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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북한에 공격 퍼부었지만... 0-0 무승부

[2015 EAFF 동아시안컵 남자부] 일방적인 공격전, 아쉬운 골 결정력

15.08.09 21:00최종업데이트15.08.09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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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한국과 북한의 경기에서 계속되는 득점실패에 한국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골 결정력'의 문제인가? 상대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 때문인가?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해 어느 한쪽으로 답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쉬운 결과만 남았다. 그나마 현대 축구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자료인 여러 가지 공격적 기록들에서 한국은 북한을 압도했다는 것에 위안으로 삼아야 할까? 슈틸리케 감독도 종료 직후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공격적인 면이나 선수들이 고른 실력을 대회 내내 유지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9일 오후 6시 10분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한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었지만 끝내 골문을 열지 못하고 0-0, 득점 없이 비겼다. 한국은 자력 우승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쉽게 떨쳐버리지 못한 '압박'

현대 축구의 변함없는 코드인 '중원 압박'으로 부딪친 남북 대결이었다. 양 팀 선수들은 좀처럼 경험하지 못한 강한 압박의 상대를 만나 힘든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두 번째 경기에서 개최국 중국에게 0-2로 덜미를 잡힌 북한 선수들은 배수의 진을 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한국 선수들이 만든 좋은 득점 기회에서도 마무리까지 뜻대로 끝내기가 어려웠다. 북한 선수들이 이를 악물고 끝까지 버티는 통에 골을 만들어내기가 여간 어려운 경기가 아니었다.

경기 시작 후 8분 만에 권창훈의 왼발 대각선 슛으로 본격적인 공격의 시작을 알린 우리 선수들은 전반적인 슛 기록 숫자에서 일방적으로 압도하며 공격의 주도권을 경기 내내 쥐고 있었다. 반면에 북한 선수들은 플레이 메이커 리혁철을 중심에 두고 빠른 역습을 노렸지만 한국 수비수 '김영권-김기희'가 이 흐름을 잘 읽고 있었다.

'돌아온 박지성'이라 평가받을 정도로 놀라운 공격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이재성(전북 현대)은 언제나 번뜩이는 몸놀림으로 공격의 활로를 열어줬다. 31분에 자신의 첫 번빼 유효 슛을 기록한 이재성은 40분에 소속 팀 동료 수비수 이주용의 낮은 크로스를 받아서 왼발 인사이드 킥으로 골을 노렸지만 북한의 노련한 골키퍼 리명국이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기막히게 막아냈다.

북한 골키퍼 리명국의 놀라운 슈퍼 세이브

9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한국과 북한의 경기에서 한국 김승대가 북한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맞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의 공격은 전반전에 비해 후반전에 더욱 일방적으로 전개됐다. 북한의 김창복 감독은 65분에 오른쪽 측면 자원인 로학수를 빼고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 톡톡히 재미를 봤던 키다리 골잡이 박현일을 들여보내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이에 한국의 슈틸리케 감독도 1분 뒤에 왼쪽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던 이종호를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을 들여보냈다. 중앙 미드필더로 뛰던 권창훈을 이종호 대신 왼쪽 측면에 배치해 그의 섬세한 왼발을 더욱 날카롭게 활용하자는 취지였다.

이 결단은 더도 덜도 말고 딱 7분 만에 빛났다. 오른쪽 측면에서 짧고 정확한 패스로 위협적인 공격을 만들어낸 우리 선수들은 골잡이 이정협이 북한 수비수 다리에 맞고 흐른 공을 오른발로 돌려찼지만 골키퍼 리명국이 중심을 잃었음에도 막아냈고 여기서 왼쪽으로 흐른 공이 권창훈의 왼발에 걸렸다.

하지만 빈 골문으로 빨려 들어갈 듯 보였던 권창훈의 슛은 골 라인을 지키고 있던 수비수 리영철의 왼쪽 어깨에 맞고 나왔다. 그로부터 몇 분 전, 왼쪽 끝줄 앞에서 권창훈이 짧게 올린 공이 리영철의 오른손에 맞고 나간 것까지 생각하면 너무나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이란에서 온 알리레자 주심은 이 두 장면 모두 핸드 볼 반칙을 선언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주심을 탓할 경기가 아니었다. 축구 경기에서 골 결정력은 결국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기술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에 슈틸리케 감독은 88분에 마지막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다소 늦었다고 생각할만한 시간이었지만 이재성 대신 들어간 김신욱은 특유의 높은 공 따내기 실력을 유감없이 자랑했고 추가 시간 2분 만에 오른쪽에서 낮게 깔려온 공을 받아 절묘한 힐킥 슛을 시도하며 결승골을 떠올렸다. 누가 봐도 짜릿한 결승골이라 생각했지만 김신욱의 오른발 뒤꿈치를 떠난 공을 향해 몸을 날린 것은 북한 골키퍼 리명국이었다. 그가 왜 오랫동안 북한 남자대표팀의 골문을 지키고 있는 실력자인가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명장면이었다.

그야말로 잘 차고 잘 막은 순간이었다.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는 장면이었다. 박수가 저절로 터져 나오는 바로 그 순간을 뒤로하고 알리레자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렸다. 한국 선수들은 회한의 한숨을 터뜨렸지만 축구의 신에게 이번 대회 그들 운명의 순위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

이어서 오후 9시 10분에 열리는 중국과 일본의 마지막 경기에서 홈팀 중국이 일본을 이길 경우 짜릿한 역전 우승 드라마가 만들어지기 때문이었다. 이번 대회를 치르기 위해 믿고 쓸 수 있는 K리거들을 야심차게 준비시킨 슈틸리케호였지만 중국과의 첫 경기 2-0 완승 이후 일본과 북한을 나란히 상대하며 진정한 승부의 고비를 넘을 수 있는 결정타를 날리지 못했다는 것은 솔직하게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일정이 9월 3일(한국 vs. 라오스, 화성종합경기타운)에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나고 나서 후회하는 일은 축구장에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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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5 EAFF 동아시안컵 남자부 결과(9일 오후 6시 10분, 우한 스포츠센터)

★ 한국 0-0 북한

◎ 한국 선수들
FW : 이정협
AMF : 이종호(66분↔정우영), 김승대, 이재성(88분↔김신욱)
DMF : 권창훈, 장현수
DF : 이주용, 김영권, 김기희, 임창우(86분↔정동호)
GK : 김승규
- 경고 : 리영철(35분)

◇ 남자부 현재 순위
한국 5점 1승 2무 3득점 1실점 +2
북한 4점 1승 1무 1패 2득점 3실점 -1
중국 3점 1승 1패 2득점 2실점 0
일본 1점 1무 1패 2득점 3실점 -1
축구 동아시안컵 울리 슈틸리케 남북대결 리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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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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