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5.10.30 13:53수정 2015.10.3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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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원을 담은 풍등이 밤하늘로 날아가고 있다.
최오균
24일 오후 9시 30분, 부안군 변산면 모항 해변에는 80여 명의 심장이식 환자들이 모여 컴컴한 밤하늘로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풍등을 날렸다. 촛불을 환하게 밝힌 풍등이 환자들의 간절한 소원을 담고 하늘높이 올라가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거렸다.
7년 전 심장이식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아내도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소원을 담은 풍등을 밤하늘로 날렸다. 하늘 높이 날아가는 풍등을 바라보며 아내는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우리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고, 여기 모인 우리 환우들의 건강을 위하여 풍등을 날렸어요. 모두 모두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올해로 심장이식 8년째를 맞이한 은하수(서울거주)님은 하늘 높이 올라가는 소원 풍등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소원 풍등에 담았다. 특히 이날 모임에는 심장이식 주치의인 김재중 교수(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장) 부부가 참석하여 눈길을 끌었다.

▲ 김재중 교수(서울아산병원심장병원장)부부도 환우들과 함께 1박 2일 캠프에 참석하여 풍등에 환우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소원을 새겨 넣었다.
최오균
김재중 교수는 "모두들 건강하세요. 두 번째 삶 행복하세요!" 메시지를, 그리고 그의 부인은 "가족의 건강한 삶, 믿음과 행복한 삶, 하나님의 은총과 큰 복 주시길"이란 메시지를 담아 촛불을 켜서 하늘로 날렸다.
<다시 뛰는 심장으로>의 모임은 대부분 서울아산병원 심장센터에서 심장을 이식 받은 환자들이다. 이들은 말기 심부전증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다가 기적적으로 심장을 이식 받아 두 번째 심장으로 두 번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인지 환자들 간의 우정도 남다르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심장을 이식받은 환자는 500여 명이 넘는다. 이들 이식환자들 중 270명이 <다시뛰는 심장으로>라는 밴드를 만들어 매일 소식을 주고 받으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이 밴드에는 주치의인 김재중 교수도 가입하여 회원들이 실시간으로 묻는 궁금증을 상담해 주고 있다. 또한 매월 1회 정기산행을 하고, 매년 봄, 가을에 전국 규모의 힐링캠프를 열고 친목과 투병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특히 이번 모임에는 김재중 교수 부부가 동참하여 회원들의 관심이 한층 고조되었다. 밴드에는 실시간으로 만남의 설렘이 올라왔다.
"김재중 심장병원장님 부부를 다시 뛰는 심장으로 모든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에 잠을 설치고 있습니다.""제주에서 아침 6시에 배를 타고 출발했습니다.""이곳 38선 연천에서도 아침 일찍 출발합니다."오후 7시부터 회원 인사소개를 나누고, 이어서 김재중 교수에게 회원들이 투병 중 궁금한 사항을 질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외래에서는 시간이 너무 짧아 자세한 상담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재중 교수는 회원들이 질문 하나하나를 자상하고 성실하게 답변해주었다.

▲ 환자들의 질문에 일일히 답변을 해주고 있는 김재중 교수
최오균
오후 9시 30분에는 모항 해변에서 회원들의 소원을 담은 풍등을 날리고, 10시부터는 회원들의 투병 체험담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식 18년째인 이종규(66, 1997년 이식)씨는 "저는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2만보를 걷고 헬스장에서 근육 운동도 합니다. 우리 심장이식 환자들에게는 걷는 운동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고 말하며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어 회원들의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그는 이날 모인 환자들 중에 이식을 받은 지 가장 오래된 환자이다. 양기면(52, 1997년 이식)씨는 "저는 이식 후 마음을 확 비우고 욕심을 버리니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리고 두 번째 생명으로 살아가는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남을 돕고 살아가고 싶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즉석에서 '신고산이 우르르'라는 노래를 부르며 회원들에게 기쁨을 선물해준 성악가 임해철(2011년 이식)씨는 "저는 무엇보다도 노래를 다시 부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정렬(2013년 이식)씨는 "저는 심장을 이식 받은 후 50세에 결혼을 했습니다. 내년에는 저희에게도 아이가 태어납니다. 아이를 위해서도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교수님 너무나 감사합니다"고 말하며 두 번째 삶에 대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밤 환자들의 체험담은 끝없이 이어졌다. 하루 밤에 이야기를 다 나누기에는 너무 부족한 시간이었다.

▲ 1박 2일 힐링캠프를 연 다시뛰는 심장으로 회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최오균
다음 날 아침 9시부터는 김재중 교수와 함께 부안마실길 4, 5코스를 걸었다. 아름다운 해안 길을 걸어 격포항에 도착한 회원들은 바지락죽으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내년 봄에 경주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교수님, 함께 해주셔서 정말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내년에 꼭 다시 만나요.""교수님께서 저희들과 함께 하셔서 저희들은 너무나 행복합니다.""여러분, 내년 봄에 경주에서 다시 만나요!"회원들은 상기된 얼굴로 헤어지기 싫은 듯 아쉬워했다.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다가 심장을 기증 받아 두 번째 생명을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은 남다르다. 이들은 마치 피를 나눈 형제들처럼 끈끈한 정으로 뭉쳐 서로 도우며 살아가고 있다. 더구나 이번 모임은 심장병 주치의인 김재중 교수와 함께하여 보람이 더욱 커보였다.
심장이식은 한 사람의 생명이 죽어야 장기를 기증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이들은 두 사람의 몫을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마음을 비우고 하루하루를 더욱 열심히 살아가면서 할 수 있는 데까지 남을 도우며 살아가자고 다짐을 한다.

▲ 주치의와 한자가 함께 하는 부안마실길 걷기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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