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오는 2016년 4월 13일 실시되는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개표를 할 때 계수기를 돌리면서 육안 심사를 병행할 목적으로 속도를 늦춘 계수기를 준비 중이다.
그 동안 일각에서는 공직선거 개표 때 육안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투표지 다발을 들고 '휘리릭' 훑어보거나 계수기만 돌리고 끝내는 게 확인되어 선관위의 개표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실제로 투표수 2213매를 단 2분 만에 심사집계와 위원검열을 거쳐 득표수가 확정 공표한 경우도 있다. 1분에 1000장씩 세는 지폐계수기보다 더 빠르게 개표를 진행했다는 기록이다.
▲ 심사집계부 계수기 공직선거 개표 때 저 계수기를 돌리면서 기표상태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수개표를 하겠다고 선관위가 준비중이다. ⓒ 18대 대선 개표영상 캡쳐
18대 대통령선거 경북 구미시 양포동 제 8투표구(투표수 2213표) 개표상황표를 보면 투표지분류기로 1차 분류를 마친 시각이 0시 53분이다. 위원장이 개표 상황표를 공표한 시각이 0시 55분이다. 투표지 2213매를 개표하는 데 걸린 시간이 단 2분이다. 투표지분류기 이후 단계인 심사집계부와 위원검열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른 이유다.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지방자체선거의 개표는 전자개표를 할 수 없다. 투표지분류기를 쓰는 경우에는 심사집계부와 위원검열 단계에서는 모든 투표지를 육안으로 확인·심사를 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18대 대통령선거 때 개표 영상 보면 투표지분류기로 분류한 뒤 심사집계부와 위원검열의 절차가 거의 생략되었다는 걸 볼 수 있다.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개표소, 대구시 서구 개표소 등에서 심사집계부에서는 개표검사원들이 투표지를 '휘리릭' 훑어보거나, 육안 확인을 거치지 않고 바로 계수기를 돌렸다.
선관위 "정확성·신속성 높이겠다"고 하지만, 과연?
▲ 18대 대선 개표매뉴얼 대선 개표매뉴얼에도 계수기는 계수하는 용도 이외 사용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 이완규
이렇게 개표 심사가 부실하게 진행되었다는 지적이 일자 선관위가 내놓은 대책이 '투표지를 계수기로 돌리면서 육안 심사를 병행'하겠다는 것이다. 선관위 선거1과 관계자는 15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손으로 한 장 한 장 넘기며 검사하는 것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며 "속도가 느린 계수기를 도입해 육안으로 투표용지를 확인하고 동시에 숫자도 세면서 신속성과 정확성을 재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18대 대선 개표매뉴얼에는 "개표 사무원이 투표지 전량을 육안으로 심사·확인해야 하고, 계수기 등을 이용하여 100매 묶음의 매수 재확인 한다"고 쓰여 있다. 선관위에서는 신속성과 정확성 모두를 재고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하지만 계수기를 돌리면서 개표심사를 병행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남는다.
이와 관련 선관위 선거1과 관계자는 "계수기를 돌리면서 개표심사를 병행하면 안 된다는 법 조항은 없다"며 "개표사무원이 투표지의 기표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게 속도를 낮춘 계수기가 준비 되면 사전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위원검열도 계수기로 하게 되느냐고 물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검열위원들에게 계수기를 돌리며 검열하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위원검열에 대해서는 구시군선거관리위원장을 제외한 검열위원들이 개표소를 순회하면서 검열하는 식으로 검열방식을 바꾸기 위해 국회에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선관위가 계수기를 돌리며 육안심사를 병행하겠다는 것은 개표 원리에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 제178조 2항에서도 기계장치 또는 전산조직은 개표사무 '보조'를 위해 쓰도록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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