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승타사르하이 사막. 낙타에서 내려 아내와 함께 사막의 고운 모래를 느껴보았다.
노시경
나는 발이 푹푹 빠지는 사막 위에 서서 강렬한 태양을 몸으로 느꼈다. 토시를 낀 팔뚝 안으로 태양의 열기가 파고들고 있었다. 나는 작열하는 해를 가리기 위해 모자를 깊이 눌러썼다. 조금 있으면 게르로 돌아가게 해 줄 차가 사막 외곽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가 됐다. 만약 내가 깊고 깊은 사막의 한 가운데에 갇혀 있다면 그 공포가 얼마나 클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우리는 사막의 뜨거운 열기를 피해 다시 낙타 주인의 게르로 돌아가는 귀로에 올랐다. 사막으로 처음 나서는 길에서는 낙타 주인이 내가 탄 낙타의 고삐에 연결된 줄을 잡아끌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낙타 타기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한 낙타 주인이 낙타의 고삐 줄을 우리에게 넘겨주는 것이다. 순간, 편안히 낙타를 타면서 사막을 유람하던 우리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내가 직접 낙타 한 마리를 통제하게 된 것이다.
다행히 나의 낙타는 내가 고삐를 움직이는 방향으로 얌전히 움직였다. 아마도 낙타 주인이 앞장서서 낙타를 타고 가고 있었기 때문에 낙타는 안심하고 낙타 주인의 뒤를 따라 걸었을 것이다. 앞장선 낙타 주인의 낙타가 속도를 내서 뛰어가면 내가 탄 낙타도 숨을 헐떡거리며 뛰어 갔다. 내가 탄 낙타는 나이가 제일 많아서인지 계속 '헉헉' 하는 소리를 내며 뛰어갔다. 순하디 순한 나의 낙타를 뒤에서 보면서 괜히 측은한 생각이 나의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게르에 거의 도착할 즈음, 나의 오른쪽 다리에 무언가 묵직한 촉감이 와서 붙은 후에 나의 다리를 계속 문지르기 시작했다. 내 뒤를 바짝 따라오던 아내가 탄 낙타가 머리에 달라붙은 모기들을 털어내기 위해 자기 얼굴을 내 오른쪽 다리에 비벼댄 것이다. 낙타가 내 몸에 얼굴을 비비는 느낌은 처음 느껴보는 징그러움이다. 그러면서도 동물과 교감을 느끼는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낙타가 나에게 의지하고자 하는 마음이 몸을 통해 느껴졌다. 나는 착한 낙타가 모기에게 물리는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라는 뜻에서 나의 오른쪽 다리를 낙타에게 맡겨 두었다.

▲물 마시는 낙타들. 낙타 주인은 한여름 더위 속에서 낙타들에게 시원한 물을 공급해 준다.
노시경
낙타 주인의 게르로 돌아온 후 낙타들은 우물가에서 차분하게 목을 축였다. 그런데 우물가의 낙타 한 마리가 물도 마시지 않고 슬프게 울고 있었다. 직접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느끼지 못할 정도로 가슴을 울리는 슬픈 울음이다. 낙타 주인에게 물어보니 이 낙타는 어제 새끼 한 마리를 잃어버린 어미 낙타라고 한다. 어미낙타가 낙타 주인에게 새끼를 찾아달라고 울고 있었던 것이다. 어미 낙타의 눈에는 눈물까지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새끼 낙타. 집으로 돌아온 새끼 낙타가 어미 옆에 붙어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노시경
우리가 게르에서 쉬는 동안 낙타 주인의 큰 아들이 들어와서 기쁜 소식을 전한다. 다행히 집 나갔던 낙타 새끼를 찾았다고 했다. 나는 게르 밖으로 나가서 새끼 낙타를 둘러보았다.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어미 옆에 붙어서 떠날 줄을 모른다. 새끼를 찾던 어미낙타는 울부짖음을 그치고 새끼를 바라보고 있었고 새끼 낙타는 어미 낙타의 품에 편안하게 안겨 있었다.
어미 낙타의 울음은 그쳤지만 폐부를 찌르는 슬픈 울음소리는 계속 귓가에서 맴돌았다. 그 울음은 새끼를 잃은 어미의 슬픔이 담긴 울음이었다. 나는 동물의 울음소리가 그렇게 슬프게 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다. 직접 접해본 낙타는 신비롭고 정감 어린 동물이었다. 나에게 몽골의 초원과 사막은 사람과 동물이 교감하는 새로운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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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외국을 여행하면서 생기는 한 지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며, 한 지역에 나타난 사회/문화 현상의 이면을 파헤쳐보고자 기자회원으로 가입합니다. 저는 세계 50개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였고, '우리는 지금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로 간다(민서출판사)'를 출간하였으며, 근무 중인 회사의 사보에 10년 동안 세계기행을 연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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