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할머니 "당신들끼리 짝짜꿍 했잖아요"
외교부 차관 "저희 나름 최선을 다했습니다"

협상 끝난 뒤 설명하겠다고 정대협 할머니들 찾아온 외교부 차관

등록 2015.12.29 17:00수정 2015.12.29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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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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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이 전날 타결된 일본군위안부 문제 관련 한ㆍ일 정부 협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 쉼터를 찾았다. 할머니들은 일본 정부의 법적인 책임 인정을 받아내지 못한 점, 피해 당사자들에게는 어떤 의견도 구하지 않은 점 등을 따지며 강력 항의했다.

이용수 할머니 : "(임성남 1차관이 들어오자마자 호통치며) 당신 누구예요. 뭣 하는 사람이에요? 해결했어요? 해결했다고 보고하러 왔어요? 왜 우리 두번 죽이려고 하는 거예요? 당신이 내 인생 살아 준 거예요? 이렇게 한다고 알려줘야 할 것 아녜요. 모른다고. 나이 많아서 모른다고 무시하는거예요? 뭣하는 거예요? 어디 외교통상부예요?"

임성남 1차관 : "대한민국 외교부...."

이용수 할머니 : "일본 외교부예요? 왜 죽이려고 하는 거예요? 그럼 미리 얘기해줘야 할 것 아녜요 역사 산 증인 이렇게 살아있는데 할 일 뭐예요 당신네들 당신들 부모 없어요? 엄연한 대한민국 조선의 딸이에요 우리는 왜 몰라줘요 조금 더 우리 생각을 안 해주고."

임성남 1차관 : "(이용수 할머니의 손을 잡으며) 몰라드릴 리가 있겠습니까."

이용수 할머니 : "당신들끼리 짝짜꿍 한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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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일 양국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방안을 마련하며 합의한 가운데 29일 오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 쉼터를 찾은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이 이용수 할머니께 호통을 듣다 할머니를 진정시키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김복동 할머니 : "타결됐다는 말은 당치도 않아요. 아직 타결 안됐어요. 정확하게 할라면 일본 아베가 법적으로 기자들 모아놓고 자기네들 잘못했다 용서해달라 이렇게 조리 있게 해야지. 일본 애들 교과서나 이런 것도 고치고.

우리가 한푼 두푼 돈 받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우리 정부가 생활비 대주지, 아프다면 돈 보내주지 그거 하나만은 진짜 고맙다고요. 할머니들 다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내 마음으로서는 돈이 문제가 아니다. 자기네들이 과거에 일본 왕이 전쟁에서 일본군 사기 돋우기 위해서 남의 귀한 딸 데려갔으면, 지금 왕은 죽고 없잖아요? 지금 아베가 대신 하고 있으니까 조상들이 잘못된 것을 잘못했다고 법적으로 사죄해야 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부끼리 그냥 서로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래놓고 우리 정부가 타결됐다? 이게 말이 안됩니다.

그리고 왜 소녀상을 들먹입니까? 이건 우리 정부나 일본 정부가 터치할 게 아닙니다. 국민들이 한푼 한푼 모아서 한 거에요. 우리 손녀들이 자라나면서 과거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비극 있었다는 역사의 표시로서 대사관 앞에 놓아둔 평화의 길이라고. 그걸 갖고 옮기라 마라 말이 안 됩니다. 전 세계에 지금 미국이 소녀상 세워놨지만 우리 정부나 일본 정부나 터치할 게 아니다. 그건 엄연히 역사의 표시에요.

우리 정부도 가만 보니까 옮기고 싶다는 말을 한다는데, 그건 말이 아닙니다. 정부가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이라 나라 힘없어 끌려가 욕을 봤으니 나라 책임 없다 할 수 없어요. 과거 나라와 지금의 나라는 다르겠지만서도 책임이 없다고 할수는 없겠지. 확실히 매듭을 지어야지, 이래갖고 얼버무리려고 해갖고 이런 건 말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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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이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 정대협 쉼터를 방문해 위안부 피해자 (오른쪽부터)이용수, 길원옥, 김복동 할머니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 협상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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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일 양국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방안을 마련하며 합의한 가운데 29일 오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 쉼터를 찾은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이 이용수 할머니께 호통을 듣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임성남 1차관 :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어제 한일회담 협의사항 발표했습니다만 여러가지로 우리 할머니들이 보시기에는 부족한 게 있을 것입니다."

김복동 할머니 : "부족하다니. 택도 없다."

임성남 1차관 : "그러나 이번에 시간적인 제한이 있었다 연휴 말씀드렸습니다만은 연휴동안에도 회의해서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으로 문제 풀어나가려고 신경 썼구요. 그런 과정에서 우리 정부 큰 원칙은 어저께 대통령께서 대국민 메시지 말씀하셨습니다만 우리 할머니들의 존엄과 명예 회복하는 게 가장 중요. 그런 지침 하에서 논의했습니다.

여러가지로 부족하겠습니다만 조금만 설명드린다고 하면, 그게 이름이 어떻게 됐건 간에 세가지 알맹이가 있는 거 아닙니까. 하나는 일본 정부가 책임 통감한다고 한 것. 그건 그동안 일본 정부가 한번도 안 쓴 표현이고요. 두 번째는 아베 총리가 일본 내각총리대신으로서 사죄와 반성을 표시했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기시다 외무대신이 아베 총리의 말을 전한 거고. 물론 제가 어느 시점에 말했는지를 말해드릴 수 없습니다만 외무대신이 했으면 그건 일본 정부의 입장이고 또 그럴 기회가 있을 겁니다. 또 한가지, 일본정부가 책임 인정한다는 얘기를 그동안 한번도 안 하다가 이번에 아베총리가 일본의 내각총리대신으로서 사죄와 반성 표시한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세번째는 이게 제일 중요한 파트입니다. 아까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을 어떻게 살려드리느냐가 우리의 가장 큰 목표였습니다. 그걸 위해 정부가 재단을 만들고 재단을 통해서 돈을 조금 드리는 이런 게 목적이 아닙니다. 물론 그런 것도 포함이 될 수 있지만, 앞으로 할머니들이 그동안 겪어온 고통, 그동안 살아온 인생 여정을 우리가 어떻게 보존하고 어떻게 조금이라도 여생 편하게 살 것인가 하는 재단을 만들고, 그 재단에는 일본 정부가 예산을 댑니다. 이게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닙니다.

보십쇼. 법적 배상, 공식 사과라는 용어는  언론에서 씁니다. 또 그렇게 얘기합니다. 모자 밑에 들어간 세개의 알맹이가 뭐냐,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는 것. 두번째는 정부 수반이 공식 사과 반성하는 것. 세번째는 그에 따른 후속조치 취하는 것. 그래서 모자는 할머니들이 원하는 모자가 아닐지 모르겠지만 모자 밑 알맹이는 저희가 있는 최선을 다해 갖춘 겁니다.

또 한가지는 김복동 할머니 런던에서 두세 달 전에 뵈었습니다. 그동안에 저희 어머니같은 할머니 앞에서 말씀드리기 뭐합니다만. 두 달 동안 할머니들 두 분이 돌아가셨어요. 다 돌아가신 다음에 어떡합니까 그때 가서 일본에 뭘 요구합니까  시간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대통령께서도 시간이 더 가기 전에 이 문제를 어떻게든지 조금이라도 결말을 짓는다고 할까 해결을 하겠다는 지침을 저희에게 주신 거고 그런 지침에 따라서 저희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겁니다.

오늘 이수용(이용수) 할머니가 제게 야단도 치고 그랬습니다만, 교섭이라는게 또 상대가 있고 그러다 보니까 저희가 여의치 않았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할머니들 나이랑 똑같으세요. 제가 저희 어머니랑 똑같은 위치에 계시다고 생각하고 날마다 고민하고 교섭에 임했습니다. 오늘 더 야단쳐 주시고, 이게 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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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이 전날 타결된 일본군위안부 문제 관련 한ㆍ일 정부 협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 쉼터를 찾아 이용수, 길원옥, 김복동 할머니를 만났다. 면담을 마치고 나온 임 차관은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다. ⓒ 권우성


#일본군위안부 #임성남 #이용수 #길원옥 #김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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