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개설공사가 끝나자 기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광명동굴, 폐광의 기적을 만든 사람들 4] 이영권 도로시설팀장 ②

등록 2015.10.24 10:46수정 2015.10.2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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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권 도로시설팀장 ①에서 이어집니다.

그가 한 일은 또 있다. 소하동 군부대 입구에서 광명동굴 동쪽 입구까지 이어지는 도로인 '광명동굴길' 개설공사였다. 광명동굴길 공사구간은 2.62km. 이 길은 평지가 아니라 산을 깎아서 만들어 경사가 심한 편이다. 이 팀장은 평지 도로공사는 많이 했지만, 산에 도로를 개설하는 공사는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했단다.


a  광명동굴 동쪽 입구로 통하는 광명동굴길. 이영권 팀장의 작품이다.

광명동굴 동쪽 입구로 통하는 광명동굴길. 이영권 팀장의 작품이다. ⓒ 윤한영


공사는 2013년 1월에 시작됐다. 하지만 그가 기대했던 것처럼 진행되지 않았다. 공사기간이 8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3개월이 늘어나 11개월 가까이 걸렸다. 공사 진척이 늦어지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져 애를 먹었던 것이다.

첫 번째 걸림돌은 도로로 편입되는 토지 매입이었다. 사유지를 매입하는 일은 늘 쉽지 않다. 거기다가 군부대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군부대와 협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 팀장은 3개월여 동안 군부대를 쫓아다니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국유지 담당자가 보안 문제와 보상비 국고 귀속 문제 때문에 협의를 미루면서 해주지 않았다. 속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일이 되려고 그랬는지 예상하지 못한 사람이 그에게 도움을 주었다. 도로과장을 만나러 왔던 민원인이 그가 군부대 토지 구입 문제로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을 알고 "해결해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는 믿지 않았다. 민원인이 그냥 해본 말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그런데 다음날, 국방부장관 비서관이 전화를 걸어왔다. 민원인이 빈말을 한 게 아니었다.

"국방부 장관 비서관이 전화로 '뭐가 문제냐? 해당 부대가 어디냐?'고 물었어요. 3개월 동안 이 부대 저 부대를 찾아다녀도 해결되지 않던 일이 일주일 만에 끝났어요. 군부대에서 협의를 해주지 않았다면 몇 개월은 더 걸렸을 수도 있었어요. 다행이었죠."


공사차량 진입로는 군부대 도로를 사용하는 것으로 협의를 마무리했다. 두 번째 걸림돌은 공사현장에 필요한 산석이었다. 하필이면 그 시기에 산석 생산지에서 근로자들이 파업을 했다. 산석이 있어야 공사를 할 수 있으니 충남 온양 등지를 다니면서 산석을 구하려고 애를 썼지만 실패했다. 결국 새 돌을 확보할 때까지 다시 2개월여를 기다려야 했다.

민원인이 도와줘 해결할 수 있었던 '군부대 토지 구입 문제'


a  이영권 도로시설팀장. 그가 구하려고 무진 애를 썼던 산석들.

이영권 도로시설팀장. 그가 구하려고 무진 애를 썼던 산석들. ⓒ 윤한영


그뿐이 아니다. 공사현장에 필요한 흙 역시 확보하지 못해 그의 애를 태웠다. 토지 매입 보상이 지연되면서 공사가 늦어져 적기에 흙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흙을 확보하려고 여기저기 수소문했지만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안양천 둔치에 공사에 필요한 흙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직접 흙의 상태를 확인했다. 괜찮은 것 같았다. 그래서 사용하기로 했다. 한데 공사현장에 반입된 흙을 보니 그가 확인했던 흙이 아니었다. 흙에는 쓰레기가 섞여 있었고 심한 냄새가 났다.

그때를 생각하면 이 팀장은 지금도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큰 문제가 생길 뻔했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도로공사를 담당하는 현장소장에게 흙에 문제가 있으니 반입하지 말라고 지시한다. 이미 반입된 흙은 반출하라는 지시도 같이 했다. 흙을 확보하지 못해 공사가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있는 흙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현장소장은 그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쓰레기가 섞인 흙을 반출하기는커녕 더 받아서 성토재로 사용한 것이다. 자칫하면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 그가 현장확인을 하지 않았다면.

예감이었을까? 6월 23일이었다. 일요일이었던 것으로 이 팀장은 기억한다. 쉬는 날이지만 그는 이상하게 기분이 찜찜해 공사현장으로 나갔다. 그는 도로건설 현장에서 흙이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가 반출을 지시한 흙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어쩐지, 자꾸 오고 싶더라니. 현장을 확인한 그는 현장소장에게 공사 중지를 지시했지만 현장소장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이 팀장은 근거를 남기기 위해서 공사 중지와 흙 반출을 지시하는 문서를 작성했다. 이 과정에서 모 시의원까지 나서서 흙 반출을 막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자 현장소장은 일주일이나 흙을 반출하지 않고 버텼다.

하지만 이 팀장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공사현장에서 반출된 흙은 트럭 100대분이었다. 그는 흙을 반출하는 현장을 지켜보았고, 사진을 찍었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나중에 큰 곤욕을 치를 뻔했다. 공사에 필요한 흙은 이케아 공사 현장과 수원광명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받아 어렵게 도로개설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느닷없이 신문기자라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왔다.

"도로건설 현장에서 성토공사를 하면서 쓰레기를 매립한 증거 사진이 있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저도 현장 사진을 갖고 있으니 오면 언제든지 보여주겠다고 했죠. 만약에 쓰레기가 매립된 현장사진을 들이대면서 아스콘 포장을 파헤치라고 하면 파서 확인해야 합니다. 환경법에 걸리거든요. 포장해 놓은 부분을 다 들어냈는데 쓰레기가 나오면 망신일 뿐만 아니라 문제가 커지는 거죠."

"공무원 생활하다보면 억울한 일 생기기도 하죠"

a  광명동굴길

광명동굴길 ⓒ 윤한영


도로공사 경험이 많은 이 팀장은 이럴 때를 대비해서 미리 사진을 찍어 놓은 것이었다. 도로공사를 하면서 쓰레기를 묻어 문제가 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불법이다.

"만일 그 흙을 그대로 썼다면 도로를 다 긁어내고 공사를 다시 하는 상황이 됐을 겁니다. 책임도 져야겠죠. 공사기간은 그만큼 늘어나고. 그랬다면 동굴 확장 공사도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었죠. 다행히 운이 좋아서 그런 상황을 막을 수 있었던 거죠."

그렇게 애를 먹었던 광명동굴길이 완공된 뒤, 이 팀장은 전동휠체어에 탄 장애인이 그 길을 올라가는 것을 보고 울컥 했단다. 도로공사를 할 때는 고생스러웠지만 그 순간에 그 일을 한 것이 자랑스러웠다.

"기술직들은 공사를 많이 하잖아요. 다리공사, 도로공사 같은 거. 완공된 다리와 길을 보면 보람을 느끼죠."

이 팀장은 1989년 9월, 광명시 철산1동에서 건설담당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공무원인 아내도 거기서 만났다. 부부공무원이라고 하면 남들은 부러워하지만 좋기만 한 건 아니란다. 광명시청에 같이 근무하니 아내가 그의 행동반경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훤히 알아 불편할 때가 더러 있다나.

토목직 공무원으로 26년동안 광명시에서 근무했다. 긴 세월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았지만 그는 "다 잊었다"고 말한다. 굳이 돌이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잊히지 않는 일은 있게 마련이지.

"백재현 시장님이 계실 때였어요. 공사를 한 업체가 있었는데 문제가 있어서 지체보상금을 물리겠다고 한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거꾸로 제가 뇌물을 먹었다고 민원을 넣은 거예요. 어찌나 억울하던지. 시장님이 저를 믿는다고 하셨지만, 감사담당관을 불러서 조사를 하라고 지시를 하셨죠. 감사를 받았는데 문제가 없다는 게 드러나긴 했지만 너무너무 분했죠. 그 일이 제일 많이 생각나요. 다른 일도 많이 있는데 다 잊었어요. 다 잊어야죠."

a  이영권 도로시설팀장

이영권 도로시설팀장 ⓒ 윤한영


이 팀장은 공직생활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감사'를 꼽았다. 일을 하다보면 본의 아니게 실수를 하기도 하고, 설계변경을 하기도 하는데 정상참작이나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잘못한 것만 끄집어내서 문제를 삼아 징계를 할 때 일할 맛이 싹 사라진단다.

"처음에는 감사를 순순히 받았지만 나중에는 감사관과 많이 싸웠어요. 억울하니까. 전에는 감사를 하는 사람들이 고압적이었지만 지방자치가 시작된 뒤부터 많이 달라졌죠. 경기도 감사관이 고압적으로 하면 반박자료도 내면서 항의를 하게 된 거죠. 의견이 충돌돼 언성이 높아지기도 하는데, 그러다보면 괘씸죄에 걸려서 징계를 받기도 하죠. 징계를 받게 되면 내가 뭐하러 일을 열심히 했나, 그런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되죠."

이 팀장은 소신 있게 일하고 싶어도 감사를 항상 염두에 둘 수밖에 없어 규정이나 절차를 따지게 된다고 말한다. 징계를 받으면 손해는 온전히 자신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승진에 불이익을 당하고. 그런 현실이 개선되어야 소신껏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친한 동료와 술을 마시는 것으로 업무 스트레스를 털어낸다는 이 팀장. 그는 자신이 만든 와인동굴이 광명동굴에서 가장 빛나는 공간이 되기를 소망한다.
#광명동굴 #이영권 #광명동굴길 #양기대 #광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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