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문재인 안철수 의원 탈당 후 휴식을 취하며 정국구상에 나섰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종걸 원내대표와 함께 선거구 획정 관련 담판회동을 위해 국회의장실로 향하고 있다.
남소연
여기서 확인할 점은 절차적 정의 또는 정당성의 핵심 조건은 기회의 평등에 있다는 것이다. 평등한 기회를 봉쇄하는 방식의 절차적 정당성은 형식일 뿐 설득력이 없다. 기회의 평등을 말한다고 해서 당 내 세력 기반의 평등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주류와 비주류, 다수파와 소수파 사이에는 당연히 세력의 차이가 있다. 이것은 현실이다. 다만 절차적 정당성을 확립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공평성의 원칙이다. 누구는 아무리 선거에서 지고 과오를 범해도 당권을 계속 장악하는데, 어떤 사람은 내부 압력에 밀려 퇴진을 강요 당한다면 공평성은 사라진다. 반대로 패권정치의 실상이 드러난다.
둘째, 절차적 정당성의 토대는 법이 아니고 자유로운 소통이다. 흔히 절차적 정당성을 준법 여부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민주헌법의 기초가 소통정의에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법에 의한 절차적 정의는 사실 거의 모든 권위주의, 독재국가에서도 발견된다. 오직 절차적 정당성이 자유로운 소통의 토대 위에서 작동할 때, 민주적 정당성을 획득한다.
이렇게 보면, 오늘의 제1야당은 어떤 처지에 있는가? 절차적 정당성은 반드시 존중되어야 하지만 위에 제시한 두 가지 핵심조건이 결여되어 있다. 한 보기로, 문재인 대표가 지방 보궐선거 등에서 패했다고 해서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할 이유는 없다.
당내의 자유소통을 통해 비판을 듣고 해결책을 찾으면, 설사 이전의 공동대표가 비슷한 이유로 퇴진했다고 해서 문 대표도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는 힘들다. 당의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권세력은 자유소통을 통한 합의도출 대신 힘으로 밀어 부쳤고, 이를 통해 패권정치의 실상을 공개했다.
풀어 보자면, 절차적 정당성은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지만 당의 패권정치가 정당의 책임윤리, 공평성, 투명성, 소통정의 같은 실질적 정의를 가로막으면 심대한 딜레마가 야기된다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은 절차적 정의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제1야당의 패권정치가 가로막는 실질적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불가피했다고 할 수 있다. 그의 탈당에 대한 국민여론의 흐름을 보면 현 상황에서 국민 다수는 절차적 정의보다 실질적 정의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이것은 곧 안철수 의원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오늘의 적대적 양당 체제와는 확실히 구별되는 새로운 대안정당, 패권이 아닌 소통과 협력의 민주정당, 실사구시의 개혁노선, 위험에 가득 찬 시민 곁으로 다가가는 민생정치의 구현에 있음을 보여 준다.
결론적으로 안철수 의원은 안희정 지사의 비판을 경청하고 그에게 감사를 표해야 한다. 절차적 정의의 중요성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혼란이 일어나는 것은 제1야당의 패권정치로 절차적 정의와 실질적 정의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경쟁의 질서 확립을 위해 절차적 정의를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실질적 정의 구현이 보다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입장도 가능하다.
안희정 지사는 전자를 옹호한 반면, 안철수 의원은 후자의 길을 택했다. 당연히 후자는 불확실성이 더 크고 더 많은 시비를 불러온다. 경쟁질서에 승복하는 자기 절제 대신 뛰쳐나오는 결기를 보이기 때문에 고집쟁이, 독불장군 같은 이미지도 준다.
그러나 어찌할 것인가? 비록 탈당이 정치적 모범행위가 될 수는 없지만, 실질적 정의의 구현으로 실망하는 국민에게 보답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그 길을 안철수 의원은 결연한 의지로 뚫고 개척해가야 한다. 이것이 그의 정치적 소명이라면 소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국민이 그에게 기대하는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59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