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새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할 일

[주장] 정치인 안철수, '국민입법운동'과 '정당 비례대표제' 추진하라

등록 2015.12.29 13:30수정 2015.12.29 22:27
4
원고료로 응원
모든 사람은 자신에 대한 기대를 채우려고 애쓴다. 정치인 안철수도 그렇다. 그런데 안철수는 사람들의 기대와 본인 능력의 간극이 지극히 큰 경우다. 의사 출신 기업가가 50세 나이에 높은 지지율과 유권자들의 기대에 부응해 정치권에 뛰어든 경우가 아닌가?

나는 안철수를 변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에 대한 어리석은 기대를 이제 그만 접자는 말을 하려는 것도 아니다. 어떤 사람에 대한 기대와 그의 능력을 구별하여 사태를 분석해보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안철수 개인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안철수 현상'을 모두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조종해보자는 것이다.

다시 오르는 지지율, '기대 살아있다'는 의미

안철수 개인에 대한 엇갈리는 평가를 배제하면, 그는 국민들의 전폭적인 기대에 떠밀려 지난 2012년 대선 가도에 '출사표'를 던진 사람이다. 그 후 야당에 몸을 담았다가 최근 다시 뛰쳐나왔다. 그런데 이제 보니 아직 창당도 하지 않은 안철수 신당이 2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얻고, 안철수 의원이 문재인 의원이나 김무성 대표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는 정치인으로서 능력에 대한 기대가 '아직 살아있다'는 의미다. 자연인 안철수는 자신의 능력만으로는 그 기대를 채우기 어렵다. 그렇다면 안철수 의원의 살 길은 능력과 기대의 간극을 좁히는 데 있다. 사실 그런 기대들은 대개 막연하다. 그래서 많은 경우 헛발질을 하게 된다. 또한 이것이 안철수 의원이 성과를 이루어내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안철수 의원은 다시 '허허벌판에 나선' 지금 유령 같은 기대의 실체를 붙들어야 할 것이다.

그 기대의 실체는 국민의 뜻을 제도 정치권에 전달해달라는 요구다. 방법은 안철수가 알아서 하고 말이다. 지금까지 안철수는 정권 교체를 통해 그 명령에 따르고자 했다.

나는 안철수에게 제안한다. 국민의 기대를 정치권에 전달하는 직접적인 방법을 강구하라고. 국회에 입법제안을 할 기구를 설치하고, 정당을 정책개발에 강제할 제도를 관철시켜달라는 것이다.


'국민입법운동'과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추진하라

국민입법운동이라는 엉뚱한 제안의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온라인 포럼을 만든다. 그곳에서 국민의 삶과 직접 관련된 사안들을 발굴하여, 이해당사자와 원탁토론을 하고, 입법전문가와 토론을 거쳐 입법안을 만들어낸다. 그런 다음 입법안을 국회에 접수하고, 국회가 그 안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봐야 한다.

논의될 법안들은 무수히 많다. 한가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률안들을 촉구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독일에는 주거기본법이 있어서, 최소한의 주거 면적에 대한 권리를 국민에게 부여하고, 그 권리를 보장할 의무를 국가에게 지우고 있다.

가칭 '국민입법운동 포럼'의 첫 번째 입법운동의 대상은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로 하라. 이 선거제도는 2008년 노무현 대통령이 대연정 제안을 하면서까지, 야당으로부터 얻어내고자 했던 것이다. 반면 당시 모든 정치인들은 한목소리로 '대연정 반대'를 외쳤다. 사실 속내는 대연정 반대보다 이 선거제도에 관한 논의를 피하는 데 있었다. 이 제도는 정치판을 뒤엎는 파괴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 제도의 요체는 정당선거에서 획득한 비율에 따라 의회 구성을 한다는 데에 있다. 독일의 경우를 들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소선거구제 지역구 선거를 통해 240명의 의원을 뽑고, 정당정책으로 경합하는 정당선거를 통해 또 다른 240명의 의원을 선출한다. 그리고 의석 480석을 정당 득표 비율에 따라 배당한다(5% 이상의 지지를 얻지 못한 경우는 배제한다).

예를 들어 정당선거에서 세 당이 각각 50%, 40%, 10%의 정당득표를 획득했다고 치자. 그러면 각 당은 지역구에서 몇 석을 획득했든, 전체 의석 480석에서 각각 240석·192석·48석을 보장받는다.

이 제도는 정책별 대표성 원칙과 지역별 대표성 원칙 모두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정당들은 정책을 갖고 표를 호소하고, 국회의원 구성 비율을 국민들이 직접 결정한다. 사표와 부동층은 급격히 줄어들고 투표율은 치솟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 제도에서 국민들이 전략적 투표를 해야 했다면, 앞으로는 정치인들이 전략적 정책 제휴를 해야 한다. 

안철수 국민입법운동 포럼을 제안한다

이 새로운 선거제도는 정당들과 국민들의 이해관계를 뒤바꿔 놓을 것이다. 40%의 지지로 입법권을 확보하는 새누리당과 1/4의 지지로 제1야당의 특권을 누리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지지에 부합하는 정치권력만 갖게 될 것이다. 반면 합리적 보수를 희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세력화되어 국회 내에서 발언권을 갖게 될 것이다.

이 제도에 관한 논의 자체가 벽에 부딪힐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이 운동의 조직, 운용 원칙, 전략 등을 치밀하게 구상해둘 필요가 있다. 안철수는 이 포럼의 지휘자로서 자신의 정치적인 능력과 기대의 간극을 좁히면서, 우리나라 정치구도의 새 판을 짜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제도는 의지만 확고하면 관철될 확률은 상당하다. 진보 정당은 캠페인 단계부터 협력할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처음에는 반대하겠지만, 새누리당과의 적대적 공존보다 진보세력과의 연정 가능성이 더 현실적인 상황에 곧 처하게 될 것이다. 이 일은 안철수 집권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 이 제도는 정당들이 '새 정치' 경쟁을 하도록 강제하기 때문이다.
#안철수 #정당명부비례대표 #더민주당 #안철수신당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니, 소파가 왜 강가에... 섬진강 갔다 놀랐습니다
  2. 2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3. 3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4. 4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5. 5 '김건희 비선' 의혹, 왜 자꾸 나오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