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탈락부터 후배 폭행까지
KBS 사장 후보자들의 남다른 품격

"유력 후보, 청와대 지시 충실히 수행할 것"... 강행 시 노조 총파업 예고 등 진통

등록 2015.10.25 19:58수정 2015.10.25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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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에 이른 KBS 차기 사장 선임을 놓고 비판 여론이 거세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23일 발행한 노보.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강동순, 고대영, 홍성규, 조대현 후보. ⓒ KBS본부


막바지에 이른 KBS 차기 사장 선임을 놓고 비판 여론이 거세다. 공영방송 KBS 사장을 뽑는 과정임에도 KBS 이사회(이인호 이사장)가 관련 절차와 표결 방법 등을 모두 비공개한 탓에, 절차적 투명성은 물론 공정성조차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후보 5명으로 좁혀진 KBS 차기 사장 선임은 오는 26일 후보 면접과 최종 표결만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언론시민단체들이 모여 '청와대의 KBS 국정화, 청부사장 선임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1500여 명 조합원이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권오훈 위원장, KBS본부)가 관련해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내·외부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3일 KBS본부는 노보 특보를 내고 "최종 면접 대상자가 5명으로 압축된 가운데, 사상 최악 부적격 사장 후보인 강동순·고대영씨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며 "이런 부적격 사장이 KBS에 발을 들이는 순간 총파업으로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KBS본부와 KBS노동조합(이현진 위원장, KBS노조) 등 KBS 내부 5대 노조는 20일 이미 임·단협 파행으로 인한 총파업 찬반 투표를 해 합법적인 파업 가능성을 열어놨다. 당시 파업 찬성률은 투표 대비 89%, 재적 대비 77.8%에 달했다(총투표자 3291명, 투표율 87.5%).

이번에 선출된 KBS 사장이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방송을 맡게 됨에 따라, 새정치민주연합 등 정치권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향후 최종 후보자는 국회 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KBS 사장 논란, 왜? 유력 후보들 모두 내부에선 '부적격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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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10월 22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방송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인호 한국방송공사(KBS) 이사장. ⓒ 유성호


이번 KBS 사장 선임은 절차·내용 면에서 모두 기준에 미달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유력 후보로 손꼽히는 강동순 전 KBS 감사와 고대영 KBS 비즈니스 사장 모두 이미 KBS 양대 노조를 통해 '부적격' 판정을 받은 인사들이다.


KBS본부는 앞서 노보를 통해 "강동순 전 KBS 감사는 청와대의 지시를 충실히 수행할 청부사장"이라고 밝혔다. 노보에 따르면 강 전 감사는 지난해까지 세 차례 사장에 응모해 매번 1차 서류심사에서 탈락했다.

또 2006년 방송위원으로 재직 당시,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에게 "우리가 정권을 찾아오면 방송계를 백지에 새로 그려야 한다", "우익 시민을 동원해 방송위원회 앞에서 시위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해 'KBS 장악 시나리오'를 펼쳤다는 것이 KBS본부 측의 설명이다.

고대영 후보 또한 다르지 않다. 양대 노조에 따르면 그는 보도국장 시절 이미 기자협회 신임투표에서 93.5%의 불신임을, 보도본부장 재직 시절 84.4%의 불신임을 받아 해임된 인사다. KBS본부는 "(고 후보가) 후배 기자 2명을 폭행한 사실도 있다"며 "기자들의 거부감이 가장 높은 인사"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KBS 사장 선임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 추천 이사들만의 '밀실 논의'로 인해 야당 추천 이사 4명(권태선·김서중·장주영·전영일) 의견은 사실상 거의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앞서 과정의 신뢰도·투명성을 높이자며 ▲ 토론회 등 사회적 의견수렴 ▲ 사장추천위원회 구성 ▲ 특별다수제 도입 등을 제안했지만, 여당 추천 이사들이 이를 모두 거부했다. 야당 이사들은 항의 차원에서 모든 일정을 불참(거부)하기로 했고, 결국 21일 KBS 이사회는 여당 추천 이사들만 참석한 채 '반쪽 회의'로 후보자 5인을 선정했다.

공영방송 비대칭 구조, 해법은... "특별다수제로 정치권 개입 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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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5월 길환영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행진중인 KBS 노조,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조합원들. ⓒ 유성호


이런 파행이 반복되는 것은 결국 공영방송의 비대칭적인 지배구조 탓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KBS 이사회는 여당 추천 7인, 야당 추천 4인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야당 이사들은 앞서 선임 절차 불참을 선언하면서, "합리적 제안을 다수의 힘으로 무시하는 과정에 들러리 서는 건 무의미하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 또한 22일 '공영방송 사장 선임,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현재 공영방송 이사진은 여야 7:4 구조로, 여당이 장악하도록 굳어져 있다"며 "이렇게 구성된 이사회가 사장을 선출하므로, 공영방송 사장이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앞서 야당 추천 이사들이 제안한 '특별다수제'다. 이는 사장 선임 등 중대 안건과 관련해서 재적 이사 2/3의 동의를 얻어 의결하는 제도로, 현재 여야의 비대칭적 구조를 보완할 수 있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지난해 8월, 월간 <신문과 방송> 기고 글에서 "정권의 언론 장악에 따른 폐해를 직접 경험한 독일과 일본의 경우 공영방송 사장 선출 시에 특별다수제를 적용한다"며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권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형식적 절차"라고 이를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내년 총선에 이어 대선 등 주요 선거를 앞둔 탓에 정치권도 KBS 사장 선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3일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현재 절차에는) KBS를 관제방송으로 전락시켜 총선과 대선에 임하려는, 정권의 숨은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 우상호 의원(새정치연합) 또한 "사장 인사를 청와대·여당이 강행할 경우 지금껏 진행해 온 KBS 수신료 인상 논의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KBS 사장 선임이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향후 이를 둘러싼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KBS본부와 KBS노조 등은 최종 사장후보자가 나올 26일, 청와대 인근 청운동주민센터 앞 기자회견을 통해 '낙하산 사장 선임 시도 중단'을 촉구할 예정이다.

○ 편집ㅣ박순옥 기자

#KBS 사장 #KBS 사장 선출 #KBS 사장 논란 #KBS 노조 #KBS 총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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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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