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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뮤직과 최백호... 15년차 가수 린의 선택

[인터뷰] 재즈를 기반으로 '뽕끼'를 최대한 끌어내다

15.09.25 18:45최종업데이트15.09.2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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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드로 잘 알려진 가수 린이 월드뮤직과 재즈를 품고 노래했다. 신혼여행지에서 우연히 거리에서 만난 노래들의 영향이었다. "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 앨범을 내고 싶었다" 9집 앨범을 발표한 린의 포부다. ⓒ 뮤직앤뉴


가수 린(LYn)에게 지난 앨범에 담긴 '보고 싶어...운다'나 OST '시간을 거슬러', 'My Destiny(마이 데스티니)' 같은 발라드를 기대한 사람이라면 이번 앨범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기타 선율로 시작하는 타이틀 곡 '사랑은 그렇게 또 다른 누구에게'를 비롯해 '이별주', '주정 블루스', '나를 봐요', '아무도 모르게' 등에서는 재즈의 향기가 느껴진다. 그런가 하면 앨범 발매에 앞서 공개한 '나 하나만 남겨줘요'와 'Only You'는 비교적 대중적인 노래라고 할 수 있다.

목소리에 담긴 정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이국적인 음악을 듣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2014년 9월, 엠씨더맥스 이수와 결혼하고 신혼여행차 유럽으로 향했던 린은 거리에서,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음악에 푹 빠졌다. 이른바 월드뮤직과의 만남이었다. 린은 당시의 영감을 새 앨범에 풀어내려고 애썼다. '어떻게 하면 생소한 음악을 어렵지 않게 풀어낼 수 있을까.' 린이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물은 정규 9집 < 9x9th >에 고스란히 담겼다.

새 앨범의 첫 번째 키워드가 '장르'라면 두 번째 키워드는 '최백호'다. 최백호는 지난 1977년에 데뷔해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는 선배 가수. '낭만에 대하여'로 잘 알려진 그는 후배 가수들과도 호흡을 맞추곤 했다. 기타 연주자인 박주원과 공연하는가 하면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 에코브릿지, 아이유의 앨범에도 목소리를 더했던 그는 린에게 작사, 작곡에 가이드 녹음까지 직접 한 '그리움은 사랑이 아니더이다'를 선사했다. 아울러 자신의 곡 '청사포'의 리메이크도 허락했다.

"아주 오랫동안, 가장 마음에 들어할 앨범"

세련된 재즈 느낌에 한국적 뽕끼의 결합? 이 낯선 조합은 "최대한 한국적 정서를 뽑아내려" 한 린의 승부수였다. ⓒ 뮤직앤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린과 마주했다. 평소 궁금해하고 동경했던 음악을 가득 담은 앨범을 들고 돌아와서인지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벌써 9집이다. (가수로 활동한 지) 햇수로 15년이 지났다"고 말문을 연 린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 말고 내가 원래 하고 싶었던 것을 밀어붙였다"고 이번 앨범을 설명했다. 그는 "그래야 나중에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면서 "이것저것 시도하기에 딱 좋은 때라는 생각에 모험을 했다"고 전했다.

"아마 아주 오랫동안 가장 마음에 들어할 앨범이 아닐까 싶어요. 걱정해주는 마음이 되게 고마웠지만, 다른 이들의 이목을 신경쓰지 않고 오롯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게 과연 얼마나 되겠어요. 정말 만족해요. 음악에 대해서는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자신감도 있고요. 트렌드를 주도하는 노래는 아니고, 스테디한 앨범이죠. 이번엔 아빠에게도 칭찬받았어요. 최백호 선생님이랑 함께한 곡을 들으시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시던데요.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린은 재즈를 기반으로 하되, 재즈 보컬 같은 유창한 스캣 대신 '뽕끼'로 대변되는 한국적 정서를 최대한 끌어내려고 했다. 가사는 직접 썼지만 곡은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생각을 현실로 구현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힘들었다고. "그간의 앨범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집중력이 필요했다"고 털어놓은 린은 "주도해서 내 색깔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것, 정체성을 보여준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더라"면서 "다시 한 번 곡을 쓰는 사람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최백호의 노래에 눈물 펑펑 쏟은지 12년

또 하나 이번 앨범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가수 최백호의 참여다."언제 들어도 좋은 음악, 사람들에게 천천히 스며드는 음악" 린이 최백호와의 작업을 통해 갖게 된 새로운 목표다. ⓒ 뮤직앤뉴


대선배인 최백호와의 인연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컬투쇼>를 SBS 러브FM에서 방송하던 지난 2003년, 린은 이 프로에 함께 출연했던 최백호의 라이브에 푹 빠졌다. 린은 "최백호 선생님이 어떤 보컬인지도 몰랐던 때, 그분이 부르시던 '청사포'를 듣고 눈물을 펑펑 흘렸다. 딸뻘의 아이가 우니까 무슨 사연이 있느냐고 물으시더라"면서 "그때 연락처를 주고받고 명절에 인사드리곤 했다. < History(히스토리) > 앨범을 지금까지도 쭉 듣는데 완전히 매료됐다"고 미소 지었다.

린은 최백호의 참여를 "영광"이라고 표현했다. 결혼을 막 한 딸에게 불러주는 아빠의 노래 같은 '애비'를 듣고 신혼 여행지에서 울컥하기도 했다는 그는 "조금씩 시간이 지나고 들으니까 (최백호 선생님의) 노래가 또 다른 느낌이다"면서 "더 아련하고 슬픈 정서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린은 "언젠가 선생님과 함께 공연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면서 "만사를 제치고 해야겠다"고 미소 지었다. 시간이 흘러도 꾸준히 듣는 최백호의 노래처럼, 린은 자신의 9집도 사람들의 마음에 천천히 스며들었으면 했다.

"언젠가부터 다른 사람이 쓴 가사를 노래하려고 하면 남의 감성을 엿보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가사는 제가 쓰려고 했는데 이제는 당연해졌어요. 뮤지션의 면모가 꼭 곡을 써야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소라 언니 같은 좋은 롤 모델이 있으니까요. 다음 앨범은 내년 상반기에 내게 될 것 같아요. 그때는 좀 더 가볍고 듣기 편한 노래를 하지 않을까요? 제가 하고 싶은 것과 대중이 듣고 싶어하는 것을 모두 해야죠. 앞으로도 이번 앨범을 찾는 분들이 있겠죠? 그런 분들에게 준비된 음반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은 그렇게 또 다른 누구에게 최백호 나 하나만 남겨줘요 9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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