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도 재수 삼수? 명문대 뺨치네

[2015 청춘! 기자상] 입영 대기자만 5만명... 군입대에 필사적인 대학생들

등록 2015.12.31 19:48수정 2015.12.31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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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2월 24일 안보태세 점검을 위해 경기도 연천 전방부대 태풍전망대를 방문, 군 장병을 격려하고 나서 전망대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마음의 준비가 됐는데 말입니다!

나는 휴학생이다. 21살 남학생이 휴학하는 이유는 대부분 군대 때문인데 나는 지금 군 휴학이 아닌 일반 휴학중이다. 군대를 가려다 한 학기가 지나버렸다. 참고로 나는 군대에 8번 떨어졌다. 아까운 시간에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주변에 나랑 처지가 같은 친구들을 인터뷰해 이 글을 쓴다. 지금 군대에 대해 한마디로 요약하면, 준비가 됐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군대를 못 가서 수능을 본 21살 장재원

"군대 때문에 휴학한 것은 아니지. 과가 잘 안 맞는 게 근본적인 이유야. 그렇다고 하고 싶은 게 딱히 있는 건 아니었어. 무작정 휴학하면 불안하니까 일단 군대를 가고 보자 생각하고 휴학을 했지."

군대를 못 가서 수능을 본 휴학생이 있다. 장재원(21)은 진로 고민이 쉽게 풀리지 않아 어차피 가야 하는 군대를 가기로 결심했다. 2년의 시간 동안 생각을 더 하고 싶었다. 휴학을 하고 군대에 지원했지만 속속 떨어진다. 결국 6개월이 지나고 더 이상 시간 낭비를 하기 싫어 재수학원에 들어가는 빠른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짐을 진 채 입시 전장으로 나갔다.

"2014년 5월부터 12월까지 총 8번 지원해봤어. 동반입대도 넣고.. 연고지도 해보고... 육군, 공군 다 해봤지. 처음엔 동반입대라서 그런가 하고 두 번째 땐 그래도 되겠지 했는데 세 번째 되니까 욕부터 나와. 정말로."

인터뷰니까 욕하지 말라고 했다. 2014년이면 1학년 때다. 생각 없이 놀 1학년에 부지런하게 입대 지원을 했단다. '괜찮아'라는 말을 입에 붙이고 사는 착한 애가 욕부터 하는 것을 보니 군대를 가려는 의지가 얼마나 강했는지 알 수 있다.

"군대의 의미? 의미가 뭐 있어. 그냥 장애물이지. 의미 생각할 겨를이 어디 있어. 지금 내 인생이 급한데. 나한테 군대의 의미는 걸림돌이야.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엄마가 말하는데 참… 즐길 기회를 좀 줘."

걸림돌 군대,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 생각하며 휴학을 결심하지만 만만치가 않다.

"군대 가려면 재수는 기본이야" - 21살 김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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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함께 받은 훈련생들이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열린 수료식을 마치고 함께 즐거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군대를 가기 위해 1년 노력할 수 있어? 라고 물어보면 아니라고 대답할 거다. 시간은 금이니까. 그런데 정말 1년 노력해서 원하는 군대에 붙은 친구가 있다. 김군도(21)는 군대를 가기 위해 1년 동안 노력했다.

"휴학하고 군대 가려고 했지. 1년이 될 줄은 몰랐어. 빨리 군대 갔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학교 다닐 걸 생각한 적은 없어. 학교 다니기 싫어서 군대 가려고 했거든."

군대가 피난처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CC(캠퍼스커플)였다 헤어지고 학교생활이 불편해서 군대로 도망친 이야기는 선배들이 새내기한테 항상 해주는 말이다. 나 또한 학점이 안 나와서 군대로 도망치자는 생각이 있었다. 어떤 이유로 가든 가고 싶을 때 군대에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 군대 가기 힘들다는 거 알고 있었어. 대학 가기보다 힘들다고 하잖아. 특히 내가 가고 싶었던 의무경찰은 더 힘들었지. 군대 가려면 재수는 기본이야."

군도는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태연하게 말했다. 군대 재수가 기본이라니. '아프니까 청춘' 처럼 그럴싸하다. 하지만 명문대를 가려는 것도 아닌데 군대를 가기 위해 재수하고 싶지 않다.

"근데 문제는 우리 말고는 이 사실을 잘 몰라. 모르는 사람들은 우리를 군대 안 가는 백수처럼 본다는 거지. 군대를 안 가는 게 아니라 못 가는 건데 말이야. 집에서도 눈치 보이고. 영장은 또 왜 안 나오냐고 물어봐. '대학생에겐 영장이 안 나옵니다'."

우리 할머니가 생각났다. 영장 안 나왔냐고 물어보실 때마다 "지금은 옛날과 달라서 대학교를 다닌다고 자동으로 영장이 안 나옵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영장이 아니라 군대를 가기 힘들다는 것이다. 내 또래 말고는 이 사실을 잘 모른다. 제대한 형들이 앵무새처럼 군대 빨리 가라고 할 때마다 대답하기도 귀찮다. 몇 년 사이에 경쟁률이 더 심해지고 달라진 상황을 모른다.

시험? 성적? 이게 군대와 뭔 상관?

"내가 의무경찰만 가려고 했던 이유는 다른 곳보다 편해서지. 경쟁률은 세지만 무작정 입대를 기다리는 것보다 (의무경찰 지원은) 내가 잘하면 되는 거니까."(김군도)

일반 모집병을 지원하고 기다리다가는 지친다. 기다리는 게 막연하다면 시험이나 면접을 보는 전형도 있다. 나도 필사적으로 지원을 해 봤다. 내가 시도한 곳은 의무경찰과 공군이다. 의무경찰 시험을 2번 봤는데 첫 번째는 완전 꼬였다. 임시신분증을 가져갔지만 유효 기간이 하루 지나 있었다. 시험도 못 보고 쫓겨났다.

다행히 두 번째는 성공적, 이었는데 과정만 성공이었다. 인성인지 적성인지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300개가 넘는 문항을 마킹했다. 그리고 신체검사와 체력검사 차례였다. 여기서 반 정도가 떨어지는 것 같았다. 팔굽혀 펴기를 구령에 맞춰 20개를 하는데 느려서 그런지 힘들었다.

체력검사에서 떨어지지 않으면 점심을 먹고 면접을 기다린다. 지원을 한 순서대로 기다리지만 거의 운이다. 운이 없었던 나는 4시간 가량 기다렸다. 면접장에 들어가니 면접관이 편한 말투로 말했다.

"여기까지 오신 분들 대단합니다. 충분히 자격이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지원자가 너무 많아서 안타깝군요. 떨어지시더라도 낙담하시지 마시고 다시 지원해 주세요. 여러분이 못한 것이 아니에요."

이 말을 듣자 한숨부터 나왔다. 결국 떨어졌다. 내가 못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두 달 전에 의경 경쟁률은 20:1이었다. 19명을 제친 최후의 1인은 얼마나 대단할까 생각하며 다시 지원을 했다.

공군과 의무 경찰은 동시 지원이 가능해서 공군도 지원했다. 공군을 지원할 때는 21개월 플러스 3개월을 걱정하며 지원을 했다. 일반 현역보다 3개월 더 복무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휴가가 많고 그나마 경쟁률이 낮아 지원을 했다.

성적과 출석, 봉사 등 학생부의 기록을 바탕으로 1차 합격이 된다. 최종 합격은 면접을 통해 결정된다. 나는 면접도 보지 못하고 1차에서 모두 떨어졌다. 익숙했다. 다시 지원할 거다. 고된 훈련에 적합한 체력을 갖추고 있는지 시험은 그렇다 치고, 성적, 봉사가 입대하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스펙이라는 이 시대의 굴레가 군대까지 침범한 듯하다.

이유도 잘 몰라, '군대 보내달라' 민원만 3만 건

"내 생각엔 요즘 젊은 사람들이 똑똑하고 계획적이라 경쟁률이 센 것 같은데? 다들 빨리 가라 빨리 가라 하니까." (김군도)
"우리 나이 남자가 베이비 붐이래." (장재원)
"복무기간도 짧아졌는데 왜 자리가 없는 건지 모르겠어." (정의석)

병무청에 따르면 현재 입영대기자가 5만 명이라고 한다. 경쟁률은 2012년에 2.8:1이었지만 계속 급증하여 2015년에 7.7:1이 되었다. 3년 후에는 10만 명, 2020년에는 약 17만 명의 입영대기자가 생긴다.

높아지는 경쟁률처럼 입영대기자 또한 많아질 전망이다. 이제 군대는 개인적인 문제라고 치부해 버릴 수 없게 되었다. 많은 청년들은 아직 이유를 잘 모른다. 유력한 이유는 베이비붐과 청년 체감 실업률이라고 짐작한다. 1991년생~1995년생 남자들은 베이비붐 세대에 속한다. 체감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빨리 군대를 가자는 심리도 생겼다.

"길훈(가명)이는 군대 가려고 매일 병무청 게시판만 보면서 공석 자리만 체크하더니 결국 신청해서 갔지. 신청하고 4일 만에 군대로 떠났어. 불쌍한 놈."(정의석)

길훈은 병무청에 공석이 있는지 수차례 전화를 했다. 그의 부모님은 병무청에 민원까지 넣었다. 이런 사례는 굉장히 많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병무청에 '제발 군대 좀 보내달라'는 민원이 한 달에 3만 건씩 접수된다고 한다.

공석 자리를 노리는 것 또한 힘들다. PC방에 가서 구글 크롬으로 접속해 광클(마우스 클릭을 빠르게 한다는 은어)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4일 안에 군대 가는 준비를 하기란 촉박하다. 촉박하더라도 빨리 갈 수만 있으면 고마운 요즘이다.

군대를 못 가니까 더 불안해- 21살 정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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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에서 방영 중인 <진짜 사나이> ⓒ MBC


"삶이 너무 무료해. 또래들은 이미 군대에 가거나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뒤처지는 느낌이야."

정의석(21)은 평범한 휴학생이다. 군대 못 가고 휴학하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일이다.

"일상? 일단 오후 한두 시에 일어나. 식사하고 TV보고 친구들을 찾아 나서(웃음). 당구장이나 PC방을 가고 술을 먹어. 끝."

그는 머쓱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알고 있다. 내가 봐온 정의석의 일상은 정말 규칙적이었다. 의석이는 휴학을 하고 편안한 생활을 즐겼다. 하지만 이내 힘들어했다. 생활은 더 이상 편안하지 않고 무료했다.

나도 생활의 무료함을 느꼈다. 뭐라도 해야겠다 생각을 해서 한번에 아르바이트만 3개를 했다.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태권도장, 영업판매원, PC방, 웨딩홀 일을 했다. 많아진 일 때문에 무료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여전히 불안했다.

"다들 가길래 나도 가야겠다 싶었어."

딱히 휴학을 할 이유가 없어 보여서 물어봤다. 군대를 빨리 가야 하는 구체적 이유가 없는 사람들은 사회적 알람에 영향을 받는다. 지금 나의 또래들은 군대 가기 적당한 시기라는 사회적 알람을 날마다 듣는다.

군대 가고 싶어요

"망했다."(김군도)
"가기 싫다."(정의석)
"사람 일 모른다."(장재원)

군대 하면 지금 떠오르는 생각은 무엇인가? 하는 인터뷰 공통 질문에 대한 대답들은 명료했다. 군대를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군대를 가기 위해 필사적이다.

오후 1시에 일어나든, 재수를 하든, 아르바이트를 하든 모두 필사적이다. 정말 군대를 가야만 하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군대 하면 떠오르는 생각을 물어본다면 뭘 떠올리기도 전에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일단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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