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의 불타는 '괴물' 기자, 그만의 특별한 무공

[올해의 특별상] 김종술 현장 탐사 기자

등록 2015.12.29 14:21수정 2015.12.2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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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톱 1에 올랐던디유?"
"아이! 죽겄시유. 찬 강물에 들어가서 2-3시간 동안 뒤적거렸더니, 아직도 손발이 얼얼해유. 한번 같이 들어가 볼래유?"
"아이구, 엄살은... 몸 취재의 달인 경지에 올랐구먼유 ㅋㅋㅋ. 지금 어디 여유?"
"어디긴요. 또 강이지."

영하의 날씨에 장화를 신고 금강에 들어가서 혼자 이 잡듯이 강바닥 펄을 뒤적거린 뒤 오마이뉴스 톱기사로 쏘아올린 기사는 이것이다. 

"피부병 원인 '깔따구', 금강에 득실득실"

김종술 시민기자(49). 그는 금강에 사는 고수다. 수가 높아서 하늘을 나는 자는 누구도 따라잡지 못할 권법을 가졌다. 그의 3대 신공은 '금강불괴' '온몸 불사' '재산 타파'. 그가 무공을 펼치는 곳은 금강인데, 가끔 전국에 출몰해 뭇사람들을 당혹하게 한다. 그중 한 명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굳이 이 두 사람을 분류하자면 무협지에 항상 등장하는 '정파'와 '사파'라고나 할까. 2015년 <오마이뉴스> '올해의 특별상'을 거머쥔 무공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신공 1] 금강불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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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지킴이' 김종술 시민기자와 '낙동강지킴이' 정수근 시민기자가 지난 8월 26일 오전 낙동강 구미보 하류에서 감천에서 흘러들어온 모래가 재퇴적된 곳을 확인해보고 있다. ⓒ 권우성


금강불괴(金剛不壞). 금강처럼 단단하여 부서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는 단단하다. 불괴의 비결은 '현장'이다. 10만인리포트 '금강에 산다'를 연재하기에 자주 전화로 목소리를 듣는 편인데, 어딘지 물어보면 역시 "금강"으로 출근했다. 심지어 그는 강의도 강에서 한다. 부득이 외부로 나갈 일이 아니면 강으로 오라고 한다. 함께 강변을 걷다가 강물 속에 수강생들을 끌고 들어가서 강의한다. 먼발치에서 바라만 봐서는 강을 알 수가 없단다.

그가 강을 떠나지 않는 이유. 사실 고수들은 자기가 꿰뚫고 있는 곳으로 상대를 유인한다. 지형지물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금강의 물고기 떼죽음 첫 보도, 공산성 붕괴 단독 보도, 큰빗이끼벌레 첫 보도, 금강 깔따구, 실지렁이 출몰 첫 보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런 굵직한 특종 신공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큰빗이끼벌레 특종 때, 그의 무공이 널리 알려지자 전국에서 기자들이 개미떼처럼 몰렸다. 하지만 뉴스거리를 찾는 데 실패한 직업 기자들은 시민기자인 '김종술'의 힘을 빌렸다. 큰빗이끼벌레 서식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 기자는 특종 뒤에도 현장 안내를 부탁하는 수많은 기자들의 등쌀에 시달렸다. 그는 두 달 동안 직업기자들을 몰고 다녔다. 일종의 팬 사인회라고 할까. 

이런 그의 빛나는 특종은 현장에서 눈으로 보고 직접 만져본 것들이다. 심지어 처음 보는 큰빗이끼벌레의 정체와 유해성을 파헤치려고 먹기까지 해서 '괴물기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담력이 무척 센 것처럼 보이지만 몇 시간 망설이다가 두 눈 딱 감고 먹었단다. 이렇게 철저한 현장 검증을 거친 기사이기에 그의 글은 거침없는 '직구'다. 비틀거나 머뭇거리거나 좌고우면하지 않고 세상을 향해 쏜다. 

한 달에 닷새정도는 금강에 결근하는데, 회의가 있거나 특별 취재 요청이 들어올 때다. 지난 11월 10만인리포트 '영덕대게를 부탁해요!' 특별기획의 특임기자로 뛸 때도 며칠 동안 출석 체크를 못 했다. 그런데 '뱀 길은 뱀만이 안다'던가? 현장에서의 취재 후각이 발달한 그는 영덕 핵발전소 찬반 투표 상황을 현장취재하면서 무술 신공을 통해 두 건의 특종을 했다. 이것이다.

영덕 주민들에 밥 사주고... '주민투표 소문' 사실이었다
한수원이 투표소 들어가는 사람 '도촬'

고수들은 자기의 신공을 아무에게도 누설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에서 근무하고, 그는 시민기자이면서 매월 오마이뉴스를 유료 구독하는 10만인클럽 회원이다. 즉, 특수 관계다. 나는 그를 따르는 직업기자 무리 중 하나다. 특종의 비결을 캐물었더니 이렇게 말했다.

"전에 10만인클럽 '밀양 리포트'를 하면서 한 달을 거기서 살았잖아유. 그 때 알았던 친구가 영덕에 있더라고요. 그 사람이 슬쩍 흘려줘서, 현장을 확 덮쳤죠. 흐흐흐."  

금강불괴, 그는 금강의 불타는 괴물 기자다.

[신공 2] 온몸 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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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빛이끼벌레. ⓒ 이희훈


김종술 기자의 두 번째 신공은 '온몸 불사'. 온몸 저널리즘이다.  


이 동영상 한 편만 보아도 그가 펼치는 무공의 깊이를 간파할 수 있다. 지난 6월, 10만인리포트 '금강에 살어리랏다' 현장탐사 보도를 할 때 함께 간 기자들도 혀를 내둘렀다. 그는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 무등산 수박보다 더 큰 큰빗이끼벌레를 연거푸 꺼냈다. 그의 팔뚝에 큰빗이끼벌레의 포자가 수없이 묻었고, 시궁창 냄새가 진동했다. 그는 한 손으로 쓱~ 큰빗이끼벌레를 쓸어내리면서 한마디 했다.

"어이구! MB같네!"

고수들은 가끔 더 넓은 무공의 세계로 나가 신공을 펼친다. 지난 8월에 진행한 10만인리포트 '낙동에 살어리랏다'가 그 중 하나다. 

10만인클럽이 자락을 깔았다. '김종술 기자에게 투명카약 선물하기' 프로젝트를 쏘아 올렸다. 300만 원 모금해서 투명 카약을 한 개를 선물할 테니 더 큰 무공의 세계인 낙동강에 가자고 꼬드겼다.

투명카약 프로젝트의 반응이 폭발했다. 순식간에 300만 원이 걷혔다. 그 때, 그는 한 번 더 장풍을 날렸다. 낙동강을 묵묵하게 지켜온 또 다른 고수, 정수근 시민기자에게도 투명카약을 선물하자! 결국 1400여만 원이 모였다.

[10만인리포트 : 김종술 기자에게 투명카약 선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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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에 살어리랏다' 탐사보도팀이 지난 8월 24일 오전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도동서원앞 낙동강에서 투명카약을 타고 녹조 탐사활동을 벌였다. '낙동강 지킴이' 정수근 시민기자와 '금강지킴이' 김종술 시민기자가 투명카약을 타고 녹조 위를 지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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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유역의 도동서원 앞 도동나루터에서 금강지킴이 김종술 시민기자가 낙동강에서 뜬 녹조 물을 뿌려보고 있다. ⓒ 권우성


투명카약을 탄 '4대강 투캅스'는 낙동강에서 무공을 펼쳤다. 첫날, 김 고수는 두 개의 무기를 꺼냈다. 하얀 면수건과 흰색 티셔츠. 도동서원 앞에서 '녹조염색' 신공을 펼치더니 흰옷을 입고 걸쭉한 녹조의 강에 뛰어들었다. <오마이뉴스> 취재팀은 녹색 화성인 같은 그 모습을 찍어 실시간으로 SNS에 날린 뒤 기사를 썼다.

온몸 불사, 그는 잠시 두통을 호소하더니 어딘가에서 플라스틱 양동이를 가져왔다. 두 번째 신공은 'MB 받아랏!'. 양동이에 담긴 녹조 물을 바닥에 쫙! 뿌렸다. 그는 아직도 성에 차지 않는지 녹조 물속에 다시 들어갔다. 세 번째 신공은 '녹조 기둥'! 물속에서 양동이로 녹조물을 부으면서 선명한 녹색 기둥을 만들었다.   

지면 관계상 다른 온몸 신공은 생략하고 탐사보도 마지막 날 선보인 '날다람쥐' 권법. 녹조의 강에서 나와 MB 이전의 강의 모습을 간직한 삼강 전망대 앞에서 호젓하게 드론을 날리며 투명카약의 노를 젓고 있을 때였다. 김종술의 권법을 영상에 기록해 온 사진 기자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10m 절벽 위에 드론이 추락했다.

김종술은 거의 90도 경사의 절벽을 기어올랐다. 수백만 원대의 드론은 안녕할까? 모두가 숨을 죽였다. 강 건너편에서 그가 소리쳤다.

"멀쩡하네유, 드론!"    
   
날다람쥐 신공을 마무리한 뒤 절벽 위에서 드론을 들어 올리자 저녁놀이 가득한 강에 박수가 터졌다. 금강불괴가 낙동강에서 펼친 온몸불사.        

4대강 충격 영상, 그때 드론만 띄웠더라도...

[신공 3] 재산 타파

고수에게는 감동 스토리가 따라다닌다. 즉,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얘기란 말이다. 10만인클럽이 지난 12월12일 대전에서 개최한 '찾아가는 글쓰기 특강'에서도 그 앞에서 흘리는 눈물을 직접 목격했다. 일명 '눈물샘 폭파' 신공.   

"통장 잔고는 제로였습니다. 주머니를 터니 5000원이 나왔어요. 그걸로 빵을 사서 버스 타고 부여에 간 뒤 걸어서 공주까지 3일 동안 금강변을 혼자 걸었습니다. 공주 곰나루 터에 앉아 잠시 쉬고 있는데 물속에 이상한 생명체가 보였습니다. 그걸 사진으로 찍어서 시민단체와 학자에게 보냈는데 모른다고 했습니다. 쌍신공원에 갔더니 이상한 놈들이 물속에 가득 차 있었더라고요."

큰빗이끼벌레를 처음 목격한 순간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부터 맨 앞자리에 앉아 있었던 한 수강생(학교 교사)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샘솟았다. 뒷자리에 앉아있었던 50대 남자 수강생의 눈도 붉게 충혈됐다. 여기서 이러면 안 되는데... 바로 뒷순서가 나였다. 눈물로 초토화된 수강생 앞에서 나는 길을 잃었다. 

그날 선보이지 않은 여러 개의 눈물샘 폭파 신공 중 하나를 소개한다. 그는 무일푼이다. 월급도 안 받고 4년째 금강으로 출근하고 있다. 그는 아무런 대가도 주지 않는 금강에 아버지가 물려주신 땅도 바쳤다. "4대강 광고를 안 받겠다"며 지역신문사도 바쳤다. 그가 대표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쉽게 말하면 지금은 백수다. 이런 사람과 결혼할 여자는 거의 없다. 그래서 그는 금강과 결혼했다.  

통장 잔고 제로지만 고수는 먹잇감 앞에서 주저하지 않는다. 승리를 확신하기 때문이다. 백수 기자는 그를 따르는 수많은 제보자 중 한 명으로부터 공산성 붕괴 사실을 알았다. 그는 카메라를 메고 뛰었다. 천년 토성의 붕괴, 게다가 공주 시민들의 자랑거리였던 상징의 붕괴, 가슴 아픈 일이지만, 특종이 눈앞에 있었다. 공무원이 카메라를 가로막았다. 욕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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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본 공산성 (빨간색) 헤쳐진 땅이다. 무성한 나무들이 베어지면서 황량하고 쓸쓸해 보인다. ⓒ 김종술


그는 결국 날개를 폈다. 비행기를 띄워 붕괴 현장 사진을 찍었다. <오마이뉴스>에 최초로 송고했다. 거의 모든 언론이 받아 적었다. 잠시 영광을 누렸지만, 특종을 안겨준 비행기 삯. 그에게는 가혹했다. 두 달여 만에 갚았다.

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 MB의 4대강. 국민 주머닛돈 22조 원을 턴 그 사업은 안녕하신가? 언론이 항상 계급장처럼 달고 다니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자기 주머니를 선선히 턴 직업기자를 나는 보지 못했다. 그는 그 일을 한다. 재산 타파. 그의 눈물샘 신공의 비결이다.

마지막으로 그의 자잘한 무공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아이! 내가 한 일도 없는데."

<오마이뉴스> 특별상 수상 소식을 알렸더니 그 무공을 터트렸다. 겸손이다.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쳐주고 싶다. 고수에게는 흔한 일이다.

#김종술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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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사람에 관심이 많은 오마이뉴스 기자입니다. 10만인클럽에 가입해서 응원해주세요^^ http://omn.kr/acj7

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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