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결제카드 '나래'와 고려린크 심카드.
신은미
보통강호텔 로비에 있는 고려린크(Link) 지점에 도착하니 단체관광 안내원들이 여권 뭉치를 들고 심카드를 사고 있다. 한참을 기다리고 나서야 내 차례가 왔다. 여권과 함께 직접 작성한 신청서를 제출하고 심카드를 구입했다. 가격은 200달러. 첫 구입시 내장돼 있는 데이터 50MB를 모두 사용하고나서부터는 별도로 충전할 양만큼의 돈을 내야 한다.
50MB 가격은 약 30달러. 50MB라면 사진 열 몇 장을 보낼 수 있다. 헉, 가격이 엄청 비싸다. 물론 이 가격은 외국인 관광객에 해당되는 가격이며 국내 주민에게는 훨씬 싸다고 한다. 남편이 불평을 늘어놓자 고려린크 여직원이 "앞으로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면서 우리를 위로한다.
북한 심카드를 넣은 전화기를 떨리는 마음으로 켜봤다. 여기저기 눌러본다. 내가 원하는 모든 누리집이 다 열린다. 흥분된다. 카카오톡도 되고, 메신저도 되고, 중국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던 페이스북도 된다. 미국 프로골프 누리집도 열리고, <오마이뉴스>도 볼 수 있었다.
사실 이전까지는 북한에 올 때마다 일종의 고립감 같은 것을 느끼곤 했다. 호텔에서 국제전화 정도는 쓸 수 있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이로 인해 매번 북한에 갈 때마다 불편한 심경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남편에게 "세상과 격리돼 모든 걸 잊고 여행에만 전념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라고 주문을 걸었다.
하지만 이런 '낙천적 합리화'로 아무리 포장해봐도 내 마음 역시 늘 갑갑했다. 그런데 이제부터 나는 세상과 분리되지 않았다. 적어도 내게 북한은 더 이상 고립된 나라가 아니다. 손바닥만한 스마트폰 하나가 북한을 세계와 연결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은 인터넷 연결이 되자마자 미국프로골프 경기 결과 검색에 여념이 없다. 나는 남편으로부터 겨우 전화기를 빼앗아 미국의 아이들과 페북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아이들이 깜짝 놀란다.
"엄마, 거기 어디세요?""여기는 북한, 오바.""뭐라고요? 북한? 거짓말…. 무슨 북한에서 페북을…. 엄마 북한에서도 추방당하셨어요? 지금 어디세요?""아니. 여기 북한이야. 지금 평양에 있어.""에이~, 엄마 좀 어떻게 되신 거 아니에요? 북한에서 무슨 페북을….""집에는 별일 없지?"네.""그래 이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연락할게."아이들은 믿을 수 없다는 눈치다. 하긴, 북한에서 페이스북을 하는 나도 믿기지 않기는 매한가지니까.
북한 식당에서 가격표 보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