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특종> 기자 조정석 "기자의 압박감 이제 이해했다"

[인터뷰] 그가 이 영화를 해석하는 법 "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작품"

15.10.19 18:02최종업데이트15.10.19 18:02
원고료로 응원

배우 조정석이 전면에 나선 영화 <특종:량첸살인기>는 대한민국 언론사의 현주소를 가감없이 보여준다. 공적 영역에서 언론 불신을 강하게 비판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조정석은 그보단 '한 직장인의 성장기'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 퍼스트룩


광고주를 비판하는 기사를 썼다가 해고 위기에 몰린 기자가 대형 특종을 물고 왔다. 그 기사로 상여금은 말할 것도 없고 승진까지 하게 되지만, 알고 보니 대형 오보. 뒤늦게야 기자는 상황을 수습하려 하지만 이미 언론사는 오보를 진실로 포장했고, 여론 역시 거기에 휩쓸려 간다.

영화 <특종: 량첸살인기>(이하 <특종>)에서 '그 기자' 허무혁으로 분한 조정석이 "당시 읽었던 시나리오 중 가장 재밌었다"고 엄지를 올렸다. 15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영화를 두고 "기자의 해악을 고발한 게 아닌 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작품"으로 규정했다.

언론, 너무 나쁘게 그렸다고?

평소 휴대폰으로 기사를 주로 본다는 조정석의 뉴스 검색 순서는 연예-스포츠(해외 축구, 골프, UFC 등)-사회면 순이다. "최근엔 내 이름도 많이 검색해 본다"면서 그는 "다방면의 정보를 뉴스를 통해 얻는다"고 말했다. 방송 기자로 그럴싸하게 마이크를 들고 리포팅을 했지만 정작 본인은 "한 번도 기자를 꿈 꿔 본적이 없다"고 한다. 지극히 평범한 뉴스 소비 패턴임을 밝히며 그는 기자에 대한 얘길 이어갔다.

"기자라는 직업의 이미지가 나쁘진 않았다. 영화에선 언론을 무겁게 다뤘는데 내 입장에선 고마운 분들이지. 우리가 모르는 사실을 알려주잖나. 특히 연예 쪽은 남 일 같지 않고(웃음). 감독님과도 촬영하면서 언론 불신에 대한 얘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근데 언론 시사 직후 첫 질문이 '언론을 너무 타락한 걸로 그리지 않았냐'더라. 깜짝 놀랐다. 그때 찍힌 내 사진을 보면 넋이 나가 있을 거다(웃음). 오히려 난 만화책처럼 이야기를 읽었다. 논리적 비약이 분명 있긴 하지만 그걸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상쇄했다고 본다.

기자 역을 준비하면서 따로 수업을 받진 않았고, 지상파부터 종편 뉴스를 섭렵하며 분석했다. 손석희 앵커의 뉴스 뿐만 아니라 가리지 않고 봤다. 특유의 어조가 있더라. 그리고 이번 영화로 내 친구들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허무혁 역시 직장인이고, 시스템 안에서 갑갑함을 느끼는데 그게 바로 친구들이 내게 힘들다며 하소연했던 얘기들이었다. 일반 직장인의 마음을 더듬으며 데스크의 꾸지람을 듣는 기자의 심정, 특종에 대한 압박을 이해하게 됐다."

영화 <특종>에 대한 두가지 해석

영화 <특종: 량첸살인기>의 한 장면. 극중 허무혁(조정석 분)은 자신이 몸담는 회사 광고주를 비판하는 기사를 썼다가 해고 위기에 몰린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선 두 범주의 진실과 거짓이 대립한다. 공적 영역에선 허무혁이 취재한 내용과 범인의 정체가 엇갈리며 허무혁을 곤경에 빠뜨리고, 사적 영역에선 허무혁의 여자친구 수진(이하나 분)이 임신한 아이가 친자인지 아닌지 여부가 그를 괴롭힌다. 이유야 어찌됐든 둘 다 허무혁이 자초한 일이다. 전자는 사실 검증을 소홀히 했다는 점에서, 후자는 일에 치중하느라 약혼자를 외롭게 했다는 점에서.

때문에 관객들의 영화 해석 방식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영화가 품은 사회적 메시지에 집중한다면, <특종>은 거짓을 강요하는 한국 사회 시스템에 대한 은유다. 평기자의 취재 기사를 면밀한 검증 없이 보도해놓고 "진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라 일갈하는 언론사 간부(이미숙 분)의 모습에서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조정석은 영화를 "개인의 성장기"로 해석했다.

"영화를 다양하게 해석하는 분위기를 환영한다. 사실 난 각자가 믿는 게 진실이라고 생각해온 사람이라 이미숙 선배의 대사가 마음에 걸리지 않고 수용이 됐다. 특히나 남의 가십을 듣기 싫어하는 편이거든. 남에 대해 어떤 말을 들어도 내가 직접 겪거나 보지 않는 이상 판단하지 않으려 한다.

허무혁 입장에선 (언론사의 시스템보단) 아이의 친자 여부에 더 마음이 쏠렸을 거다. 다만 이야기가 흐르며 더 이상 그게 중요한 문제가 아님을 깨닫는 거지. 영화 마지막 부분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어떤 결론을 내지 않고 관객에게 선택의 여지를 남긴 게 참 좋았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가 끝난 이후의 허무혁은 그 회사에서 나름 잘 살았을 거다. 물론 지상파 방송사에 스카우트 될 수도 있고, 연봉이 더 뛰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그에게 우선순위는 가정의 행복이다. 실제 나였으면? 내 기사가 오보임을 깨달았을 때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어떻게든 수습했을 거다(웃음)!"

사적 영역으로 이야기를 해석했다지만 조정석 역시 불의에 대해 '공적 분노'를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최근 가장 분노한 소식으로 그는 극단이슬람 무장단체인 IS 관련 뉴스를 꼽았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테러, 이건 좀 아닌 거 같다"는 그는 "또 평소 <동물농장>을 즐겨 보는데 동물학대 이야기를 접하면 화가 나더라"고 답했다.

"팬들 위해서라도 1년에 한 작품은 뮤지컬 해야"

▲ '특종 : 량첸살인기' 조정석, 특종하면 이렇게! 지난 9월 23일 오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특종 : 량첸살인기> 제작보고회 현장. 방송기자 역을 위해 조정석은 지상파부터 종합편성채널 뉴스까지 두루 연구했다. 기자의 어투와 리포팅의 특징을 하나하나 적으며 자기 것으로 만들어 나갔다고 한다. ⓒ 이정민


영화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정도로 그는 부상했다. 그러고 보면 전작 <나의 사랑 나의 신부>만 해도 신민아와 함께 투톱으로 극을 이끌어왔는데 어느새 한 작품을 끌어갈 배우가 돼 있다.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 이후 3년 만에 이룬 성과다.

조정석의 행보에 주변에선 속도가 너무 빠른 건 아닌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물론 2004년부터 뮤지컬 무대에 오르며 뮤지컬계 스타로 꾸준히 내공을 쌓아왔기에 지금 영화에서의 활약을 모조리 깎아내릴 순 없다.

"어떻게, 혹은 어떤 방식으로 작품을 해나가야지 이런 계획은 없다. 자연스럽게 가는 거 같다. 3년 전만 해도 무대 공연은 좀 뒤에 해도 되니 일단 (영화로) 달려보자는 마음이었다. 지금도 그런 거 같다. 다만 작년에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를 했잖나. 그게 3년 만에 무대 공연이었다. 팬 분들이 많이 좋아해 주셨다. 그 분들을 위해서라도 1년에 한 작품은 뮤지컬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영화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오는 건 여전히 내겐 신기한 일이다. 그리고 난 내가 작품을 택하는 게 아니라 여전히 선택받아야 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시나리오 쓰신 분들이 날 생각하셔도 투자-배급사에서 거절할 수도 있잖나. 택함을 받는다는 것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조정석 특종 : 량첸살인기 배성우 이하나 신민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