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눈 뜨고 코가 베였다면?

강주성의 <대한민국 병원 사용설명서>

등록 2015.11.04 10:25수정 2015.11.04 10:25
0
원고료로 응원
책겉표지 강주성의 〈대한민국 병원 사용설명서〉

책겉표지 강주성의 〈대한민국 병원 사용설명서〉 ⓒ 행복한책읽기

"내가 샀던 물품들은 결국 병원이 환자에게 이중으로 비용을 청구하는 것으로써 이런 내용은 병원이 알려주지 않는 한 환자는 결코 이를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이런 일이 의외로 많다. 특히 어떤 행위에 필요한 각각의 치료 재료들이 묶음으로 가격이 정해져 있다면 이 내용을 환자가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특정 주사제에 함께 가격이 매겨져 있는 주사 바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97쪽)

강주성의 〈대한민국 병원 사용설명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른바 병원 무균실에서 사용한 환자의 소모품에 대한 비용을 환자와 보호자에게도 모르게 부당 청구한 내용을 두고 하는 말이다. 더 놀라운 건 골수 검사비용은 비용대로 병원에서 받아내고 또 검사 바늘비용도 환자에게 따로 또 받다가 들킨 일도 있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이 책엔 불법 청구된 진료비를 되찾는 방법에서부터 시작해, 처방전 꼭 두 장 챙겨야 하는 이유, 선택진료비가 부당 청구된 일들, 비급여와 본인 부담금 상한제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론 실제로 겪은 내용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만큼 환자 편에 서서 의료 체계를 들여다보게 하는 훌륭한 책이다.

왜 저자가 병원의 불합리한 부분들을 조목조목 짚어내는 것일까? 실은 저자가 1999년도에 만성골수성백혈병에 걸려 골수이식 후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의 약가인하 싸움을 3년간 진행해 온 까닭에 있다. 더욱이 그 일로 인해 '건강세상네트워크'라는 시민단체까지 만들어, 전체 약값 인하 및 혈액관리 제도개선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한다.

"영리법인은 그 병원에 투자한 투자자(주주)들이 주인이다. 그래서 그 병원은 의료를 가지고 '영리활동'을 해서 이윤을 남겨야 하고 남겨진 이윤을 배당을 통해서 주주들이 나눠 갖는 것이 목적이다. 이때 이윤을 못 남기면-다시 말해서 경영을 잘 못하면-주주들이 고용한 병원장은 바로 잘린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그 병원은 당연히 한 번 찍어도 될 MRI를 두 번 세 번 찍자고 덤빌 것이다."(193쪽)

왜 그가 이토록 영리법원 허용을 막자고 소리치는 걸까? 정부와 보건복지부는 영리병원을 통해 국민들에게 다양한 의료 선택권을 보장해 준다는 취지를 내세우지만 돈 없고 힘없는 서민들에게는 그만큼 고통스러운 현실이 닥칠 것을 내다보기 때문이다. 비영리법인만이 허용된 지금의 상황에서도 과잉진료, 부당청구, 허위청구 등 각종 편법과 불법이 판을 치고 있다는데, 거기다가 영리병원까지 허용된다면 그 앞날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뜻이다.

"암에 걸린 모 환자. 그는 물론 의료급여 1종 환자다. 이 환자는 최근까지 총 5,077만 2,352원의 진료비를 냈다. 우리는 이 환자의 진료비 영수증을 가지고 올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비 확인심사 요청을 했다. 부당하게 환자에게 청구한 금액이 그 중 얼마나 되었을까? 무려 2,468만 9,772원이었다. 전체 진료비의 48.63퍼센트가 부당 청구 금액으로서 환수 받아야 할 돈이었다."(208쪽)


이처럼 부당청구 진료금액이 병원 곳곳에서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내용을 한 번 쯤 읽어보지 못했다면 그야말로 눈 뜨고 코가 베일 판이지 않을까? 대부분의 부당 청구 가운데에는 약 60%이상이 보험 적용이 됨에도 불구하고 보험 적용이 안 되는 비급여로 속여서 환자들에게 직접 받아낸 돈들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혹시라도 찜찜한 구석이 있다면, '병원에서 코가 베인 것 같다'면, 민사적으로 10년까지 가능하다고 하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종합민원에 문의하면 된다고 한다. 그곳에 진료비 심사 확인 요청을 하게 되면, 분명 해당병원에서 전화가 올 것이고, 또 취하해 주기를 요청해 온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 단호히 거절해서 정확한 사실 경위를 파악하는 게 먼저라고 한다. 그래야만 병원도 더 심혈을 기울여 환자 위주의 정책을 펼쳐나갈 수 있다고 조언한다.

대한민국 병원 사용 설명서 - 개정판

강주성 지음,
행복한책읽기, 2015


#영리병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남는 법이죠. 일상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샬롬.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2. 2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3. 3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4. 4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5. 5 참 순진한 윤석열 대통령 참 순진한 윤석열 대통령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