빙의된 박보영이 김슬기의 분위기를 표현해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연기의 톤이나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혼이 바뀐다는 설정의 <시크릿 가든> 같은 드라마만 살펴보아도 드라마의 재미 이전에 배우들의 연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현빈과 하지원은 제 역할을 다 해냈지만, 영혼이 바뀌는 과정에서 한정해 보자면 그 두 사람이 서로의 연기 톤을 본 따 다른 두 개성을 정확히 캐치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그들의 연기 보다는 내용상의 전개로 설정을 이해했다.

그러나 박보영은 김슬기의 연기를 거의 완벽에 가깝게 재현해 낸다. 시청자들은 행동이나 말투에서 김슬기가 표현해 내는 방식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연기하고 있음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마치 김슬기가 실제로 빙의된 것이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김슬기가 대신 연기하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이는 드라마의 설득력을 드높여주는 매개체다. 여기에 합쳐진 박보영의 개성은 오히려 더욱 맛깔스럽다. 김슬기의 연기를 단순히 흉내 내는 것을 넘어서 자기의 것으로 체화시킨 내공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자연스럽다.

박보영은 그동안 주로 영화에서 주목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물론 그동안 호연을 보여주었지만 주로 남자주인공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맡은 탓에 '연기 잘하는 배우'로 각인될 기회를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오나귀>에서 자신의 몸에 딱 맞는 캐릭터를 만난 박보영은 <오나귀>를 시청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오나귀>가 박보영을 위한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까닭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오 나의 귀신님 박보영 조정석 김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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