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배에서 태어나도 강아지 성격이 다른 건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 94] 일란성 다둥이 극히 드물고 다란성 다둥이인 탓

등록 2015.12.28 14:23수정 2015.12.2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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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강아지들 ⓒ pixabay


"우리 몽이와 별이는 왜 그렇게 성격이 다를까요? 한배에서 한날 한시에 태어났는데요."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는 C씨는 똑같은 암컷으로 생후 8개월 된 자신의 애완견 성격이 서로 판이한 게 선뜻 이해가 안 된다. C씨 말에 따르면, 몽이는 소심한 데다 사교성도 떨어지는 반면, 별이는 공격적이기까지 한 데다 활발하게 사람들이나 다른 개들과도 잘 어울린다.

한 배에서 태어난 개나 고양이의 새끼를 사람의 다둥이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드물지 않다. 사람 쌍둥이 혹은 세 쌍둥이가 외모는 물론 성격도 대체로 비슷한 점을 들어, 한날 한시에 태어난 개 혹은 고양이 새끼들을 쌍둥이들로 '오인'하는 것이다. 물론 개나 고양이도 사람과 같은 일란성 쌍둥이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한배로 태어나는 강아지나 고양이 새끼의 절대 다수는 사람으로 치면 이란성 쌍둥이와 같은 존재들이다.

이란성 쌍둥이는 유전학적으로 따지면 쌍둥이가 아닌 일반 형제지간이나 마찬가지이다. 서로 다른 난자와 서로 다른 정자가 수정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개나 고양이가 사람의 이란성 쌍둥이와 같은 원리로 새끼를 잉태하는 것은 암컷이 짝짓기 때 보통 여러 개의 난자를 배란하는 탓이다. 다시 말해, 사람은 한꺼번에 난자를 여럿 배란하는 일이 드물지만, 개나 고양이 등 새끼를 여럿 낳는 동물들은 반대로 한 개의 난자만을 배란하는 일이 매우 희귀한 것이다.

동물학자나 수의사 등 전문가들은 개나 고양이 등의 동물 또한 습성이나 성격이 사람만큼이나 제 각각이라고 말한다. 사람 형제나 자매간 성격이 사뭇 다른 것과 똑같은 이치다. 그러니 한날 한시에 같은 배에서 태어난 강아지나 고양이 새끼가 자세히 살펴보면 털의 무늬, 색깔, 얼굴 생김새며 하는 짓까지 다른 건 매우 자연스런 일이다. 물론 성별도 암수로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또 극히 드물게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난 강아지가 있다 해도 겉모습은 다를 수 있다. 특히 점박이 개라면 무늬가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다. 털 무늬나 점 등은 수정란이 분할돼 2개로 변한 이후에 형성되는 탓에 태반 환경에서 강아지마다 고유의 모양이 형성된다. 물론 이란성 쌍둥이로 태어난 강아지나 고양이라면 털 무늬나 점박이 차이는 한배에서 난 다른 형제들보다 크지 않을 확률이 높다.

남의 눈에는 아무리 똑같아 보이는 쌍둥이라도 엄마들은 그 차이를 알아보듯, 개들 역시 설령 일란성 쌍둥이라도 새끼들의 차이를 알아보는 것으로 짐작된다. 체코 생명과학대학 연구팀이 수년 전 실시한 실험에 따르면, 쉐퍼드는 사람 이란성 쌍둥이는 말할 것도 없고, 일란성 쌍둥이들의 체액 냄새 차이까지도 실패 없이 구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 새끼가 설령 일란성 쌍둥이라도 이 또한 실패 없이 차이를 구분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방증이다.


사람이나 개, 고양이 등 대부분의 동물에서 일란성 쌍둥이 잉태는 매우 희귀한 일이다. 헌데 일란성 쌍둥이만을 출산하는 동물도 있다. 포유동물 중에서는 아르마딜로가 대표적인 예로 이 동물은 특이하게도 일란성 '사둥이' 출산이 기본이다.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수정란이 항상 발생단계 초기에 넷으로 나뉘어 똑 같은 유전자를 가진 쌍둥이 넷이 태어나는 것이다. 아르마딜로 같은 예외가 있긴 하지만, 개나 고양이 등 대다수 동물들이 터울을 두고 하나씩 새끼를 낳기 보다는 한번에 여럿을 낳는 것은 번식과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덧붙이는 글 위클리 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 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 주간지 입니다.
#개 #고양이 #강아지 #쌍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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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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