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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쿠티뉴 슈퍼 골로 개막전 짜릿한 '승'

[2015-201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 이변의 순간들

15.08.10 08:33최종업데이트15.08.10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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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영원한 주장 스티븐 제라드를 떠나보낸 뒤 첫 시즌 개막전이었다. 가뜩이나 까다로운 원정 경기였지만 리버풀에는 '한방의 해결사' 필리페 쿠티뉴가 있었다. 지난 3월 1일 오후 9시(이하 한국 시각) 안필드에서 열린 2014-201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7라운드 맨체스터 시티 FC와의 홈 경기 2-1 승리의 기쁨이 다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쿠티뉴의 '슈퍼 골'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브렌단 로저스 감독이 이끌고 있는 리버풀 FC가 10일 오전 0시 브리태니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201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 스토크 시티와의 원정 경기에서 86분에 터진 필리페 쿠티뉴의 짜릿한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귀중한 승리를 거뒀다.

쿠티뉴의 '슈퍼 골' 기억들

새 시즌 첫 경기를 맞아 2만7654명의 스토크 시티 홈팬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리버풀이 그리 만만한 팀이 아니었다. 주장 완장을 차고 그들을 지휘하던 스티븐 제라드가 미국 프로축구(MLS) LA 갤럭시로 떠났지만 훌륭한 대체자로 제임스 밀너를 맨체스터 시티에서 데려왔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리버풀에는 믿고 쓰는 한방의 해결사 필리페 쿠티뉴가 건재했다. 쿠티뉴는 86분에 왼쪽 측면에서 조셉 고메스가 찔러준 공을 받아 기막힌 터닝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사정권까지 공을 몰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아름다운 오른발 감아차기 중거리슛을 날렸다.

쿠티뉴의 발끝을 떠난 프리미어리그 새 공인구는 멋진 포물선을 그리며 스토크 시티 골문으로 날아들었다. 홈팀 골키퍼 잭 버틀랜드가 왼쪽으로 훌쩍 날아올랐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의 왼손 끝을 스치며 쿠티뉴의 슛이 그물을 철렁 흔든 것이다. 마침 골문 바로 뒤에 모여있던 리버풀의 원정 팬들은 믿기 어려운 슈퍼 골에 환호했다.

필리페 쿠티뉴의 발끝에서 또 하나의 슈퍼 골이 터져나온 것을 똑똑히 쳐다본 것이다. 그는 최근에 열린 리버풀의 중요한 경기 때마다 귀중한 골들을 터뜨리는 '한방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멀리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필리페 쿠티뉴의 슈퍼 골들이 떠오른다.

2015년 3월 1일 리버풀의 홈 구장 안필드에서는 2014-2015 시즌 27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와의 맞대결이 벌어졌다. 거기서도 필리페 쿠티뉴는 75분에 팀 동료 라힘 스털링의 도움을 받아 귀중한 2-1 결승골을 오른쪽 구석으로 정확히 꽂아넣은 바 있다. 맨시티 골키퍼 조 하트가 날아오른 장면이나 이번에 스토크 시티 골키퍼 버틀랜드가 날아오른 장면이나 몹시 흡사했기에 더욱 쿠티뉴의 슈퍼 골 인상이 깊게 새겨질 수밖에 없었다.

필리페 쿠티뉴는 2015년 4월 9일 이우드 파크에서 열린 2014-2015 잉글리시 FA(축구협회)컵 8강전 블랙번 로버스와의 재경기에서도 70분에 조단 헨더슨의 도움을 받아 짜릿한 1-0 결승골을 오른발로 터뜨린 바 있다. 리버풀 선수들은 쿠티뉴의 결승골 덕분에 축구의 성지 웸블리 스타디움에 가서 이별을 앞둔 스티븐 제라드와 준결승전을 함께 뛸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시즌은 달라졌지만 필리페 쿠티뉴가 리버풀의 승리를 보증하는 슈퍼 결승골들을 터뜨리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주목받을 만하다고 하겠다.

챔피언 첼시에게 드리워진 저주?

어쩌면 이번 리버풀의 신승은 1라운드에서 주요 뉴스로 다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더 놀라운 뉴스가 이미 두 건이나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9일 오전 1시 30분 런던에 있는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디펜딩 챔피언 첼시 FC의 홈 개막전이 열렸는데, 한국 출신의 미드필더 기성용이 뛰고 있는 스완지 시티 FC와 2-2로 비겼다.

스완지 시티의 경기력이 형편없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4만1232명의 런던 홈팬들은 선수들을 굳게 믿었다. 경기 시작 후 23분만에 측면 프리킥을 처리한 오스카의 선취골이 승리를 자축하는 득점 행진의 시작인 줄 알았다. 하지만 6분 뒤에 스완지 시티 미드필더 안드레 아예우에게 허무한 동점골을 내줬고, 후반전에는 더욱 충격적인 시간들을 견뎌야 했다.

첼시가 2-1로 앞서고 있던 후반전 초반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가 퇴장당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52분, 스완지 시티의 미드필더 존조 셸비가 넘겨준 공을 받은 골잡이 바페팀비 고미스가 공을 몰고들어오는 순간 달려나간 쿠르투아의 발이 높아서 고미스를 넘어뜨린 것이 마이클  올리버 주심에게 제대로 걸렸다.

이에 첼시의 주제 무리뉴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선취골을 터뜨린 오스카를 빼고 후보 골키퍼 베고비치를 들여보냈다. 곧바로 이어진 페널티킥 상황에서 스완지 시티 골잡이 바페팀비 고미스는 침착하게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차 넣고 엉긍엉금 기어가는 골(2-2) 세리머니를 펼쳤다.

비록 첼시가 약 40분의 시간 동안 열 명이 뛰는 어려움을 겪고도 역전 결승골을 내주지 않고 2-2로 비긴 것도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첼시의 골키퍼를 대표하던 페트르 체흐를 연고도시 맞수 아스널 FC로 넘겨준 것이 마음에 걸리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일주일 전에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커뮤니티 실드(EPL 우승팀 첼시 vs FA컵 우승팀 아스널)에서 아스널에게 0-1로 패할 때 바로 그 페트르 체흐가 아스널 골키퍼 유니폼을 입고 뛰었기 때문이다. 왕중왕전(슈퍼 컵) 성격의 그 경기에서 체흐의 방어벽을 넘지 못한 비운이 저주로 느껴지는 첼시의 찜찜한 EPL 개막전이 된 셈이다.

체흐, 아스널의 홈 개막전 고배 들다

첼시가 홈 개막전에서 이기지 못한 것을 은근히 고소하게 생각했던 아스널 FC 팬들은 자신들의 홈 개막전에서 더 큰 충격을 받고 뒷목을 잡았다.

한국 시각으로 9일 오후 9시 30분, 런던에 있는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널 FC와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1라운드 경기는 많은 축구팬들의 예상을 깨고 원정 팀 웨스트햄 유나이티드가 2-0으로 완승을 거뒀다.

이 경기에서 첼시 출신의 골키퍼 페트르 체흐가 아스널의 정규리그 데뷔전을 치렀지만 두 골을 내주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와 연관된 최근 세 경기가 모두 묘한 결과를 낳은 셈이다.

아스널은 43분에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셰이쿠 쿠야테에게 프리킥 세트 피스로 선취골이자 결승골을 얻어맞았고 57분에는 옥슬레이드-체임벌린이 어이없는 가로채기를 당하는 바람에 웨스트햄 공격수 마우로 사라테에게 추가골까지 내줬다.

추가골을 내주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른 옥슬레이드-체임벌린은 일주일 전에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귀중한 결승골을 터뜨려 커뮤니티 실드 트로피를 들어올리게 한 주인공이었기에 홈팬들의 머릿속에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하는 순간이 되고 말았다.

아직까지 완전하게 1라운드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이변이라 칭할 수 있는 경기 결과가 개막전부터 쏟아졌으니 이번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순위 다툼은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빅 클럽 중에서 1라운드 재미를 본 팀은 토트넘 홋스퍼를 상대로 1-0 승리를 기록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필리페 쿠티뉴의 슈퍼 골로 스토크 시티를 무너뜨린 리버풀 FC 정도다.

또 하나의 빅 클럽으로 불리는 맨체스터 시티 FC의 시즌 개막전은 11일 오전 4시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과의 원정 경기로 열린다. 그들도 이변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는 여지는 있다. 축구공이 둥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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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5-201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 주요 경기 결과(왼쪽이 홈 팀)

★ 스토크 시티 0-1 리버풀 FC [득점 : 필리페 쿠티뉴(86분,도움-조셉 고미스)]

★ 첼시 FC 2-2 스완지 시티 FC [득점 : 오스카(23분), 페데리코 페르난데스(30분,자책골) / 안드레 아예우(29분), 바페팀비 고미스(55분,PK)]

★ 아스널 FC 0-2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득점 : 셰이쿠 쿠야테(43분,도움-디미트리 파예), 마우로 사라테(57분)]
축구 EPL 리버풀 FC 필리페 쿠티뉴 페트르 체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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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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