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살 생존자들이 바란 건 일본 정부의 사죄"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 한일협상 성명 발표

등록 2015.12.29 17:43수정 2015.12.2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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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굴욕적이고 참담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득(98) 할머니와 김 할머니를 돕고 있는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대표 송도자)은 29일 "굴욕적인 협상, 누구를 위한 타결인가"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김 할머니는 경남지역 최고령자로, 현재 통영 한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다. 김 할머니는 건강이 악화되어 '한일 협상' 소식을 제대로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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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득 할머니. ⓒ 송도자


통영거제시민모임은 김 할머니가 평소 했던 발언 등을 토대로 입장을 정리했다. 송도자 대표는 "할머니는 지금 기억이 혼재되어 있고, 평소하신 말씀을 바탕으로 성명에 담았다"고 밝혔다.

김 할머니는 나이 22살이던 1939년 고향 통영에서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고, 중국 다롄과 필리핀의 위안소에서 무려 7년을 지냈다. 김 할머니는 평생 모은 재산을 학교 장학금과 위안부역사관 건립기금 등으로 내놓기도 했다.

"선물상자는 빈껍데기였고 포장만 거창할 뿐"

통영거제시민모임은 성명을 통해 "선물상자는 빈껍데기였고 포장만 거창할 뿐, 참으로 허망하기 이를 데 없다"며 "생존 피해자와 더불어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피해자들의 존엄회복을 위해 뜨거운 지지와 연대로 일본정부의 국가범죄에 대한 책임인정과 법적 책임이행을 요구해왔음에도 한국정부는 돈 몇 푼에 국내, 국제사회의 모든 노력과 지지를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렸다. 이에 우리는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몇 푼 되지 않는 돈에 일본정부의 책임을 한국정부로 환원시킨 이 굴욕적인 '타결'에 우리는 분노한다"며 "90살 언저리에서 생존피해자들이 삶의 끈을 놓지 않고 오로지 바라던 것은 몇 푼의 돈이 아니라 일본정부의 진심어리고 공식적인 책임인정과 사죄였다"고 밝혔다.

이어 "'사죄만 한다면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겠다. 훨훨 날아갈 수 있겠다'고 하셨다. 국가에 의해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해야만 했던 피해당사자들은 오늘 또다시 국가에 의해 날개를 꺾이고 마는 상처를 입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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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문화예술회관 소공원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 윤성효


통영거제시민모임은 "전국에서 가장 피해자가 많이 난 경남, 단일지역 가장 많은 피해자가 등록된 통영, 우리는 올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료 전수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가족, 이웃들의 당시의 애끓는 마음과 절절한 고통을 수도 없이 보았다"고 밝혔다.

이어 "식민지배 당시의 동원상황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자행되었는지, 얼마나 억압적이고 폭력적이었는지, 이들에게 얼마나 큰 집단적 트라우마로 자리해 있는지를 새삼 확인하며 아프고 고통스러웠다"며 "그들 모두는 반드시 일본군 '위안부'제의 야만적인 국가범죄에 대한 책임을 물어 피해자들의 억울함이라도 풀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국민들의 염원은 오늘 이 굴욕적인 협상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또 이들은 "한일외무장관 회담에서 발표한 그 어떤 내용도 수용할 수 없으며 거부함을 밝힌다"며 "한미일 정세에 밀려 자국민의 심대한 인권침해를 정치타협과 맞바꾼 한국정부의 졸속협상은 이제 국내외 비웃음거리를 자초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통영거제시민모임은 시민성금과 통영시·거제시의 도움으로 통영 남망산공원과 거제문화예술회관 앞에 '다짐비'와 '평화의소녀상'을 건립해 놓았다.
#일본군위안부 #김복득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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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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