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 기억할 공간 생겼다

[현장] 2.18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기억의 공간' 제막식

등록 2015.12.28 22:03수정 2015.12.29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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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서 대구지하철 화재참사를 기억하는 기억의 공간 제막식이 열렸다. ⓒ 조정훈


대구지하철 화재참사가 일어난 지 12년 만에 당시 현장을 보존하고 안전교육 장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기억의 공간(추모벽)'이 마련됐다.

대구시는 28일 오후 대구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 지하 1층에서 권영진 시장과 이동희 대구시의회 의장, 김부겸 전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희생자 가족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억의 공간 제막식을 열었다.

기억의 공간은 지난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가 일어난 후 유가족들의 요구가 있었지만 피해자단체 간의 갈등으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후 시민단체의 중재와 피해자 단체간의 양보로 지난해 6월 재추진되어 이날 제막하게 된 것이다.

기억의 공간은 국민성금 5억2000만 원을 들여 연면적 340㎡(길이 27m, 폭 3m)에 내부에느 새김과 스며듬이라는 의미를 담아 사고현장을 그대로 보존하고 외부에는 공감과 치유를 위한 작품들을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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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 대구시장과 이동희 대구시의회 의장 등이 28일 오후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서 열린 기억의 공간 제막식에서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당시의 모습을 간직한 공간을 둘러보고 있다. ⓒ 조정훈


제막식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은 "제막식이 또 한 번 피해자 가족에게 고통을 안겨드리는 것 같아 너무나 조심스러웠다"며 "하지만 이러한 비통한 일이 대구에서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아픔을 숨길 게 아니라 드러내고 다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태일 2.18안전문화재단 이사장(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억의 공간을 치유의 공간, 화해와 상생의 공간, 다짐의 공간, 나눔의 공간으로 정의했다. 김 이사장은 "12년 전 이곳에는 나이많은 어르신과 직업을 찾아 도심으로 들어오던 품팔이, 아름다운 꿈을 가꾸고자 했던 학생들이 이곳에서 우리의 곁을 떠났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왜 나의 자식이, 나의 부모가, 나의 형제가 그때 그곳에 있어야 했는지 아무도 대답할 수 없는 너무나 원통한 세월이었다"며 "이제 그 아픔을 과감하게 드러냄으로서 이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단초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희 대구시의회 의장은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뛰고 먹먹하다"며 "이런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대구가 안전과 생명의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기억의 공간이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이 되는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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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1호선 화재참사가 있었던 중앙로역에 만들에진 기억의 공간에 새겨진 글.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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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 만들어진 기억의 공간에는 지난 2003년 2월 18일 화재참사로 인해 훼손된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 조정훈


유족회 대표로 나온 윤석기 희생자대책위 위원장은 "대구지하철 참사라고 하면 불을 낸 김아무개씨와 당시의 역무원과 승무원을 떠올리게 된다"며 "하지만 우리가 이웃에 대한 관심을 가지지 못해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막식을 마친 참가자들은 기억의 공간에서 참사 당시의 생생한 모습들을 둘러보고 추모벽에 새겨진 희생자들의 명패를 보며 헌화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나온 시민들도 기억의 공간을 둘러보며 당시의 생생했던 기억들을 떠올렸다.

하지만 일부 유족들은 기억의 공간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제막식에서 박성찬 유족회 비대위원장은 윤석기 희생자대책위 위원장이 발언하는 도중에 "네가 대책위 대표라고 할 수 있느냐"고 고함을 지르며 욕설을 퍼부었다. 황명애 희생자대책위 사무국장은 기억의 공간에 간판이 없다는 이유를 들며 희생자들을 배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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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구 대구시의회 건설위원장이 28일 오후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 만들어진 기억의 공간에서 추모의 벽에 헌화하고 있다. ⓒ 조정훈


윤석기 위원장도 제막식에서 희생자대책위 대표가 뒷자리에 앉도록 했다며 대구시에 서운함을 표시했다. 윤 위원장은 인사말에 앞서 대구시와 대구시의회 이동희 의장에게 유감을 표시했다.

이날 제막식을 지켜본 일부 유족들은 12년이 지난 후에도 화합하지 못하는 유족회 단체들과 이를 제대로 중재하지 못한 대구시에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이번 제막식을 통해 대구가 다른 도시에 비해 더 안전한 도시로 나아가길 기원했다.

#대구지하철 참사 #기억의 공간 #제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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