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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우승 태극낭자들, 남북대결 후회없이 뛰었다

[2015 EAFF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여자부] 한국 0-2 북한

15.08.08 20:21최종업데이트15.08.08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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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여자축구대회 한국과 북한의 경기에서 한국 조소현이 헤딩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자축구 세계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북녀들의 벽을 넘기에는 뒷심이 모자랐다. 먼저 뛴 두 경기 내용이나 결과가 좋았기에 그 어느 때보다 우승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그 실력차를 단숨에 뒤집기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8일 오후 6시 10분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5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여자부 북한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전후반 한 골씩을 내주며 0-2로 아쉽게 져서 2위에 머물렀다.

100경기 '권하늘', 한국 여자축구 새 역사 쓰다

마지막 경기,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한국 선수들은 무더위 속에서도 놀라운 체력을 발휘하며 많이 뛰었다. 그러다보니 북한 선수들이 제자리를 찾기까지 시간이 꽤나 오래 걸렸다.

중앙 미드필더로 뛴 권하늘과 조소현이 믿음직스럽게 중심을 잡아준 덕분이었다. 특히, 권하늘은 한국 여자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센추리 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출장)에 가입하는 감격을 누렸다.

그런데 한국 선수들의 의욕 넘치는 경기 흐름은 전반전 중반을 제대로 넘지 못했다. 22분에 북한의 직접 프리킥이 굴절되어 골문으로 빨려들어간 것이다. 임선주의 반칙으로 비교적 먼 거리에서 프리킥을 얻어낸 북한은 왼발잡이 수비수 윤성미가 왼발로 감아찼는데, 잘못 맞아 낮게 날아온 공이 한국 MF 이금민 등에 맞고 방향이 바뀌어 골이 되었다.

경기를 통틀어 처음 날린 슛으로 골을 터뜨린 북한에 비해 한국은 오히려 운이 따르지 않았다. 실점 후 6분만에 중거리슛 기회를 잡은 정설빈이 비교적 먼 거리에서 오른발 감아차기를 노린 공이 북한 골키퍼 홍명희를 넘어서 기막히게 휘어날아갔지만 아쉽게도 오른쪽 기둥을 강하게 때리고 나왔다.

정설빈은 4분 뒤에도 이은미의 왼쪽 측면 띄워주기를 받아 아무 방해도 받지 않는 상황에서 헤더 동점골을 노렸지만 골문 오른쪽으로 벗어나고 말았다. 정설빈은 이번 대회 첫 경기에서 중국을 무너뜨린 왼발 결승골 순간이 다시 떠오를 정도로 누구보다 자신감 넘치는 공격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우승 팀 북한 "축구는 우리처럼 효율적으로!"

전반전 종료 직전에도 권하늘의 왼쪽 코너킥을 받은 수비수 임선주가 혼자서 떠오르며 방향을 바꾸는 헤더 골을 노렸지만 이 역시도 아깝게 북한 골문 오른쪽으로 벗어나고 말았다. 이처럼 1골을 뒤진 상태에서 후반전을 시작한 한국 선수들은 보다 템포 빠른 공격 작업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북녀들의 골 결정력은 역시 세계 최고의 수준이었다. 51분에 기습적으로 빠져들어가며 공을 몰고간 북한의 주장 라은심이 노련한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왼발 추가골을 터뜨렸다. 그녀의 진행 방향을 막아야 했던 수비수 임선주나 간격 조절을 지시해야 했던 골키퍼 김정미 모두 라은심의 절묘한 왼발 돌려차기를 막아내지 못한 것이다.

김광민 감독이 이끌고 있는 북한 여자대표팀의 효율적인 축구는 역시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전반전 경기 내용면에서 한국에게 일방적으로 밀렸지만 후반전에는 한국의 주요 공격 루트를 정확하게 틀어막는 수비 집중력이 단연 돋보였다.

이에 한국의 윤덕여 감독은 추가골을 내준 뒤 5분만에 한꺼번에 두 선수(장슬기, 김수연)를 들여보내며 포메이션을 4-1-4-1로 바꿔서 보다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주문했다. 68분에는 한일전 극적인 결승골의 주인공 전가을을 들여보내며 마지막 카드까지 내세웠다.

하지만 전반전에 비해 중앙 미드필더의 비중을 높인 북한은 좀처럼 그들의 안마당을 내주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전반전에 정설빈의 골대 불운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었다. 후반전 추가 시간에 김수연의 패스를 받은 이금민이 혼자서 회심의 오른발 슛을 날렸지만 골문 오른쪽으로 빗나가고 말았다.

종료 휘슬이 울린 뒤 북한 선수들은 김광민 감독을 헹가레치며 대회 2연패의 감격을 맘껏 누렸다. 풀 죽은 태극낭자들은 일부 선수가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닦기도 했지만 그 어느 대회보다 놀라운 자신감으로 세계 정상급의 두 팀(중국, 일본)을 이겼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을 것이다. 다가오는 2016년 리우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낼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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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5 EAFF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여자부 결과(8일 오후 6시 10분, 우한 스포츠센터)

★ 한국 0-2 북한 [득점 : 윤성미(22분), 라은심(51분)]

◎ 한국 선수들
FW : 이현영(68분↔전가을)
AMF : 정설빈, 이민아, 이금민
DMF : 조소현, 권하늘(56분↔장슬기)
DF : 이은미(56분↔김수연), 임선주, 황보람, 서현숙
GK : 김정미
- 경고 : 임선주(20분), 이금민(65분)

◇ 여자부 현재 순위표
북한 9점 3승 9득점 4실점 +5 ***** 우승(대회 2연패)
한국 6점 2승 1패 3득점 3실점 0 ***** 준우승
중국 0점 2패 2득점 4실점 -2
일본 0점 2패 3득점 6실점 -3
여자축구 남북대결 동아시안컵 윤덕여 권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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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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