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받지 않아도 괜찮은 마음 있다면, 어른"

[인터뷰] 에세이 <어른이 된다는 건> 출간한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

등록 2015.12.07 20:32수정 2015.12.07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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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도서 웹진 <북DB>는 요시모토 바나나 작가와 11월 24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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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 ⓒ 기준서


진짜 어른이란 무엇을 경계로 나뉘는 걸까. 나이, 정신 연령, 경험 따위가 어른의 경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왔지만, 이따금씩 왠지 모르게 '어른'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이질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어른이 되지 않아도 괜찮아요. 다만 당신 자신이 되세요."

요시모토 바나나. 그녀는 평범한 일상 속을 헤매고 있던 어른 아이들 사이로 다가와 불쑥 위로를 건넨다. 어린 시절 자신이 꿈꿔온 어른의 모습을 50세의 나이에 가까워졌을 무렵에서야 겨우 닮을 수 있게 되었다며 그녀는 말했다.

"자기에 대해서 자기가 잘 알고 있으면서,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굳이 인정받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가짐."

그런 마음을 가졌을 때 우리는 진짜 어른이 된 것일 거라고. 에세이 <어른이 된다는 건>에는 실패하고 헤매고 깨닫기를 반복했던 젊은 날의 회고가 담담하게 펼쳐진다.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가도 문득 "나는?" 하고 스스로에게 자문하게 되는, 언젠간 인생에서 꼭 필요했을 여덟 가지 질문들과 함께.

그리고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인생을 앞서 살아가는 한 중년 작가에게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조금 더 자세히 듣고 싶었다.


"어른의 안에는 아직 어린이가 살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 <어른이 된다는 건>은 '진정한 성장이란 무엇일까' 하고 어른들이 스스로에게 자문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책 같습니다. '진짜 어른'이라는 테마를 떠올리게 되신 계기를 가르쳐 주세요.
"지금의 일본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마음에 걸리는 것은 사회가 갑갑해지면서 어린이들의 창조성이 점점 빼앗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린이들이 '이런 삶의 방식도 있지 않을까?'라고 떠올렸을 때 곁에 둘 만한 책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어른들 역시 요즘 앞뒤가 꽉 막힌 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마음이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전할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았습니다. 부모님들의 마음이 조금 더 여유로워진다면, 그만큼 아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어른이 되지 않아도 괜찮아요, 다만 당신 자신이 되세요"라는 한 마디가 마음에 스몄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작가님이 독자에게 가장 전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바로 그 한 마디입니다. 사람은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태어난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사회 속에서는 역시 그것을 마음껏 발휘하기 힘들다고 해도, 혼자가 된다든가 친한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에 자신을 꺼내어 보이는 일은 가능하겠지요. 그런 시간을 가져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나이, 역할, 사고방식 등등 진짜 '어른의 경계'란 무엇일까요?
"자기에 대해서 자기가 잘 알고 있으면서,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굳이 인정받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가짐입니다."

-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내면에서 엉엉 우는 아이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이것은 즉 완벽한 어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모두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으로서 인생을 살아간다는 의미일까요?
"어른의 안에는 어린이가 아직 살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 어린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어린이가 만약 납득해 주게 된다면, 인생을 살면서 대부분의 꿈은 실현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어린 시절 꿈꿔 왔던 '어른의 모습'과 지금 작가님의 모습은 어느 정도 닮아 있나요?
"50세쯤 되고 보니, 겨우 조금은 닮게 되었습니다. 그 정도로 어려운 일이었네요."

-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사람은 자신이 잘하는 일로 도피하게 되는데요. (중략) 잘하던 일도 엉망이 되고 그 일을 해도 즐겁지 않게 됩니다;라는 한 구절은 자신의 일에 매너리즘을 느끼고 있는 사회인들이라면 모두들 공감할 것 같습니다. 작가로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상하는 것은 숙명과도 같은데, 작가님도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하신 적이 있는지 묻고 싶네요.
"있습니다. 스스로 만들어 낸 자기만의 방법을 고집하고 있다 보면,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없게 되어 버려요. 한시라도 빨리 전환하기 위해서는 여행하는 게 좋더군요. 여행지에서 자신의 평소 생활을 돌아보면, 여러 가지 것들이 보입니다. 안 해도 좋을 일을 하고 있었다든가, 반복적인 일상이 되어 버린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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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 ⓒ 기준서


나와 타인이 서로를 체험하는 감격, 그것을 글로 쓰고 읽는 것이 곧 '문학'

- 제2문 '공부는 꼭 해야 할까?'에서 굉장히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미래상을 확실히 정하고 계신 것을 보고 감탄했습니다. 책에 적힌 것 외에 작가가 되기 위해 따로 노력을 하신 일이 있나요?
"계속해서 쓰고 또 썼습니다. 그저 계속해서 쓰는 것, 그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열심히 관찰했습니다. 그건 정말로 큰 도움이 되었어요."

- 사상가인 아버지, 만화가인 언니에게서는 어떤 영향을 받으셨나요?
"아버지로부터는 살아가는 자세를 배웠습니다. 제 안에서 확실히 이해하고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는 전해지지 않아도 괜찮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일이 있다면 일깨워 줘야 한다. 그러한 자세였습니다. 언니로부터는 자신을 관철하는 강함과 야생적인 감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법을 배웠습니다."

- 작년 인터파크 북DB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선생님의 작품에 대해 "저마다 호불호가 있겠지만 이 정도 쓸 수 있게 되다니 너도 한 사람 몫을 하게 되었구나"라고 말씀해 주신 것을 회고하셨는데요, 그 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계신가요?
"어떤 종류의 유언이었다는 생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 후 아버지는, 굉장한 소설을 쓰기보다는 좋은 인생을 보내는 것을 우선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죠. 그 말씀을 지금에야 겨우 이해하고, 그렇게 행동하고 있습니다.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1988년 발표된 데뷔작 <키친>은 지금까지도 전 세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입니다. 데뷔작이 큰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는데요, 신인 작가에게 그것은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습니까?
"갑자기 사회에 내보내졌기 때문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걸어왔습니다. 하지만 그 경험은 겪어 보기를 잘했다고 지금 와서는 생각하게 되었어요. 두 번 다시 경험할 수 없고, 하고 싶지도 않지만 의미가 있는 일이었습니다. 나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어요."

- <해피 해피 스마일>을 읽고 이전 작품과는 달리 '엄마의 눈으로 보는 세상'을 느꼈습니다. 임신, 출산, 육아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맞이한 가장 커다란 변화는 무엇이었습니까?
"지금까지는 주부 일이 아주 싫었지만 점점 즐겁게 되었어요. 제가 있어서 가족이 돌아가고, 좋은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게 된다는 건 작은 일이지만 커다란 충족감을 전해 줍니다. 인터넷 쇼핑몰 같은 것을 활용해서 지병인 요통에 부담을 주지 않는 장보기(아주 무거운 것을 슈퍼마켓에서 사서 걸어 돌아오는 일이 없도록)를 연구한다든가 하게 되기도 했어요. 예전에는 의지로라도 걸어가서 사 왔던 것 같은데, 시대가 참 좋아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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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 ⓒ 기준서


- 치유와 위로와 일상을 특별하게 볼 수 있게 하는 시선이 한 명의 독자로서 느낀 작가님 작품의 특징이자 매력입니다. 작품을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궁극적인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마음의 자유입니다. 인간은 실제 삶 속에서 그저 자유롭게만 살아갈 수는 없지만, 마음만은 커다란 창조성 안에 있어야 한다고 기원합니다."

- 어떤 인터뷰에서 "소설을 읽고, 좋은 영화나 음악에서 얻을 수 있는 감동을 느낀다면 그것이 정말로 좋은 문학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지식이나 교양 등과 상관없이 마음에 울림을 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문학이라는 의미라고 생각했습니다. 작가님의 문학관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가장 소박한 것, 누군가가 자신의 체험이나 다른 사람의 체험에서 감격을 느끼고, 그것을 글로 써서, 쓴 글을 또 다른 사람이 읽고, 그것을 또 다른 사람에게 읽히는 것... 이야기란 원래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며, 거기서 멀어져 버린 문학은 문학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선생님의 작품에는 영화, 만화, 음악, 드라마 등 서브컬처 요소가 활용되어 세대적인 동질감을 느끼게 해 줍니다. 그것은 일종의 문학적인 테크닉일까요?
"언제나 지금 이 시대를 살며 같은 시간 책을 읽어 주는 사람들에 대해 약간의 특전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런 기분이 큽니다."

 -작년 인터파크 북DB와의 인터뷰에서 "제 생활 가운데에서도 한국은 하루에 한 번도 한국어를 듣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로 가깝답니다"라고 답해 주셨습니다. 한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도 (<도토리 자매>) 쓰셨을 만큼 여러 번의 기회를 통해 친근감을 표현해주셨는데, 작가님께 한국이란 어떤 의미의 나라인지요?
"저에게 있어 한국은 굉장히 좋아하는 나라입니다. 엄청나게 좋아하는 이승기씨도 있고요! 서울밖에는 모르지만, 서울에서 매일 눈을 뜨면, 땅과 사람들의 에너지를 느끼면서 마음속에 활기가 일어납니다. 분명 일본과 한국 사이에도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소설을 통해 항상 한국의 독자분들에게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터파크도서 웹진 <북DB>(www.bookdb.co.kr)에도 게재됐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 요시모토 바나나의 즐거운 어른 탐구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민음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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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 북DB #요시모토 바나나 #어른이 된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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