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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 개막전 패배, 단순한 '1패' 아니다

[프리미어12] 대회 개막전에서 일본 상대로 0-5 패배

15.11.09 08:43최종업데이트15.11.0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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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야구 국가 대항전 프리미어 12가 시작됐다. 지난 8일 일본 훗카이도 삿포로시의 삿포로 돔에서 열렸던 대회 개막전에서 대한민국과 개최국 일본이 첫 경기를 치렀다. 이번 대회는 개막전만 삿포로 돔에서 치르고, 나머지 예선 경기를 모두 대만에서 치른다. 8강전부터는 일본에서 진행되며, 준결승전부터는 모두 도쿄 돔에서 치러진다.

대회 최고 흥행카드이기도 했던 한일전이 개막전으로 치러졌다. 중요한 첫 경기에서 대한민국은 꼭 필요했던 첫 승을 놓쳤다. 5-0으로 졌지만, 단순한 1패가 아니었다.

대회 준비부터 미흡요소 노출, 예견된 개막전 패배

지난 8일 오후 일본 훗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 12 한국-일본 개막 경기. 1회 말 한국 선발 투수 김광현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리미어 12는 올림픽에 야구(남자부)와 소프트볼(여자부)을 정식 종목으로 다시 포함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신설된 대회다. 대회 시점을 올림픽 한 해 전으로 잡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야구가 정식 종목으로 부활하게 된다면, 제2회 프리미어 12는 올림픽 예선전의 성격을 지니게 된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는 40인 보호선수 로스터에 있는 선수들의 차출을 금지했다.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은 선수들을 차출할 수 없게 됨에 따라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배출한 대다수의 국가들은 선수 구성에 타격을 입었다.

게다가 대한민국 대표팀은 개막전이 치러진 삿포로 돔에 적응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지난 7일 삿포로 돔에서 J리그 축구 경기가 열리는 바람에 이날 경기가 끝난 뒤 8시간을 소비해 부랴부랴 야구장으로 바뀌었다. 삿포로 돔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도 축구 경기장으로 활용된 장소였다.

일본 선수들은 정규 시즌 때 그고에서 충분히 경기를 치렀겠지만, 대한민국 선수들은 경기장에 적응할 시간이 없었다. 쿠바와의 연습 경기도 넥센 히어로즈의 새로운 홈 경기장 고척 스카이돔에서 치른 뒤 일본에 와야 했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니혼햄 파이터스 실내 연습장에서 현지 적응 훈련을 실시했다. 반면 일본 선발투수 오타니 쇼헤이(니혼햄 파이터스)는 자신의 홈 경기장에서 개막전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경기장의 적응도부터 차이가 컸다. 게다가 일본의 1루수 나카타 쇼도 니혼햄 소속이었다.

아쉬운 수비 + 타선의 침묵 = 안타까운 패전

경기장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했으니 경기력도 현저한 차이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2회;말 수비 당시 김광현이 나카타를 삼진으로 잡았지만, 공이 포수 뒤로 빠지면서 낫 아웃이 돼 출루를 허용했다. 다음 타자 마쓰다 노부히로(소프트뱅크 호크스)의 타구를 우익수 손아섭(롯데 자이언츠)이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지만, 이 역시 경기장 적응 미숙으로 인해 캐치에 실패하고 안타를 허용했다.

다음 타자 히라타 료스케(주니치 드래곤즈)의 타구도 3루 베이스를 맞고 굴절이 된 것이 아쉬웠다(0-1). 다음 타자 시마 모토히로(라쿠텐 골든이글스)는 2루수 앞 땅볼로 막았으나 다음 타자 아키야마 쇼고(세이부 라이온즈)를 또 볼넷으로 내보낸 것이 대량 실점의 화근이 됐다. 그리고 사카모토 하야토(요미우리 자이언츠)에 희생 플라이를 내주면서 힘든 경기를 만들게 됐다.

5회 말 나카타의 안타와 마쓰다의 볼넷으로 1사 1·2루가 됐을 때 일본의 런 앤 히트 작전을 막지 못한 것도 아쉬웠다. 이 작전을 허용하며 1점을 추가로 내 줬고(0-3), 6회 말에는 사카모토에게 홈런을 허용했다(0-4). 8회 말 야마다 데스토(야쿠르트 스왈로스)의 타구가 3루수 황재균에게 맞은 뒤 굴절되어 적시타가 된 것도 아쉬웠다(0-5).

김광현(SK 와이번스)은 프로 2년 차였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4강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호투했다. 비록 2009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집중타를 얻어 맞으며 조기 강판되긴 했지만, 올림픽에서 호투했던 좋은 기억을 되살려 이 날의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그러나 일본은 김광현을 철저하게 연구했다. 김광현이 던지는 공들 중 특히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일본 타자들은 쉽게 방망이를 대지 않았다. 그리고 3회에 타순이 한 바퀴 돌 때를 전후로 김광현을 집중 공략했다.

결국 김광현은 2.2이닝 5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일본의 현미경 야구에 당하고 말았다(67구). 이후 조상우(넥센 히어로즈)가 3회를 마무리했고, 차우찬(삼성 라이온즈), 정우람(SK 와이번스) 그리고 조무근(kt 위즈) 3명의 투수가 각각 1실점했다.

그러는 동안 대한민국의 타선은 오타니에게 철저히 공략당했다. 4회 초 1사까지 단 1명도 출루하지 못했고, 오타니에게만 삼진 10개를 헌납하며 끌려갔다. 이날 오타니는 최고 구속으로 시속 161km를 전광판에 찍을 정도로 대한민국 타선을 압도했다. 스플리터 구속만 해도 시속 147km였으니 웬만한 대한민국 투수들 속구의 스피드와 비슷했다. 오타니는 대한민국 타선을 상대로 단 2피안타 2볼넷 10탈삼진 무실점으로 눌러 버렸다(91구).

오타니의 투구수가 90개를 넘자, 이번에는 두 번째 투수로 NPB 탈삼진왕 노리모토 다카히로(라쿠텐 골든이글스, 정규 시즌 215탈삼진)가 등판했다. 대한민국은 노리모토를 상대로는 8회에 2사 만루 기회까지 잡았지만, 이번에는 3번 타자 김현수(두산 베어스)가 3구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일본 투수들의 빠른 공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약속의 8회'는 이뤄지지 않았다.

9회에 대한민국은 마무리 마츠이 유키(라쿠텐 골든이글스)를 상대로 이대호(FA)와 박병호(넥센 히어로즈) 그리고 손아섭(롯데 자이언츠)의 3연속 안타로 무사 만루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때 역시 득점 하나도 올리지 못하고 끝났다.

대한민국에서는 김현수-이대호-박병호-손아섭이 중심 타선으로 출전했다. 김현수는 이번 겨울 FA 자격을 취득했고, 이대호는 FA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하고 있으며, 박병호는 포스팅 시스템을 신청해 1285만 달러 응찰액을 수용했고, 손아섭은 이번 대회가 끝나고 4주 군사 훈련이 끝나는대로 포스팅 시스템을 신청할 예정이다.

4명의 선수 모두 이번 대회에 따라 향후 진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다. 이들은 도합 14타수 5안타 2볼넷을 기록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순간에 타점을 올리지 못했다. 이날 대한민국의 테이블 세터였던 이용규(한화 이글스)와 정근우(한화 이글스)는 도합 7타수 무안타 1볼넷 2삼진으로 득점 연결고리를 전혀 만들지 못했다. 테이블 세터가 출루를 못했으니 아무리 중심 타선이 안타를 쳐도 타점이 나올 리가 없었다.

게다가 중심 타선에서도 볼넷 2개를 기록한 손아섭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3명이 삼진을 최소 1회 이상 당했다. 특히 김현수는 8회 초 2사 만루에서의 3구 삼진을 포함하여 무려 3개의 삼진을 당했으며, 재팬 시리즈 MVP에 빛났던 이대호도 삼진을 2개나 당했다.

B조 4위 안에 들어야 토너먼트 진출, 부담 큰 다음 일정들

지난 8일 오후 일본 훗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 12 한국-일본 개막 경기. 0대 5로 일본에 패한 한국 선수들이 아쉬운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리미어 12는 9일 또 다른 개최국인 대만이 네덜란드와 대만 개막전을 치른다. 10일에는 나머지 팀들의 리그 첫 경기가 열린다. 이 동안 대한민국과 일본은 대만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11일부터 여섯 경기가 치러지는 일정이다.

각 조마다 6개국으로 구성돼 있으며 풀 리그를 통해 1위부터 4위까지만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다. 2라운드부터는 일본으로 이동해 토너먼트를 치른다. 대한민국이 다음으로 상대해야 할 팀들은 도미니카공화국, 베네수엘라, 멕시코 그리고 미국이다. 비록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 선수들은 없지만,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에 초청 선수로 참가하는 마이너리그 유망주들을 상당히 많이 배출하는 나라들이기 때문에 만만한 상대는 없다.

대한민국은 2013년에 치러졌던 제3회 WBC에서 첫 상대였던 네덜란드에게 무기력하게 패했다. 이후 두 경기를 모두 승리하긴 했지만, 첫 경기에서의 패배로 인하여 득실 차에서 조 3위로 밀렸고,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첫 경기가 다음 일정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이날 무득점 패배에서 드러난 부족한 점들을 반드시 되짚고 넘어가야 한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이 네 경기를 대만으로 이동해 치르기 때문에 그곳에 가서도 또다시 현지 적응을 해야 한다. 일단 대표팀은 9일에 대만으로 이동하여 11일 경기를 준비할 예정이다. 일단 심리적 영향이 크게 미칠 수도 있는 개막전에서, 그것도 일본을 상대로 패했기 때문에 분위기를 잘 추스르고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2009년 제2회 WBC에서 첫 경기 대만을 상대로 승리했으나 두 번째 경기로 일본과의 첫 대결에서 2-14로 대패했다. 그러나 당시 2회 WBC는 더블 일리미네이션이었고, 이로 인하여 패자전 승리 팀이었던 중국과의 경기에서 14-0 대승을 거두며 회생하여 2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이 때의 좋은 기억을 떠올려 다음 경기들을 착실히 준비한다면 첫 경기 패배를 극복하고 2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 상대인 도미니카공화국은 제3회 WBC에서 승률 100%로 우승을 차지했다.

대한민국은 WBC에서는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해 본 적은 없다. 베네수엘라를 상대로는 2회 대회 4강전에서 8점 차 대승을 거둔 적이 있으며, 멕시코와 미국을 상대로는 1회 대회에서 승리한 바 있다. 이때의 좋은 기억들을 되살려 향후 일정에서 더욱 나은 경기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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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 야구국가대항전 대한민국대표팀경기 야구한일전 오타니쇼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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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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