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청 바로 밑 근로기준법 위반도 적발 못하면서..."

알바노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을 만나다

등록 2015.12.30 14:30수정 2015.12.3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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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노조가 28일 임서정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아래 노동청장)을 만났다. 역시 뭉쳐야 갑이 되나 보다. 이혜정 비상대책위원장, 박종만 알바상담소 간사, 그리고 알바노조 위원장 후보로 출마한 내가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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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몬 광고 캡처 ⓒ 알바몬


알바노조는 2일 대구에서 근로감독관이 임금체불 진정사건을 반년 넘게 처리하지 않는 것에 대해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대부분의 근로감독관들은 알바노동자들의 진정사건에 대해 소액이라는 이유, 알바노동자들이 법률적 지식이 없는 것 등을 이유로 장기간 방치해 왔다(근로감독관 직무규칙에 의하면 진정사건에 대해 25일 이내 처리가 원칙이며 1회에 한하여 25일을 연장할 수 있으며 50일 이상이 넘어갈 때는 진정인의 동의를 받아야 함).

게다가 근로감독관이 "돈을 못 받으니 돌아가라", "형사 처벌을 하면 돈을 못 받는다"등 잘못된 지식을 안내해주거나 합의를 종용하는 등 그 자질이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기도 한다. "노동자는 노예"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종종 반 노동자적 인식을 표현하는 근로감독관들도 있다(관련 기사: 민주노총, '노동자 노예 발언' 근로감독관 파면 요구).

이에 알바노조는 1000만 원 이하의 소액사건을 주로 다루는 알바진정사건 전담 부서를 신설할 것과 근로감독관 수 2배 확충(현재 1인당 담당하는 노동자 수가 1만5479명 (9월 국감. 국회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양창영 새누리당 의원)), 근로감독관에 대한 인권교육, 인권준수협약 등을 요구했다.

근로감독관의 반 인권적 행위는 개인의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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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청장과의 면담 알바노조 이혜정 비상대책위원장, 박종만 알바상담소 책임간사, 박정훈 알바노조 위원장 후보가 임서정 서울노동청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 알바노조


부푼 기대를 안고 들어간 노동청장과의 면담.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돌아온 답변은 실망스러웠다. 노동청의 과장급 인사는 근로감독관이 막말을 한다거나 고압적인 태도 등은 일부 근로감독관들의 일탈적 행위라고 설명했다. 서 있는 곳이 다르면 풍경이 달라진다고 했던가. 노동청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알바노조에서 제기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잘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임금체불이 100만 원이면 30만 원에 합의를 종용하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면, 임금체불액에 다툼의 여지가 있으니 원만한 합의를 위해 그런 식으로 처리하는 것이라고 변호했다. 이 주장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근로감독관이 임금체불액에 대해 제대로 조사해서 노동자가 주장하는 금액이 최대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노동청의 존재 이유는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알바노동자가 근로계약서를 써달라고 하면 해고를 당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일을 했다는 증거를 모두 제시하기 힘들다. 이를 악용한 사장들은 조사에 불성실하게 응하거나 사건을 질질 끄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알바노조의 문제 제기에 노동청에서는 사업장이나 근로감독관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달라고 한다. 노동청이 이 사례를 적발하는 일을 하는 기관 아닌가. 물론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는 많다.

얼마 전 알바노조로 상담전화를 한 A씨의 경우에는 노동청에 진정을 했더니 근로감독관이 '알바연대에서 진행하는 사건이냐'고 물었다는 증언을 해주었다. 근로감독관들이 상대적으로 시끄러운 알바노조와 관련된 사건과 아닌 사건을 구분해서 처리하는 것인가.

B씨의 경우에는 근로계약서위반과 임금체불에 관해 진정을 했더니 근로감독관이 근로계약서 위반사건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고 임금체불건에 대해서만 진정을 진행하자고 했다.

이혜정 비상대책위원장은 "2013년 알바노조의 조사결과 노동청 바로 밑에 있는 GS25 편의점 알바노동자에게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노동청 바로 밑에서 벌어지는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도 제대로 적발하지 못하냐?"고 따져 물었다.

근로감독관의 황당한 행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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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방고용노동청 북부지청장은 민주노총 경남본부에 공문을 보내 '근로자를 노예에 비유'했던 근로감독관에 대해 사과했다. ⓒ 윤성효


함께 면담에 참석한 박종만 알바상담소 책임간사는 "근로감독관들이 사건이 접수됐을 때 사건조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진정인, 피진정인을 불러 삼자대면을 해서 쉽게 사건을 처리하려고 한다. 노동자에게 합의를 유도하거나 강요하고, 심지어 합의 거부 시에는 근로감독관이 사용자를 내보낸 뒤 노동자를 협박한 일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알바노동자가 노동청 진정 후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이 삼자대면이다. 분명 본인이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 직접 대면은 회피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근로감독관은 가장 쉽게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니 삼자대면을 애용한다.

개별 점주가 아니라 맥도날드를 포함한 패스트푸드 업체의 근로기준법 위반사항에 대해서 특별단속을 벌여달라고 요청했다. 맥도날드 등의 패스트푸드 알바노동자들은 출, 퇴근 시 지문날인을 하게 되어있는데, 유니폼 복장을 착용하고 지문을 찍게 하거나 지문을 찍게 한 후에 뒷정리를 시키는 등 사실상의 무상노동을 강요하고 있다. 심지어 버거킹의 경우 배달알바노동자에게 1분 단위로 노동시간을 계산해 임금을 삭감하기도 한다.

탈의실이 부족해 출근 시간보다 일찍 온다 하더라도 옷을 갈아입는 데 시간이 걸리면 지각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근로기준법 제50조 3항은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라고 규정한다.

맥도날드를 포함한 패스트푸드 업계 전반에서 유니폼 착용/탈의 시간 및 머리망 손질, 컵 정리 등 자질구레한 업무는 근무시간으로 인정조차 하지 않는 관행이 만연해 있다.

노동자가 아니라 사장님을 바꾸는 게 노동청의 역할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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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7일 알바노조에서 노동자들의 노동인권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신촌점, 연세점을 점거해 시위를 벌였다. ⓒ 알바노조


알바노조의 거듭된 지적에도 불구하고 노동청은 '근로감독을 해야 할 사업장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불법행위가 일어나는 사업장 목록을 알바노조에서 제공해준다면 그곳들을 우선적으로 해보겠다'라는 취지의 말을 거듭했다. 대형 프랜차이즈에 대한 특별조사에 대해서도 '근로계약서 작성', '최저임금', '꺾기' 등에 대해서 특별단속을 했지만 위반사항을 발견하기 힘들었다고 대답했다.

참으로 힘 빠지는 이야기다. 불법행위를 찾아내고 처벌하고 개도하는 역할이 바로 노동청의 역할이다. 그것을 노조보고 특정해서 제보해달라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알바노조의 조사와 상담, 조합원의 증언들을 통해 듣는 불법적인 노동조건과 노동청이 발견하지 못하는 노동현실은 왜 이렇게 큰 차이를 가지고 있을까?

첫째로 알바노동자들이 노동청을 신뢰하지 않는다. 알바상담소에서 노동 상담이 들어오는 대표적인 케이스가 노동청 진정을 했는데도 사건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경우다. 보통 상담이 들어오면 알바노조는 두 가지를 조언한다. 먼저 노동청에 진정을 해라. 그리고 합의를 종용하거나 사용자 편을 드는 근로감독관과 싸워라.

두 번째로 노동청 진정을 할 경우 해고당하기 쉽다. 실제로 얼마 전 모 치킨집에서 일하던 알바노동자가 노동청 진정을 했더니" 몇백만 원이 들더라도 변호사를 고용해서 할 수 있는 만큼 할 것이다"라며 위압적으로 굴었다. 이 알바노동자는 군 입대를 앞두고 있었는데, 근로감독관이 "군대 가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이나 실컷 하고 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지금까지 해결 되지 않았다.

사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 사장님에게 근로계약서 쓰고 교부해달라고 이야기하는 순간 해고된다. 그래서 언제나 이런 말을 듣게 된다. "너 말고도 일할 사람 많아." 우리는 언제 '여기 말고도 일할 곳 많아'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사실 대다수의 사업장에서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주휴수당, 연차휴가 수당 등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현실이니 다른 것을 생각할 수가 없다. 맥도날드에서 일했던 한 조합원은 법으로 정해진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은 적도 없는데 받았다라고 체크하게 했다는 증언도 했다.

그런데 노동청의 고위임원들은 자꾸 노동자들에게 근로계약서를 쓰자고 이야기하라고 한다. 노동자가 아니라 사장님들에게 근로계약서를 쓰게 강제하는 것이 알바노조와 노동청의 존재 이유일 것인데 말이다. 또 정부는 노동시장을 개혁하자고 한다. 맞다. 불법적인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한다. 그렇다면 노동청부터 노동자의 편에 서서 일할 수 있게 하는 개혁이 필요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기사는 박정훈 알바노조 위원장 후보가 작성하였습니다.
#알바노조 #노동청 #근로감독관 #임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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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알바노동자들의 권리 확보를 위해 2013년 7월 25일 설립신고를 내고 8월 6일 공식 출범했다.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인 시급 10,000원으로 인상, 근로기준법의 수준을 높이고 인권이 살아 숨 쉬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알바인권선언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http://www.alb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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