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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상, 밉상, 진상... 드라마 속 '3도 화상'들

[트렌드] 요즘 드라마 속 불륜 커플, 어떻게 그려질까

15.09.22 12:49최종업데이트15.09.22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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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는 갈등이 필요하다. 회사를 물려받기 위한 후계자 간의 갈등, 자신을 다른 형제와 차별하는 부모와의 갈등... 다양한 형태의 갈등이 요즘도 브라운관을 수놓고 있다. 그 가운데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가 불륜이다.

굳이 종영한 <사랑과 전쟁>의 추억을 뒤적이지 않아도 좋다. 불륜을 저지르며 배우자의 뒤통수를 치고, 상대방의 불륜 사실을 알았다 해도 각종 이유에 그를 떠나보내지 못하는 인물들을 드라마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최근 방영중인 세 드라마 속 이 '3도 화상'들의 모습을 들여다 봤다.

[궁상] MBC <위대한 조강지처> 윤일현 & 조수정

MBC <위대한 조강지처>의 윤일현(안재모 분)과 조수정(진예솔 분). ⓒ MBC


유지연(강성연 분)의 남편 윤일현(안재모 분)의 불륜 상대는 윤일현의 제자이자 두 사람의 딸 하나의 과외 선생님인, 유지연의 친구 조경순(김지영 분)의 친동생 조수정(진예솔 분)이다. 즉 남편은 부인 친구 여동생이자 제자이자 딸 과외 선생님인 여자와 바람이 났다. 이들은 유지연이 집을 비운 틈을 타 안방에서 애정 행각을 벌이는가 하면, 유지연이 교수가 되라며 건네준 돈을 중간에서 가로채 자신들만의 밀회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기까지 한다.

상황이 급변한 건 참다못한 유지연이 윤일현과 조수정의 불륜을 이들의 대학에 폭로하면서다. 윤일현은 결국 교수직을 잃고 잘 나가던 스타 교수에서 백수 신세로 전락한다. 조수정은 갈 곳 잃은 그가 미덥지 못해 다른 남자를 만나기도 한다. 최근회에서는 유지연의 첫사랑 도형민(정유석 분)이 돌아와 유지연에게 다가서는 모습에 전전긍긍하고, 시간강사 자리라도 얻기 위해 대학들을 돌아다니는 윤일현의 모습이 등장했다.

많은 것을 잃고 나서야 유지연을 돌아보는 윤일현의 모습, 이런게 궁상이다.

[밉상] tvN <두번째 스무살> 김우철 & 김이진

tvN <두번째 스무살>에서 동료 교수이자 내연 관계인 김우철(최원영 분)과 김이진(박효주 분). ⓒ CJ E&M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 극중 불륜 커플인 김우철(최원영 분)과 김이진(박효주 분) 교수를 설명하는 데 가장 좋은 말은 아마도 이것이 아닐까. 등나무 아래에서 만나 각자 딴 곳을 보며 대화하고, 갓 잡아왔다는 제주산 갈치나 귀한 커피 루왁을 나눠 먹으며, 단골로 가는 갤러리에 새 그림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공유하고, 함께 러시아 무용가의 공연을 보러 다니는 등 이들의 행동은 우아하기 그지없다. "우린 너무 늦게 만나 아픈 사랑이다"라는 게 이들의 주된 변명이다.

그런데 그 우아함이 실은 불륜을 저지르는 자신들을 포장하는 기능을 하고, 애꿎게도 김우철의 부인 하노라(최지우 분)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이유가 되면서 밉상이 된다. 자신과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 때문에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하노라에게 김우철은 "대화의 수준이 맞지 않는다"고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다. 이혼을 요구하면서는 신사적인 척 공증 서류를 내민다. 끝까지 자신들의 본성을 드러내지 않으며 짐짓 우아를 떠는 이들의 모습, 참 밉상이다.

[진상] SBS <애인있어요> 최진언 & 강설리

SBS <애인있어요>의 최진언(지진희 분)과 강설리(박한별 분). 이들은 대학원 선후배로 만나 불륜 관계로 발전했다. ⓒ 아이윌미디어


"모든 인물에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던 배우들의 포부와 달리, 뚜껑을 연 <애인있어요>는 한동안 시청자들에게 고구마를 백 개쯤 삼킨 듯한 답답함을 선사했다. 도해강(김현주 분)의 남편 최진언(지진희 분)과 최진언을 짝사랑하는 대학 후배 강설리(박한별 분) 간의 불륜 때문이다. 아무리 부부 간의 사랑이 식었다고 하나 거침없이 최진언에게 다가가는 강설리, 그리고 사랑에 빠져드는 최진언의 모습이 그 고구마로 기능했다.

답답함을 넘어서 짜증을 일으킨 건 이들의 어록이다. "훔친 사람도 나쁘지만 뺏긴 사람이 더 나쁜 거 아니냐", "누구 좋아하는 일이 죄가 되고 죄의식이 되고 힘들다"는 등 강설리의 말들은 '당당하다 못해 뻔뻔하다'는 시청자의 지탄을 받았다. 최진언 또한 자신을 만류하는 도해강에게 "각자 살다 각자 죽자"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작가는 이후 도해강이 기억을 잃고 숨겨진 쌍둥이 동생 독고용기가 되어 다시 최진언과 '가슴이 기억하는'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리겠다고 했지만, 이들의 진상 행각은 어쩐지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이다.

두번째 스무살 애인있어요 위대한 조강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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