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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영화, 일본 먹방, 그리고 한국 독립영화의 힘

[기획] 치열해진 다양성영화 시장... 한여름을 수놓은 3편의 영화

15.08.11 16:48최종업데이트15.08.1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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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다양성영화 흥행작 순위. ⓒ 영화진흥위원회


<위플래쉬> 158만,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95만(누적 480만), <오즈의 마법사: 돌아온 도로시> 29만,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26만, <소셜포비아> 24만. 이상은 2015년 상반기 다양성 영화 흥행 상위 5위 영화와 동원 관객 수다. 지난해 말에서 이어진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와 아카데미 시즌을 탄 <위플래쉬>의 깜짝 흥행은 다양성 영화 전체의 흥행을 이끌었다. 마치 박스오피스에서 '천만 급' 영화가 두 편 나온 형편이라고 할까.

표를 보면 알겠지만, 이목을 끄는 항목은 배급사다. 대기업 계열인 쇼박스와 CGV 아트하우스가 배급한 3편이 포진된 가운데 박수엔터테인먼트와 리틀빅픽쳐스는 중소 수입, 배급사로 분류된다. 쇼박스가 배급한 <위플래쉬>,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애니메이션 <빌리와 용감한 녀석들3>를 제외하면 예술영화 수입배급사나 중소 배급사의 작품이 포진돼 있다.

의문점은 '다양성 영화'의 기준이다. "다양성 영화는 예술영화소위원회에서 선정되는 예술영화를 포함"한다는 결산 자료 내 기준에도 왜 롯데나 쇼박스가 배급한 대중적인 애니메이션이나 아카데미상 후보용 영화가 '다양성 영화'로 분류되어야 하는지 의아해진다.

역시 중소배급사인 메가박스(주)플러스엠이 배급하고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이미테이션 게임>이 일반 박스오피스로 분류됐다는 것을 보면 이 의문은 짙어진다. 배급인지, 작품인지, 또 배급사의 기준은 무엇인지, 그리고 예술성의 기준은 무엇인지 말이다. 박스오피스 차트상 불이익이나 홍보/마케팅 차원이라도 이러한 기준은 조속히 기준을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하반기 포문을 연 7월, 관객의 사랑을 받으며 다양성 영화의 흥행을 주도한 이 영화들은 '다양성 영화'의 취지에 가까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비록 '100만 돌파'와 같은 걸출한 수치는 작성하지 못했지만, 충분히 뜻있는 숫자를 일궈내며 잔잔한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그 세 작품은 바로 <한여름의 판타지아>와 <심야식당> <러덜리스>다.

한국 독립영화의 저력을 확인시켜준 <한여름의 판타지아>

지난 1일 열린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 (왼쪽부터) 장건재 감독, 김새벽, 임형국, 이와세 료 배우. ⓒ 하성태


"13만 관객을 돌파한다면, 꼭 다시 한국에 오고 싶습니다."

지난 1일, <한여름의 판타지아> '굿바이' 관객과의 대화에 나선 일본배우 이와세 료는 이렇게 말했다. 올해 개봉한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으로 3만 관객을 돌파한 <한여름의 판타지아>의 주연배우인 그는 6월 11일 개봉 직후 8일 동안 5회에 걸쳐 관객과의 대화(GV)에 나선 바 있다.

장건재 감독이 연출하고 김새벽, 이와세 료, 임형국이 출연한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10일까지 3만 4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개봉 주 다양성 영화 차트 1위를 차지했고, 개봉 1주일 만에 1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해 <족구왕>과 <자유의 언덕>의 흥행 이후 약 10개월 만이며, 독립영화로서는 실로 오랜만의 차트 1위 탈환이었다.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일본의 거장 가와세 나오미 감독이 프로듀서로 나섰고, 장건재 감독의 제작사 모수큐라와 나라국제영화제가 공동 제작한 합작영화다. 일본 나라현 고조시를 배경으로 영화감독 태훈과 조감독 미정이 영화 촬영을 위해 조사 방문을 벌이는 1부와 그 감독이 연출한 것으로 보이는 2부로 구성됐다. 같은 배우들이 다른 역할을 연기하며 비스듬하게 겹치는 독특한 형식이다.

이 영화는 형식미와 연출력을 인정 받아 영화제 수상은 물론이요, 다양성 영화 차트에서조차 한국 독립영화가 홀대받는 분위기 속에서 장기 상영을 이끌어냈다. 한 여름 낮선 이국땅에서 우연히 만난 청춘남녀가 벌이는 '밀당'은 다양성 영화의 주 소구층인 20대 관객에게 여름 시즌 영화로 인식되기에 충분했다. <회오리 바람> <잠 못 드는 밤> 등을 연출했던 장건재 감독은 깊이감 있는 연출력을 선보였다.

최대 스크린 수가 50개를 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술영화, 다양성 영화 전문관이 장기 상영의 길을 열어주며 장기 상영 중인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분명 '올해의 독립영화'로 손꼽을만 해 보인다.

일본영화의 저력과 '신흥 강자' 음악영화의 힘

영화 <심야식당>의 한 장면 ⓒ 영화사진진


이와세 료가 원했던 그 수치는 일본영화 <심야식당>이 달성했다. 6월 18일 개봉한 <심야식당>은 개봉 한 달여인 7월 22일 13만 명을 돌파했다. <심야식당>은 최대 180개까지 스크린 수를 확보하면서, 작년 12만을 동원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이후 일본영화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매해 일본영화가 미국영화에 이어 수입 외화 2위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일본영화의 저력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 셈이다. 

<심야식당>의 이 같은 흥행은 한국에서도 널리 읽힌 아베 야로의 원작 팬들과 3시즌까지 이어진 '일드' 마니아들의 성원에 기반을 뒀다. 또 마침 한국판 드라마 <심야식당>이 방영 소식을 알리며 홍보에 시너지 효과를 얻었다. 드라마판을 뛰어 넘는 완성도를 보여준 것도 언론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낸 원동력이었다. 이러한 극장가 분위기에 힘입어, 지난달 23일 개봉한 미야자와 리에 주연의 일본영화 <종이달> 역시 1주일 만에 1만을 돌파하며 선전하고 있다.

"2014년 <비긴 어게인>에 이어 올해 <위플래쉬>까지 흥행에 성공하면서 음악영화가 최근 몇 년 사이 다양성영화 시장에 강세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밝힌 상반기 다양성 영화 흥행 기상도다. 이 음악영화의 강세를 <러덜리스>가 이어갔다. '아버지가 아들의 음악을 들려준다'는 기둥 줄거리에 감성적인 밴드 음악을 더한 <러덜리스>는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 윌리엄 H. 메이시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이기도 하다.

7월 9일 개봉한 <러덜리스>는 '제2의 <비긴 어게인>'으로 홍보하며 누적 관객 6만 6천 명을 돌파했고, 장기 상영에 돌입 중이다. <심야식당>과 비교해 인지도나 스크린 수가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음악영화'라는 메리트로 관객들의 관심을 끌어낸 케이스라 할 만하다. <러덜리스>에 이어 시대를 풍미했던 그룹 '비치 보이스'를 소재로 한 <러브 앤 머시>는 7월 30일 개봉 이후 4일 만에 1만 관객을 돌파하며 다양성 영화의 다크호스로 부상 중이다.

완성도 있는 한국 독립영화와 일본 '먹방' '힐링' 영화, 전통적인 음악영화가 강세를 띤 한여름의 다양성 영화  시장. 한정된 예술영화전용관 외에 멀티플렉스 상영관의 확보 여부에 따라 흥행 이 좌우되기 마련인 이 다양성 영화의 각축전 사이에서 하반기는 어떤 작품들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까.

다양성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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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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