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9년 광화문에 완공한 동아일보 신사옥, 그 옆에 위치한 5층 구사옥은 현재 <일민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유영호
그러나 동아일보사는 여의도 부지를 매입하였을 뿐 광화문에서 여의도로 이전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지난 1999년 광화문에 지하5층 지상 21층의 신사옥을 완공한 것이다. 한편 1970년 당시 1억 9764만여 원에 토지를 구매하여 그곳에 신사옥 대신 <동아일보> 별관을 건설한 <동아일보>는 지난 2003년 포스코에게 1370억 원에 매각하였다.
언론권력에 의한 일반시민들의 권익침해는 도로 및 광장의 편익만 놓고 보아도 이것 하나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미 계획광장에 포함되어 있어 언제든 헐려나갈 수 있었던 구 <동아일보> 사옥으로 인해 1971년 지하철 1호선 설계 당시 시청역과 종각역 사이의 철길은 동아일보사 건물의 일부를 헐고 건설해야 전동차가 정상적으로 운행할 수 있었지만 <동아일보>의 반대로 결국 거의 90도 직각의 형태로 꺾이게 되었다. 이 때문에 이 구간 운행은 전동차 운행속도를 급격히 감속해야 하며, 또 철로의 마모를 막기 위해 수많은 윤활유를 뿌려야 하는 부담은 오로지 시민들의 세금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또 세종대로의 경우도 광화문에서 청계광장입구까지의 차선이 조선일보사가 위치한 곳에 이르면 2개 차선이 없어진다. 조선일보 사옥 앞을 걸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인도에 접해 있는 빌딩 입구가 이상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이로 인해 차량 1대당 평균 12초가 지체되며, 연료소비량 등 교통혼잡비용은 엄청나게 증가하는 것이다.
참고로 <동아일보> 구사옥은 1926년 건설된 것으로 <동아일보>의 창간사옥이 아니다. <동아일보>는 1920년 현 정독도서관 앞 종로구 화동 138-33에서 창간되었다. 그리고 광화문 동아일보사 자리는 조선시대 우포도청이 있던 자리이다. 좌포도청은 종로3가 15번출구쪽(서울극장 방향)에 위치했다.
포도청은 성종12년(1481) 좌우로 나뉘었는데 좌포도청은 서울의 동부·남부·중부와 경기좌도를 담당하고, 우포도청은 서울의 서부·북부와 경기우도를 담당하였다. 이것이 1894년 경무청(警務廳)을 신설하면서 통폐합되었고, 현재의 경찰청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포도청이 있던 자리에 언론사가 들어서서 그런지 마치 옛 포도청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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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도성 걸어서 한바퀴』(2015), 『서촌을 걷는다』(2018) 등 서울역사에 관한 저술 및 서울관련 기사들을 《한겨레신문》에 약 2년간 연재하였다. 한편 남북의 자유왕래를 꿈꾸며 서울 뿐만 아니라 평양에 관하여서도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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