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국대 구조조정 반대 침묵시위 행진.
건국대 영화학과 비상대책위원회
이상의 것들은 어느 특정 대학의 이야기라기보다는, 대학가 전반에서 관측되는 현상들에 관한 이야기이며 2023년까지 꾸준히 등장할 '괴물'에 관한 이야기로 봐야 한다. 김창인은 이 괴물의 기원을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실패"로부터 찾는다. 대학가에 민간자본이 유입되고 영리화가 진행되면서 한국 대학은 87%가 사립대학이 됐다. 이미 존재하는 국공립 대학들까지 법인화되면서 '거대 시장화'가 된 셈이다.
그런데 민간 자본이 경쟁적으로 대학들을 세워 놓고, 막상 학령인구가 줄기 시작하니 자기들끼리 치킨게임을 벌여 누가 시장에 남을 것인가를 결정하려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를 '제도화'하려고 하는 것이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되는 셈이다. 그래서 김창인은 이를 "기형적 구조"라고 말한다.
대학 운영경비 대비 사립대학 법인 전입금은 평균 5.2% 수준에 불과한데, 대학 이사회들이 모든 의결권을 행사하고 족벌구조를 만들어 온갖 부정부패를 일삼으면서 교육적 가치들을 훼손하는 일이 만연하다. 그의 대안은 대학생들이 교육부와 싸워 '정부 책임형 사립대학' 제도를 쟁취해내는 것이다.
대학을 사유재가 아닌 엄연히 공동체에 이바지하는 공공재로 보고, 그 사회적 효용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 김창인은 강조한다. 대학의 공공성을 확대해 점차 국공립대 규모를 키우고 국민들이 값싼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넓혀주고, 운영 경비 대비 50% 이상의 전입금을 책임지지 못하는 법인은 해산시켜 다른 법인을 찾거나 국가가 대학을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만약 능력이 없는데도 국가보조를 받아 대학을 운영하고 싶다면 교부금을 신청하되, 대학의 인사권과 자치권 등은 학생·교수·교직원 모두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려면 결국 학생들이 모여서 대학에서 각개전투를 할 게 아니라, 함께 거리로 나와 연대해 뿌리인 교육부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건드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창인의 통찰에 근거가 없지는 않다. 한국 대학이 롤모델로 지향하기 일쑤인 미국 대학 사회마저도 실상은 주립 대학 비율이 74%에 이른다. 메사추세스 공과대·코넬대·예일대 등의 대학은 반(半) 공립화로 전향하는 추세다. 유럽의 경우는 물론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김창인은 사안에 대한 거시적인 전략과 비전을 준비해두고 있는 셈이다. 이 점 때문에 그의 책 <괴물이 된 대학>은, 병법서의 쌍벽이라 할 수 있는 <손자병법>과 <오자병법> 중 후자와 닮았다. 전자는 야전 지휘관의 전투 교본에 가깝다면, 후자는 총사령부·참모본부의 전략 교본으로서 더 가치있다고 평가 받는다. 그러나 학생사회는 계급사회가 아니라 민주적 자치로 움직이는 공동체에 가깝다. 그러므로 학우들의 협의와 설득이 필수다. 김창인이 자신의 전략을 현실에서 어떤 운동으로 구체화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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