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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있어요>에서 <스캔들>이 보인다

[드라마리뷰] 김현주의 1인 2역 연기로 버텨온 서론...이제 본격 전개 시작되나

15.09.07 19:29최종업데이트15.09.0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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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유미 작가는 그동안 MBC <진짜 진짜 좋아해>(2006), <반짝반짝 빛나는>(2011), <스캔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이하 <스캔들>, 2013)까지 내로라하는 주말드라마를 만들어 냈다. 그 이전에는 SBS <해피투게더>(1999), MBC <로망스>(2002) <12월의 열대야>(2004) 등 강한 인상을 남긴 미니시리즈의 대본을 집필하기도 했다.

배유미 작가의 작품에는 주말드라마건, 미니시리즈건 작가의 색깔이 분명하게 묻어 있다. 얽히고설키는 인간 관계들 속에서 독특한 휴머니티를 올곧이 추구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인간애에의 천착이라고나 할까. 그의 작품에도 자극적인 설정이나 멜로 라인이 등장하지만, 타 드라마의 그것과는 어딘지 결이 다르다. 현란한 이야기 속에서도 끈질기게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놓치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의 작품 세계는 <스캔들>을 계기로 좀 더 확장됐다. 드라마의 배경처럼 등장하던 부와 그 본질에 대한 시선도 좀 더 날카로워졌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오히려 살기엔 더 각박해진 지금 이 세상에, 작가 또한 눈을 감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재벌과 혈연, '배유미 월드'의 필수요소

SBS 주말특별기획 <애인있어요> 포스터 ⓒ SBS


그 배유미 작가의 신작, SBS <애인있어요>는 어떨까? 먼저 MBC <스캔들>의 개발 재벌은 SBS <애인있어요>에서 제약회사 재벌로 탈바꿈했다. 친구의 특허권을 빼앗고, 친구의 목숨마저 앗아가며 천년제약을 일군 최만석(독고영재 분). 이렇게 부도덕한 스캔들로 시작된 기업은 이제 신약 개발을 둘러싼 문제로 스캔들의 외연을 확장해 간다.

배유미 작가의 작품 속 재벌은 여느 주말드라마의 부도덕한 재벌보다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그들이 부를 일구는 과정은 과거 한국 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자신의 부를 축적했던 과정과 흡사하다. 6화 천년제약 부사장인 최진리(백지원 분)이 기자회견장에 휠체어를 타고 등장하는 장면도 어렵지 않게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다.

배유미 작가는 이 현실적 부의 부도덕함을 배경으로, 여기에 얽혀든 인간 군상을 그려낸다. 방식 역시 <스캔들>과 흡사하다. 건물 붕괴 사고로 아이를 잃은 하명근(조재현 분)이 주범 장태하(박상민 분)의 아이를 납치하는 사건으로 시작된 <스캔들>처럼, <애인있어요>는 내부고발자 독고용기와 천년제약 며느리 도해강(이상 김현주 분)의 차가 뒤바뀌어 독고용기 대신 도해강이 사고를 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주인공에게 혈연의 아이러니를 부여하는 것도 비슷하다. 최만호의 며느리 도해강은 최만호가 과거 죽인 친구의 딸인 동시에 최만호가 가장 미더워하는 인물이다. 반대로 도해강의 숨겨진 쌍둥이 동생 독고용기는 천년제약의 비리를 알리려다 목숨을 잃은 남자의 연인이자, 그 자신이 내부고발자이기도 하다.

이제 기다림은 끝났다

SBS <애인있어요>에서 1인 2역을 맡은 배우 김현주 ⓒ SBS


이렇게 필연과 우연, 사회 구조적 부도덕과 인간사의 아이러니를 복잡하게 늘어놓으려는 탓일까. 유독 <애인있어요>의 발동이 늦다.

경쟁 드라마의 아성이 굳건한 탓도 있겠지만, 드라마 속 인간 관계의 깊이를 더해가려 하다 보니 서론이 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앞으로 역전될 도해강의 운명을 설명하기 위해 남편 최진언(지진희 분)의 불륜 과정이 상세하게 묘사되면서 그 자체로도 인내심을 요한다.

물론 최진언의 불륜을 지켜보는 도해강의 피폐함이 깊어질수록, 4년 후 독고용기가 되어 돌아올 도해강의 도발이 설득력을 얻을 것이다. 그럼에도 최진언과 강설리(박한별 분)가 불륜을 저지르는 과정은 너무 장황하다. 아직은 독고용기 쪽에 이렇다할 사건이 없는 탓에 도해강이 남편의 불륜으로 고통받는 과정이 더 늘어지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제 그 길고 지리한 서론도 다음주가 마지막이라 한다. 1인 2역을 연기한 김현주의 고군분투로 버텨낸 시청자의 인내도 끝이 보인다. 본격적인 전개에 앞서, 이번에도 배유미 작가가 시청률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진득하게 풀어내 주길 바라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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