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실로 온 '빌라 엄마'의 선물, 감동이네

인천석남중학교 회복적 생활교육이 가져온 감동

등록 2015.11.13 13:55수정 2015.11.1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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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10일 인천석남중학교 3학년 교무실로 배달된 편지와 선물

지난 10일 인천석남중학교 3학년 교무실로 배달된 편지와 선물 ⓒ 석남중


"지치고 힘든 몸을 이끌고 퇴근해 들어오다가 우연히 우편함에 놓인 학생의 편지를 읽고는 피곤이 눈 녹듯 녹아내렸다. 학교 규정을 어긴 것에 대한 반성과 함께 다른 친구들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까지 들어있는 편지가 정말 기특하게 여겨져 답장을 적어 보낸다. 건강에 안 좋으니 이번 기회에 담배를 뚝 끊기 바란다. 고맙다 내 아들 같은 OO아!"

행복배움학교(인천형 혁신학교)로 운영 중인 인천석남중학교(교장 김형백) 3학년 교무실에 지난 10일 편지 한 통과 선물이 담긴 상자가 도착했다. 선물 상자엔 감 6개와 과자들이 들어 있었다.

발신인은 '빌라에서 어느 엄마'로 돼있었는데, 학교 인근 빌라에 거주하는 한 여성이 3학년 학생에게 보낸 것이다. 감은 이 여성과 이웃한 할머니가 키우는 나무에서 딴 것이라고 했다.

이 여성이 쓴 노란색 편지지에는 "선생님들께서 징계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신 것 같아 정말 행복하고 기쁘다"는 말도 적혀 있었다.

이 여성이 편지와 선물을 보낸 사연은 이랬다. 석남중은 올해 2학기부터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이 함께 논의해 제정한 '생활협약'을 시행하고 있다.

이 생활협약에 따라 학교 밖에서 흡연한 학생은 담배를 피운 곳에 가서 담배꽁초를 줍고, 동네 주민들에게 진심어린 사과의 편지를 써서 흡연 장소 인근 가정에 전달한다.

일회적인 벌로 잘못을 털어내기보다는 학교와 지역공동체에 저지른 잘못을 스스로 느끼고 회복할 수 있게 하는 '회복적 생활교육'을 원칙으로 삼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편지와 선물을 받은 이아무개 학생은 "처음에는 '괜히 담배를 피워서 꽁초를 줍고 편지도 써야 되는구나, 귀찮다'는 생각뿐이었다"며 "그런데 편지를 읽고 나서는 나도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하지만, 좋은 일을 해서 받은 편지가 아니어서 부끄러운 마음이 생겼고, 다음부터는 절대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김찬 석남중 교사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한 중학생의 편지를 보고 주민이 느낀 뭉클함이 편지에 배어 있어, 사연을 알게 된 학교 구성원들은 큰 감동을 받았다"며 "응보적 처벌 중심이 아닌 공동체 회복을 중심으로 하는 생활교육 방식이 이런 사연을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http://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행복배움학교 #인천혁신학교 #석남중학교 #회복적생활교육 #생활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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