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폭등에도... 서민주거특위는 세입자 외면?

[박동수의 주거 칼럼9] 정부와 정치권, 불신·불공정·불통·무책임·무능의 주택정책 실시

등록 2015.12.29 10:49수정 2015.12.2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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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에 걸려있는 게시물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작년 이맘때가 생각난다. 국회에서 핵심법안을 놓고, 새누리당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재건축 초과 이득세 보류 등의 부동산 3법통과를,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은 전월세안정을 위해 계약갱신청구권보장·전월세상한제 입법화를 요구하면서 여·야 지도부가 협상을 진행했다.

결과는 부동산경기활성화를 위한 부동산 3법통과에 여·야가 합의했고, 전월세 안정을 위한 정책은 '서민주거복지특위'를 만들어 내년(2015년)에 논의하자고 했다. 최소한 여·야간 딜을 통해 부동산경기활성화와 전월세안정정책을 주고받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던 세입자·주거·시민단체는 분노했다.

특히, 당장 '입법화'란 현금(부동산경기활성화)을 주고 "내년에 논의한다"라는 어음(전월세안정)만 받은 더불어민주당이 과연 세입자·서민의 입장에 서 있는 정당인지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작년 연말 국회가 세입자의 주거안정정책실시를 외면하고 올해로 논의를 미루는 동안, 세입자들은 주거비부담과 주거 불안정에 시달리며 힘들게 올 한 해를 보냈다.

세입자들은 7년째 연 10% 안팎의 전세가격 폭등과 은행정기예금이자의 3~4배 고리의 월세를 내며 주거비부담을 안고 생활하고 있다. 특히 작년 연말 국회에서 통과시킨 재건축초과이득세보류를 신호로, 정부는 재건축가능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완화하고 분양가상한제를 철폐함으로써, 재건축시장 활성화에 불을 붙였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들에게 돌아갔다. 재건축이 추진되면서 재건축아파트 거주 세입자들이 비자발적인 이주를 해야 했고, 이주수요가 몰려 재건축아파트 인근지역의 전월세 가격은 올랐고, 인상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은 이삿짐을 싸야 하는 '세입자의 연쇄적인 이주'가 행해진 한 해였다. 전월세 주거비부담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선 세입자들은 분양가상한제 폐지로 오른 아파트를 많은 빚을 안고 구입해야 했다.

그러면, 2015년 초에 전월세안정문제를 다루는 서민주거복지특위(이하 특위, 위원장 이미경 새정치민주연합, 18인)가 출범했는데, 전월세안정을 위해 어떤 정책을 만들었는가? 12월 29일 마지막 특위회의를 남긴 현재, 특위는 실질적인 전월세안정정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많은 주거관련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올해처럼 전세가격의 폭등과 세입자의 월세부담을 예상하고 있다.


서민주거복지특위, 실질적인 주거 대책 못 마련해

올 한 해 특위의 진행과정을 보면서 느낀 점은, 정부·정치권이 주거안정정책에 대해 보여 준 것은 불신·불공정·불통·무책임·무능이었다.

첫째, 불신이다. 특위에서 전월세안정정책을 마련하기로 했는데 마련하지 못했다. 정치권은 국민 앞에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둘째, 불공정이다. 부동산경기활성화법은 통과시켜, 재건축아파트 투자자, 건설업자, 언론사(분양광고), 금융권에는 당장에 큰 이익을 안겨주고, 세입자들에게는 전월세안정을 뒤로 미뤄 전세가격 폭등과 월세 부담만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경기활성화의 과실이 소수에게 집중되고, 다수 세입자에게는 반대로 주거비부담만을 가져다준 것은 대표적인 불공정행위이다.

셋째, 불통이다. 특위는 국민의 대의기관으로 주거안정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나 입장을 가진 국민을 대표해서 활동하는 곳이다. 따라서 특위 위원은 상호 자기 입장을 표명하고 반대의견을 경청하면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소기의 목적인 전월세안정에 대해 상호 합의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상당수의 의원들은 특위회의에 출석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특위 회의 자체가 내실 있게 진행되지 못했다. (아래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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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6. 서민주거복지특위 회의록 발췌 후 편집(출처: 민달팽이 유니온) ⓒ 민달팽이유니온


출석률이 낮은 의원들의 행위는 입장이나 견해가 다르면 회의에 나올 필요도 없다는 것으로, 국민을 무시하고 세입자를 경시하는 것이다. 사회갈등 문제를 조정하여 입법하는 곳이 국회인데, 반대편 의견과 소통하지 않고 이러한 불통행위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는 의회민주주의 본령에서 벗어나는 행위로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럽다고 할 수 있다.

넷째, 정부나 정치권이 국민에게 무책임했거나 아니면 무능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부동산경기활성화와'와 소위 '빚내서 집사라' 정책을 옹호하면서, 신규주택이 많이 공급되고 저금리로 주택구입 대출이자가 낮아지면, 전세세입자들이 내 집 마련에 나서게 되어 전세세입자가 줄어들어, 전세가격이 안정된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 결과는 반대로 전세가격 폭등이었다. 저금리로 인해 임대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서, 전세물건 부족으로 전세가격이 오른 것이다.

정부가 주장한 바와 정반대로 정책효과가 나타났다면, 국민 앞에 책임을 져야 하는데, 정부 각료 중 책임진 사람이 없다. 정부정책이 주택가격상승을 통한 부동산경기활성화가 핵심이었고, 전월세가격안정은 부차적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가 주거안정에 대해 무책임하거나 무능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이 작년 연말 합의해준 부동산3법 실시로 인해 전세가격이 폭등하고 월세가격도 올랐다는 점이다. 그런데 올 한해 더불어민주당은 세입자의 전월세안정을 주장하고 있다. 정치는 주장이 아니라 문제해결능력이라고 한다.

세입자들이 말(노선)로는 주거안정을, 실천(입법)은 주거비부담을 늘린 더불어민주당을 신뢰할 수 있을까? 현재 전월세안정관련해서 입법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서민주거복지특위 아니면 여·야지도부 담판이다. 서민주거복지특위는 12월 29일 마지막 회의를 남겨놓고 있다. 특위에서 여·야 합의로 전월세안정을 위한 실질적인 입법안을 내올 수 있을까? 1년의 활동과정을 보면 어렵다고 본다.

부동산경기활성화 끝내고, 주거안정입법에 합의해야

여·야 지도부는 선거구조정을 위한 선거법과 노동관련법 등의 핵심법안을 가지고 협상중이다. 작년에는 부동산3법과 전·월세안정 관련 법안이 핵심법안 중 하나였다. 그러나 언론보도에 따르면 여·야간 빅딜 핵심법안 중 주거안정에 관련된 법안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주거안정입법에 나서야 한다. 새누리당이 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해 전월세안정보다 집값을 올리기 위한 정책을 중시하고, 세입자보다 임대인(자산가)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당이라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새누리당이 국민의 민생과 삶의 안정을 책임지는 집권당이라면, 저성장·불경기에서 힘겹게 번 사업·노동소득으로 전월세 가격을 부담하는 세입자의 노력과 임대인(자산가)의 노력을 동일시하는 균형감각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누리당은 올 한 해 세입자의 희생 위에 실시해온 부동산경기활성화조치를 끝내야 한다. 올 한 해 부동산경기활성화의 주요한 정책수단이었던 저금리가 인상되기 시작했고, 분양아파트 물량이 공급과잉논란에 휩싸이면서 내년의 내수경기가 불안해졌다. 새누리당은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여 세입자의 고통을 줄이고 이를 내수시장 활성화의 동력으로 삼는 방향으로 주택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여·야 지도부에 촉구한다. 현재 정책대로 계속 진행된다면, 세입자의 전세가격 폭등과 월세부담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국민의 60%가 주거불안에서 벗어나도록 여·야지도부가 주거안정(계약갱신청구권보장, 전월세상한제 도입, 표준임대료 도입 등)입법에 합의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박동수 기자는 서울세입자협회 대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서울시 임대주택정책 자문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서민주거복지특위 #주택정책 #여야 핵심입법 #주거안정 #계약갱신청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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