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막걸리들은 주로 유리병에 담겨있다.
허시명
이제 프리미엄 막걸리의 특성을 조금 더 조목조목 살펴보자.
첫째. 대부분의 프리미엄 막걸리들은 유리병에 담겨 있다. 프리미엄 막걸리의 유리병 제품은 술의 보존력을 높이고, 안정된 맛을 유지하고, 디자인을 새롭게 하는 효과를 거뒀다. 일찌기 막걸리 업계에서 유리병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갈색 사각병에 막걸리를 담았는데, 20리터 1말로 판매하는 관행대로 막걸리 한 상자 20병을 유리병에 담다보니 한 상자의 무게가 40㎏나 나갔다. 배달하는 사람들이 무거워서 어깨가 빠진다고 아우성을 치니 조용히 패트병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프리미엄 막걸리는 1상자 20병 단위로 팔지 않고, 와인처럼 2병이나 6병씩 포장해 판다.
둘째. 막걸리는 쌀을 주재료로 하는데, 프리미엄 막걸리들은 유기농쌀, 찹쌀, 햅쌀, 지역 최상급 쌀들을 사용한다. 술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첫 번째 이유는 좋은 재료 때문이다. 보통 막걸리들이 10원이라도 원가를 낮추려고 한다면, 프리미엄 막걸리들은 원가를 높여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셋째. 프리미엄 막걸리는 차별화된 발효제를 사용하는 곳이 많다. 보통 막걸리들은 1960년대 밀가루 막걸리가 대중화된 이래로 널리 보급된 밀가루 흩임누룩을 사용하거나, 2009년 쌀 소비 촉진을 위해서 쌀 막걸리를 권장하는 분위기 속에서 확산된 쌀 흩임누룩을 사용하고 있다. 이에 반해 프리미엄 막걸리들은 1960년대 이전에 쓰였던 전통 밀누룩을 사용하는 곳이 많다. 아직은 직접 누룩을 만들어 사용하는 곳은 드물지만, 앞으로는 누룩을 직접 만들어 빚는 곳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넷째. 프리미엄 막걸리는 아스파탐이나 스테비오사이드와 같은 감미료를 넣지 않고 대개 발효된 그대로의 순수한 맛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명주로 나아가려는 시점에, 감미료의 달달한 맛에 기대지 않겠다는 것이다. 장인의 솜씨로만 승부를 보겠다는 의미다. 프리미엄 막걸리들은 단맛을, 곡물의 잔당을 남겨 내거나, 찹쌀을 사용하거나, 물을 적게 넣어 돌도록 한다.
다섯째. 프리미엄 막걸리는 보통 막걸리보다 가격이 작게는 2배 크게는 10배까지 비싸다. 이상한 것은, 보통 막걸리는 싸다는 이유로 무시당하는 경우가 있었던 반면 프리미엄 막걸리는 막걸리 주제에 비싸다고 질타를 받기도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재 술 시장은 소주나 맥주처럼 마트 판매 기준으로 1000원대 제품들이 주도하고 있다. 막걸리의 애초의 경쟁력도 1000원대 상품을 낼 수 있다는 점에 있었다. 다만 막걸리는 소주처럼 고가의 제품이 존재하지 않고, 맥주처럼 다양한 스타일이 부각되지 않다는 점에서 단조롭고 쓸쓸했다. 이제 프리미엄 막걸리의 성장으로 막걸리의 정체성도 달라져 갈 것이다.
값비싼 막걸리, 그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