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경력 10여년, 아내가 회사를 그만뒀다

대한민국에서 맞벌이 육아는 정녕 힘든 걸까요

등록 2015.12.31 15:23수정 2015.12.3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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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다. 이쯤 되면 각자 한 해를 돌아본다. 그렇기에 의미가 있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정도와 크기는 다르겠지만 '다사다난'이란 사자성어가 내 머릿속을 맴돌며 한 해의 마지막 날 순간순간을 보내고 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육아 문제와 경제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문제는 비단 내게만 해당되는 것을 아니겠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의 문제가 아닐까. '뭐 어쩌겠어, 팔자려니 생각해야지' 혹은 '아이 성적, 남편 월급, 이 두 가지 빼고 다 오르니 참… 살기 힘드네' 이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신세를 한탄하는 사람들이 많다.

얼마 전, 회사 회식을 마치고 대리기사를 불러 집에 갔다. 그 기사님의 말이 언뜻 생각난다.

요즘 중·고등학생들은 나중에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아직 사회에 발을 들여놓지도 않은 학생들이 무슨 연유로 그런 말을 한다는 말인가. 그 대리기사님의 말에 따르면 '앞으로 3억~5억 원을 벌 자신이 없'기 때문이란다.

그 말인 즉, 인터넷 기사 혹은 사회에서는 통계랍시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데 이 정도의 돈이 든다'라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데 그 기사를 접한 학생들이 10여 년 뒤의 일을 일찍이 결론 내버린 듯하다는 게다.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당장 가임기 여성들에 대한 조사도 필요 없다. 국가에서는 육아를 위해 다방면으로 지원한다고 하는데, 막상 그 지원자들에겐 현실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한 마디로 생색내기에 불과하며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어느새 중·고등학생들에게까지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게 만들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적게 먹고 적게 싸면 되지... 현실은 '다사다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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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와 커리어, 아내는 그중 육아를 택했다. ⓒ pixabay


이 현실은 육아와 여성(아내)의 퇴사 그리고 경제 문제로 이어진다. 이 문제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첫째까지는 아내도 힘들지만 어찌어찌 회사를 다녔고 하루 일과가 끝나면 자정을 넘겼다. 돈이 우선이지, 육아가 우선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많은 엄마들이 그렇 듯 우리도 아이에겐 항상 미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는 없었다. 지금은 둘째가 있는데 이제 돌을 갓 지났다. 육아휴직 후 어머니에게 몇 개월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이가 하나였을 때와 둘일 때의 차이는 천지 차이였다.

어머니의 건강에 대한 우려 때문이기도 하다. 마냥 돈을 벌겠다고 맞벌이를 고집할 수만은 없었다. 처음엔 아이 돌보미를 신청하기도 했지만, 솔직히 믿지 못했다. '아이 돌보미? 한번 해보는 게 문제지, 하면 다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려 했지만, 그것도 만만치 않았다. 대기 순번만 해도 수십 명이며 돌보미를 부를 수 있다고 해도 마음이 편치 않은 게 사실이다.

육아휴직을 마친 아내가 직장에 복귀한 지 3개월 정도 지난 시점, 우리 부부는 육아와 돈벌이 중 하나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대기업을 10년 넘게 다닌 아내는 고민 끝에 직장을 포기하기로 했다.

우스갯소리지만 '적게 먹고 적게 싸면 되지'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건 말 그대로 우스갯소리일 뿐이지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 부부도 결국 이렇게 한 가지를 포기해야만 했다.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던 아내의 퇴직과 경력 단절. 한 기업에서 10여 년 동안 쌓은 노하우와 기술력을 하루아침에 포기해야만 하는 현실이다.

그 대리기사님의 말이 마음 한구석에 안타까움으로 남아있다. 앞으로 아이들이 부디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아이들의 웃음은 2배가 됐지만, 경제력은 반 토막 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육아 #사회 #맞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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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평범한 한 아이의 아빠이자 시민입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 우리 아이들은 조금 더 밝고 투명한 사회에서 살기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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