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10일, 노인장기요양보험금을 부당청구 현황을 발표했다. 2015년 상반기동안 신고된 127개 기관 중 110곳의 기관에서 65억 원 가량 보험금을 부당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기관 당 평균 6000만 원 꼴이다.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시행되면서, 4대 보험에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추가되었다. 모든 건강보험가입자는 자동적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에도 가입되며 65세가 넘으면 자신의 신체·정신 건강상태에 따라 책정된 등급에 맞춰 요양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개인과 가정에 맡겨져 있던 노인돌봄을 공적영역에서 책임지기 위한 것이다.
'소자본 창업 아이템'이 된 노인요양기관
그렇지만 법 제정 당시 영리를 목적으로 한 요양기관 설립을 허용하면서 요양기관이 이윤창출수단으로 변질되어 무분별하게 설립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 이후 요양업계는 '블루오션'으로, 요양기관 설립은 마치 '소자본 창업 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 최근엔 기관 매매와 컨설팅을 전담하는 업체까지 생겨났다.
요양기관 설립은 사회복지사자격증과 운영공간 보유 등, 몇 가지 요건만 충족하면 쉽게 가능하다. 더 큰 문제는 요양기관 운영에 대한 회계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금의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는 요양기관에 대한 관리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공공재정으로 운영되는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운영회계는 불투명해지고 불법적인 수당청구도 만연해졌다.
시설의 부당청구 금액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2014년에도 조사 대상 921곳 중 72%에 달하는 665곳에서 178억 원 가량의 부당청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노인의 보험금을 청구하거나, 친인척을 요양보호사로 허위등록하여 임금을 착복하는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런 경우 기관을 이용하는 노인에게 돌아가야 할 재원이 빼돌려지거나 직원 허위신고로 요양보호사의 업무가 가중되기 때문에 결국 본래 보험의 취지와는 달리 노인학대나 요양보호사에 대한 노동착취로 이어지게 된다.
인천 노인복지시설 영락원의 경우, 2006년 부도 이후 법정관리에 놓여있으면서도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산하 요양기관을 통해 노인장기요양보험금 130억 원 중 일부를 법인으로 빼돌린 혐의가 포착됐다.
법사위에 발 묶인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안
이러한 폐단을 없애기 위해 2014년 말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요양기관의 회계기준 및 요양시설 실태조사에 관한 내용을 담는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안 중 일부>
제6조의 2(실태조사) 3년마다 정기적으로 실태조사 실시하고 공표하여야 한다.
제35조의2 (장기요양기관 재무, 회계기준A)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재무회계에 관한 기준에 따라 장기요양기관을 투명하게 운영하여야 한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6개월이 넘도록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요양기관업계에서 회계기준을 담은 법안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요양기관협회는 "민간 자본으로 설립된 장기요양기관에게 비영리기관에게 적용하는 재무회계규칙을 적용하는 것"에 반발하며,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우리 헌법의 원리"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노인장기요양시설은 국가 공공보험금을 통해 운영되는 공적 서비스이다. 요양기관의 소득에 세금을 걷지 않는 것도 노인요양이 공적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비과세 혜택을 받으며 공공보험으로 운영되는 기관이 무한한 시장경제의 자유를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2015년이 가기 전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법안은 휴지조각이 되고 만다. 빼앗긴 노인장기요양제도의 공공성을 되찾아 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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