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배우기 위해 일본을 택한 이유

['좌충우돌' 사회적경제 17] '백문이불여일견' 프로젝트

등록 2015.12.02 10:38수정 2015.12.0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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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자는 지난달 9일부터 12일까지 서울시 강동구의 사회적경제-마을공동체 관계자들과 함께 일본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사회적경제-마을공동체 중간지원조직 활동가 3명, 공무원 2명, 구의원 1명, 사회적기업/마을기업/협동조합/시민단체 각 1명씩 총 10명으로 꾸려진 연수단에서 본 기자는 기록과 촬영을 담당하였는데, 이 지면을 빌어 3박4일 동안 일본에서 보고 듣고 느꼈던 바를 싣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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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이불여일견 프로젝트 일본 해외 연수 ⓒ 옥세진


강동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올해 초부터 강동구 민관협동 해외 현장 연수를 기획하였다. 지역 내에 협동조합이나 마을기업 등 지역 기반형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늘어나면서 지역 네트워크 강화, 민관 거버넌스의 확립 등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이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고, 또한 마을공동체와의 통합이 가시화되면서 그 가능성을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던 바, 선진지 탐방을 통해 우리에게 산적되어 있는 문제의 해결 실마리를 찾고자 한 것이다.

이미 국내의 선진지들은 대부분 돌아다녔기에 좀 더 낯선 시선으로 우리 스스로를 바라보기 위해 선택한 해외 연수 프로젝트. 작전명은 '백문이 불여일견'. 센터는 그 첫 번째 탐방지로 일본을 택했다.

현장탐방의 중요성

사실 처음 사회적경제 분야로 일자리를 옮긴 후 낯설었던 풍경 중의 하나는 적지 않은 현장탐방들이었다. 내가 몸담은 중간지원조직은 그 특성상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현장탐방은 그 교육의 일환으로서 매우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카데미를 열면 5~6강좌 후 현장탐방을 가는 것이 으레 하나의 코스였다.

마포 성미산, 원주, 홍성 등 사회적경제의 선진지를 찾아가는 현장탐방. 얼핏 생각하면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마냥 놀러가는 것 같기도 하지만 직접 현장탐방을 다녀본 결과 그것은 한낱 오해일 뿐, 현장탐방은 중요한 교육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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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홍동마을 사회적경제의 대표적 선진지 ⓒ 이희동


무엇보다 현장탐방이 필요한 이유는 그 현장성 때문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책에서 본 것과 그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사람들은 현장탐방을 통해서 좀 더 생생한 현실을 접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배운 바를 좀더 확실히 각인시킨다. 글로만 배운 한계를 현장탐방을 통해 보충해 나가는 것이다. 


특히 사회적경제의 경우 현장성은 더욱 중요하다. 아직 우리 사회의 사회적경제가 미천한 만큼 이를 일상에서 접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동네에서 가끔 생협매장 등을 볼 수도 있지만 어디 그곳에서 사회적경제를 체감하는 것이 쉬운 일이던가. 결국 사람들은 현장탐방을 통해 사회적경제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의 소통을 통해 사회적경제를 몸소 느낀다.

또한 사람들은 현장탐방을 통해 자기 확신성도 얻는다. 사회적경제가 아직 초기 단계이니만큼 현재 사회적경제를 공부하는 사람은 그 모두가 선구자적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들은 현장탐방을 통해 자신이 공부하고 있는 사회적경제가 실현가능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비록 그 길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도 절감하지만 나와 마찬가지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음을, 그리고 그들과 연대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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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현장탐방 사회적경제의 성지 원주 ⓒ 이희동


보통 사회적경제를 접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강원도 원주를 성지 순례하듯 탐방하게 되는데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한살림이 태동하고 32만 명 인구 중 약 10%가 협동조합원인 원주는 그 자체로서 사회적경제의 든든한 근거이며, 그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사회적경제가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지표이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원주를 탐방하며 사회적경제에 대한 원대한 꿈을 꾸고, 위로를 받으며, 의지를 다지기도 한다.

요컨대 현장탐방은 교육 프로세스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특히 사회적경제나 마을공동체처럼 새로운 지평을 여는데 있어서 현장탐방은 매우 소중한 경험이다. 우리는 그것을 통해 현장을 체감함으로써 자기 확신성 그리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왜 하필 일본인가?

그렇다면 센터는 왜 이미 사회적경제로 유명한 스페인 몬드라곤이나 캐나다 퀘벡, 이탈리아의 볼로냐 대신 하필 일본을 선택한 것일까? 최근에는 많은 일본의 협동조합 활동가들이 오히려 우리의 협동조합기본법 발효를 부러워하며 내한한다지 않는가. 설마 단순히 비용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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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의 아침 한국의 미래, 일본 ⓒ 이희동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 사회가 일본 사회와 유사하다는 사실이다. 많은 이들은 일본이 한국의 10년 혹은 20년 뒤 모습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의 한국전쟁 특수와 60~70년대 고도성장, 그리고 90년 버블붕괴 이후 잃어버린 10년까지 그것이 현재 한국이 걷고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

비록 아직까지 한국은 일본의 버블붕괴와 같은 엄청난 경제적 충격을 받지 않았지만, 불행히도 버블붕괴 직전까지 치솟는 부동산 값이나 그 버블을 유지하기 위한 정부의 무리한 토목공사들은 일본과 거의 비슷한 형국을 보이고 있다. 지금 당장 일본처럼 경제가 붕괴하더라도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어디 그뿐인가. 현재 일본의 고민 중의 하나인 인구의 고령화 역시 현재 한국 사회의 아킬레스건이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이제 얼마 있지 않아 급속도로 인구의 초고령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60대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5%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며, 사회는 그들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현재까지 우리는 끊임없는 성장을 외치며 다이내믹 코리아를 주장하지만, 이제 곧 사회의 활기는 잦아들 것이며 우리는 일본처럼 저성장 시대의 생존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일본을 공부해야 이유는 자명하다. 지금의 일본 모습이 곧 우리의 미래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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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의료생활협동조합 민관협동 해외연수 ⓒ 이희동


일본의 사회적경제나 마을공동체를 탐방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곧 우리의 현재이며 미래이다. 일본의 사회적경제-마을공동체는 잃어버린 10년 이후 사회를 재구성하는 방법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 속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야 하며, 또한 우리와 달리 사회적경제와 마을공동체가 확연히 분리되어 있지 않고 함께 작용하고 일본의 사례들로부터 현재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사회적경제-마을공동체 통합의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요컨대 일본 사회는 한국 사회의 가까운 미래이다. 따라서 우리는 일본을 공부해야 한다. 일본의 과거에서 현재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하며, 일본의 현재에서 이후 나아갈 길을 찾아야 한다.

다음은 이번 연수 동안 방문했던 기관들로서 앞으로 기술될 대상들이다.

2015. 11. 09 교토 하루하우스 / 교토아트센터
2015. 11. 10 교토 시민활동종합센터 / 미즈호 협동농협
2015. 11. 11 커뮤니티 서포트 센터 고베 / 고베의료생활협동조합
2015. 11. 12 키타노 공방거리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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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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