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 문인화 수상작가 특별전을 보고

한국서예박물관 특별기획전

등록 2015.12.10 10:32수정 2015.12.1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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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예박물관 특별기획전으로 30년 전부터 우리나라의 현대서예를 이끈 대표적인 공모전 중 하나였던 대한민국미술대전을 되돌아보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문에서 1982~1988년까지 수상했던 대상작품 7점, 우수상작품 4점, 특선작품 다수와, 역대 수상작가 60명의 새로운 서예작품과 문인화작품 60여 점이 함께 전시되고 있어, 공모전 수상 이후 작가의 활동상도 볼 수 있는 전시회이다.


a  한국서예박물관

한국서예박물관 ⓒ 한정규


전시회에 참여한 서예작가 중, 1982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은 정도준 선생은 이후에도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화성행궁의 '유여택', '복내당', '북군영' 등 19개의 현판글씨를 써 수원과는 친숙한 인물이기도 하다.

80년대에 수상한 한국서예박물관 관장인 근당 양택동 선생은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서예가 중 한 명으로 한국 서예계를 이끌고 있으며, 평생 수집한 수많은 고서와 서화작품 등을 수원시에 기증해 국내 최초로 한국서예박물관을 건립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었다. 화성행궁의 '남군영', '중약문', '가어문'과 '여민각', '성신사' 등의 현판글씨를 썼다.

우리나라의 근현대 서예 문인화 공모전은 1920년부터 10회에 걸쳐 개최된 조선총독부 주최 '조선미술전람회'가 그 시작이며, 이후 1932년부터 1945년까지는 '조선서도전람회'로 분리 운영되었다.

해방 후 1948년부터 정부 기관의 주도로 '대한민국미술전람회(서예부문)'가 열리기 시작해 1981년까지 30회로 끝을 맺었다. 국가 주도의 공모전에서 나타난 운영상의 모순과 심사위원들이 자기 제자만을 입상시키는 등의 뿌리 깊은 비리를 극복하고자 민간주도의 '대한민국미술대전(서예부문)'이 개최되기에 이른 것이다.

a  한국서예박물관 서예문인화 전시

한국서예박물관 서예문인화 전시 ⓒ 한정규


공모전은 우리나라 서예 문인화 발전에 크게 기여했으며, 작가 개인의 실력을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이며, 신인작가의 등용문 역할을 했고, 서예 문인화 인구의 증가와 저변 확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1980년대는 서예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대학에서는 서예과가 생기는 등 서예가 번영을 누렸다. 이후 수많은 공모전이 새로 생기면서 서예인구가 늘어나 문화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실력 없는 작가를 양산해 서예의 작품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질적 저하와 파벌이 생기는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서예는 서성이라고 일컬어지는 동진(晉)의 왕희지(307~365)에 의해 체계가 확립된 이후 오늘날까지 예술로 발전해왔다. 후한(漢)이 멸망하고 수나라(隋)가 생길 때까지 위진남북조시대(221~589)에 서예는 두 흐름으로 발전한다.


한 흐름은 삼국시대의 오나라, 동진, 남조의 송, 제, 양, 진 등 양쯔강 하류인 남경에 수도를 가지고, 화북의 정권과 대항하던 육조시대(229~589)의 서예는, 왕희지 등에 의해 발전했으며 글씨에 강남의 풍류가 있어서 소탈하고 분방하며 곱고 미묘하였다.

이에 반해 북조의 글씨는 중원의 전통인 옛 법칙을 지켜 내려온 것으로 구속하듯 고졸하고 준경한 글씨로 발전했다. 이후 수나라가 중국을 통일하면서 남북의 서예가 융합을 이루어 당나라 시대에 화려하게 꽃필 수 있었다.

a  1980년대 대한민국미술대전 수상작 회고전시회

1980년대 대한민국미술대전 수상작 회고전시회 ⓒ 한정규


진나라 사람은 운(韻)을 숭상하여 왕희지 글씨는 신운(神韻)이 감돌았고, 당나라 사람은 법(法)을 숭상하여 구양순, 저수량 등의 글씨에는 법도가 있었고, 송나라(宋) 사람은 의(意)를 숭상하여 소동파, 미불 등의 글씨에는 작가의 의지가 반영되어 있었고, 원나라(元), 명나라(明) 사람은 태(態)를 숭상하여 조맹부, 동기창의 글씨는 자태가 아름다웠다.

청나라의 서예는 고증학의 정신을 이어받아 옛것에 대한 연구, 특히 고비(古碑)를 연구하는 금석학이 크게 일어나 고졸미(古拙美), 예스러우면서도 개성을 잃지 않는 글씨가 창출되기에 이른다. 이렇듯 서예의 발전사를 보면 변증법적인 역사성을 볼 수 있으며, 신라의 김생, 고려의 탄연, 조선의 안평대군, 한석봉, 추사 김정희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서예사도 이와 유사했다.

한국서예박물관 1층 전시실에 가면 초청된 작가 60명의 80년대 공모전 수상작품과 최근의 작품을 함께 감상하면서, 작가의 예술적 성장 과정을 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특별기획전은 2016년 1월 3일까지 열리는데, 10년에 한 번 보기도 힘든 전시회이니만큼 놓쳐서는 안 된다. 일부 내용은 유홍준의 '완당평전'을 인용했다.

a  양택동 한국서예박물관 관장 작품

양택동 한국서예박물관 관장 작품 ⓒ 한정규


진묵대사 선시

天衾地席山爲枕 천금지석산위침 / 하늘은 이불 땅은 자리 산을 베개 삼고
月燭雲屛海作樽 월촉운병해작준 / 달은 등불로 구름을 병풍으로 바다를 술통삼아
大醉居然仍起舞 대취거연잉기무 / 크게 취해 거연히 일어서 춤을 추니
劫嫌長袖掛崑崙 겁혐장유괘곤륜 / 긴 소맷자락이 곤륜산에 걸릴까 하노라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서예박물관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문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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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가슴에 안고 살면서 고전과 서예에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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