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독고용기가 된 도해강, 최진언과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리뷰] 선뜻 누구 편을 들기 어려운 재미, SBS 드라마 <애인있어요>

15.10.27 11:20최종업데이트15.10.27 11:27
원고료로 응원

SBS <애인있어요>의 한 장면. 최진언과 도해강. ⓒ SBS


SBS 주말 드라마 <애인있어요>의 지난 18회 시청률은 7.6%(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이다. 동시간대 MBC 주말 드라마 <내 딸 금사월>의 23.5%(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에 비하면 다소 초라한 성적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그리고 그 이후 각종 게시판에 오르내리는 이 드라마와 관련된 설전을 놓고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화제성 면에서 거의 국민 드라마급이다.

<애인있어요>를 화제의 중심에 오르내리도록 만드는 주요 요소는 바로 부부였던 도해강(김현주 분)와 최진언(지진희 분)이다. 최진언의 불륜으로 인해 부부 생활이 파탄이 났지만, 몇 년이 흐른 후 최진언은 독고용기가 된 도해강과 만나 가슴 설레는 사랑을 느끼게 된다. 아이를 잃고 상심에 빠지고, 부부의 위기를 불륜으로 돌파(?)하며 욕받이가 됐던 최진언이다. 그러나 몇 년 후 독고용기가 된 도해강을 보고 "나는 알아요, 내 아내라는 것을"이라며 저돌적으로 다가간다. 가슴 설레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들쑤셔 놓는다.

그런가 하면 아내 도해강은 남편에게 버림받다시피 하여 이혼을 당한다. 가진 것을 모두 잃은 채 사고를 당해 시청자들의 안쓰러움을 독차지하는가 싶었다. 그러더니 오랫동안 자신을 지켜봐온 백석(이규한 분)과 최진언의 약혼자 설리(박한별 분)을 제치고 최진언에게 다가가 시청자의 가슴을 헤집는다.

두 주인공 중 그 누구에게라도 마음을 선뜻 주었다가는, 주인공이 저지르는 도덕적 딜레마에 시청자조차 죄책감을 느낀다. 그저 막장이라, 불륜이라 치부해 버리기엔 불편한 <애인있어요>. 이 두 주인공의 사랑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50부작의 이 드라마를 통해 작가가 그려내고자 하는 것은 이 가을 사람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줄 멜로일까?

뇌가 순수한 남자 최진언

<애인있어요>가 파란을 일으키는 문제의 근원은 바로 최진언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일찍이 대학 시절 목을 매달다시피하여 도해강을 자신의 아내로 만들었다. 그러나 정작 도해강은 아버지 회사의 변호사로 승승장구하며, 하루가 다르게 순수한 모습을 잃은 채 욕망의 화신이 되어간다. 그런 그녀에게 최진언은 실망한다. 그리고 그 실망은 아내의 재판 결과로 인해 딸이 목숨을 잃게 되면서 파국을 향해 달려간다.

그 과정에서 최진언이 선택한 것은 불륜. 그랬던 최진언이 4년 만에 아내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 독고용기에 아내를 잊지 못했다며 다시 사랑하자고 다가간다.

언뜻 보면, 최진언은 치정극의 주인공과 같은 설정을 가졌다. 그러나 멜로의 주인공이라는 시선에서 한 발 떨어져 그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대학 시절 첫눈에 반한 아내에게 저돌적이고, 아내가 싫어지자 어린 후배에게 다시 그런다. 이제 시간이 흘러 다른 이의 모습을 한 아내에게 다시 들이대는 이 남자, 이 캐릭터를 시청자들은 불쾌해하면서도, 지진희라는 멋진 배우가 연기하는 사랑에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런 최진언에게 성격 유형 검사를 한다면 아마도 '외곬수형'으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일찍이 천년제약의 외아들로 고이 자라난 그는(물론 배다른 누나로 인한 갈등은 있었다지만) 늘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환경과 선택지를 가졌다. 그래서 속물 같은 아버지와 누나를 멀리하고, 자신은 고고하게 연구실을 택했다. 그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순수해 보이던 도해강을 택했고, 그녀가 자신의 가족들과 같은 부류가 되어가자, 그 예전 아내처럼 순수해 보이는 설리를 택한다.

그리고 이제, 그녀와 함께 유학까지 다녀온 그가, 집안에서 당연히 약혼자 취급을 하는 설리와 결혼을 하지 않겠다며 도해강에 매달린다. 18회라는 짧지 않은 회차 동안 최진언의 선택은 늘 '자신의 마음 가는대로'이고,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참는 대신, '사랑'이란 이름으로 현실을 외면해 왔다. 천년제약이라는 집안 배경을 '도해강'과의 사랑으로, 그리고 '학문'으로 외면해 왔고, 아내에 대한 불만을 '불륜'으로 도피했다. 이제는 '설리와의 결혼'을 아내와 같은 도해강으로 피해간다.

그는 '사랑'이라고 하지만, 실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이기적 행위'의 연속이었다. 그의 이기적 행위로 인해 주변의 누군가는 늘 상처를 입었다. 18회, 독고용기가 된 도해강과 '이름을 다 잊고 처음부터 사랑하자'했던 그. 그러나 아내가 죽었다는 백석의 말 한 마디에, 옆에서 떨고 있는 도해강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 채 아내의 죽음을 확인하러 간다. 그 모습에서 최진언의 존재론은 여실히 드러난다.

양가가 모인 상견례 자리, 그간 자신과 함께 하리라 믿어왔던 설리에 대한 배려가 눈곱만큼도 없다. 아마도 최진언이 가장 사랑하는 것은, 그의 마음이 아닐까? 이것은 아이러니이다. 결국 자기 자신의 마음만을 사랑하게 된 그가, 이혼한 아내에게 주변을 돌아보라고 충고했던 그가, 주변을 돌아보며 책임을 지려하는 과정. 최진언의 결자해지는 여기서 시작한다.

숙명이 되어버린 도해강의 사랑

SBS <애인있어요>의 한 장면. ⓒ SBS


사고로 인해 자신이 누군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도해강, 그녀는 백석이 만들어준 독고용기의 존재에 기대어 지난 4년을 살았다. 그녀는 최진언을 보자 가슴이 떨리기 시작한다. 그 누구보다 그녀를 믿어주고, 그녀에게 다시 웃음을 찾아준 백석과 그의 가족을 생각해야 함에도, 결국 최진언에게 달려가고 만다.

밤마다 꾸던 악몽을 잠재우지 못한 채, 현실로 꿈을 끌어오기 시작했다. 덕분에 불륜의 피해자로 그녀를 안쓰럽게 생각했던 시청자들은 혼란스러워 진다. 최진언을 보란 듯이 밀쳐내며 도덕적 딜레마를 극복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들. 그러나 그런 마음에 아랑곳없이 도해강은 그녀 자신이 상처받았던 그 길을 똑같이 달려가고 만다.

마치 금기의 열매처럼 최진언과의 사랑에 다시 빠져버린 도해강은, 결국 4년 전의 시간으로 자신을 다시 끌고 들어갈 것이다. 불륜과 이혼 속에서도 포기할 수 없었던, 아니 마무리할 수 없었던 전쟁과도 같은 사랑으로의 회귀. 그녀는 지금 자기 자신보다 주변을 더 챙기고, 정의를 위해 분노하는 백석의 사무장이다. 하지만 이제 재판의 피해자가 죽어도 눈 하나 끔쩍하지 않던, 더 높은 자리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도덕적 아노미'에 빠졌던 도해강으로 복귀할 것이다.

'사랑'으로 시작하여 반성과 회개가 되어갈

불륜과, 불륜과도 같은 사랑으로 범벅된 <애인있어요>는 가장 극단적인 도덕적 딜레마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 딜레마를 통해 역설적으로 시청자들에게 문제를 제기한다. 일반적인 막장 드라마의 '편한' 선악 구도에 익숙했던 시청자들은 혼란을 느낀다. 쉽게 누구의 편을 들어주기 힘든 처지에 놓인 두 주인공 탓이다. 시청자들은 혼란을 느낀다. 더불어 회의를 느낀다. '사랑'과 '도덕'과 마음에 대해. 여기에서부터 두 주인공은 시청자들과 함께 진짜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날 듯하다.

'사랑'이란 감정은 인류사 전체를 관통하는 감정인 듯 여겨진다. 하지만 사실은 누군가와의 '사랑'을 전제로 한 '자유로운 연애' 그 자체가 근대 이후 자본주의의 산물이다. 전통 사회에서의 인연은 가족과 가족 사이의, 혹은 신분과 신분 사이의 이합집산이었다. 자본주의가 정착하고, 사회는 핵가족을 필요로 했다. 그 가족을 이루는 전제 조건으로 '자유로운 연애'라는 것 역시 필요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즉, 자본주의 사회 모든 욕망의 가장 극적인 상징체가 바로 '사랑'이다. 결국 누군가를 사랑하고 소유하고자 하는 감정은, 우리 사회 모든 욕망의 최고봉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랑에서 시작된 회의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욕망 전반에 대한 회의와 회개로 귀결된다. <애인 있어요>의 뒤죽박죽 연애담은, 결국 후반부로 갈수록 연애담 근저에 흐르는 각자의 욕망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불륜까지 저지르며 아내를 외면했지만, 결국 다시 아내를 사랑하게 된 남자. 불륜의 피해자가 되어 모든 것을 잃어버렸으나, 다시 남의 남자를 빼앗는 상황에 처하게 된 여자. 두 주인공은 비로소,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되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자기 자신들을 얽맨, 또 다른 욕망의 민낯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 민낯을 향해 가기 위해, 두 주인공은 지금 위험한 통과 의례를 거치는 중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애인있어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