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립미술관에서 만난 '하이퍼리얼리즘'

'하이퍼리얼리즘 : 보는 것, 보이는 것, 보여지는 것' 전

등록 2015.12.31 11:54수정 2015.12.31 11:54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960년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유행했던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 경향의 회화·조각·설치를 총 망라해 선보이는 '하이퍼리얼리즘 : 보는 것, 보이는 것, 보여지는 것' 기획전이 수원시립미술관에서 12월 30일 개막했다.


하이퍼리얼리즘이란 주관을 배제하고 사진처럼 극명한 사실주의적 화면 구성을 추구하는 예술양식으로, 미국적인 팝아트(pop art)의 영향 아래 발생한 것이며, 현대미술의 추상표현주의 정신을 이어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수원시립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한정규

예술에 있어서 개념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한 20세기 미술의 가장 위대한 혁명가 중 한명인 마르셀 뒤샹, 그 뒤를 이은 팝아트의 앤디 워홀의 예술은 베트남 전쟁 중 미국 정부가 정책으로 표방한 자유정신을 세계에 정당화시키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다. 추상표현주의라는 것이 10여 년밖에 가지 못하고 1970년대에 앤디 워홀이 등장하면서 사조가 사라지게 됐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가진 예술이 하이퍼리얼리즘이며, 이때를 포스트모던 시대라고 하는데, 이는 1990년대 초까지 이어졌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11명의 작가들은 냉정한 관찰력과 객관적 시각, 극도의 현실적 모사라는 형식적 틀을 취하면서도, 개인의 감정이 이입된 서술적 이야기를 녹여내며 새로운 리얼리티를 제시하고 있다. 이상, 현실, 내면의 세계를 의미하는 '보는 것, 보이는 것, 보여지는 것'이라는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현실의 닮음이나 재현의 즐거움 이면에 존재하는 삶의 다양한 교차점을 투영하고 있다.

 첫 번째 섹션, 보는 것
첫 번째 섹션, 보는 것한정규

첫 번째 섹션인 '보는 것'은 하이퍼리얼리즘이 보여주는 과감하고 사실적인 묘사 이면에는, 역설적이게도 인간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심리적 이상이 상징되고 은유된다. '보는 것'에는 대상의 과도한 닮음에 의도적으로 반영된 우리가 보는 것 즉, 삶의 이상이 존재하고 있다.

파블로 J. 루이즈는 회화나 만화와 같은 기법을 통해 자신이 바라본 세상을 점으로 채워나가는 작가다. 그가 표현하는 세계는 유년시절부터 상상해왔던 환상의 세계로,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부터 연결된 사랑, 실망, 자연, 사회 등을 주제로 하고 있다.


작가의 고향인 스페인의 정서를 가득 담은 작품들은 점묘법 특유의 몽환적인 풍경을 느끼도록 한다. 정교하고 미세한 점들은 인물들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있으며, 작가의 유년 시절에 대한 환영이나 이상에 대한 은유를 반영한다.

 두 번째 섹션, 보이는 것
두 번째 섹션, 보이는 것한정규

두 번째 섹션인 '보이는 것'은 하이퍼리얼리즘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과 그들이 마주하는 일상적 풍경에 대해 주목한다. '보이는 것'에서는 시각적 리얼리티에 오버랩하여 우리가 살아가며 보이는 것, 현실의 존재감을 감정의 근원적 영역으로까지 파고들며 이를 새로운 실재로 전환한다.


마크 시잔은 하이퍼리얼리즘 조각을 대표하는 작가로 사실적인 신체조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인물들의 굳은 표정을 통해 불안한 현대인들의 심리를 극대화하고, 인간에 대한 연민과 슬픔을 담고 있다.

마크 시잔은 사회와 인간에 대한 이질적이고 냉정한 관계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특유의 섬세하고 사실적인 묘사로 냉혹한 세상을 향해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금 일깨운다.

 세 번째 섹션, 보여지는 것
세 번째 섹션, 보여지는 것한정규

세 번째 섹션인 '보여지는 것'은 하이퍼리얼리즘이 추구하는 사실적인 표현 뒤에는 인간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감정들이 존재한다. 보여지지 않는 비 가시적인 것을 보여지는 가시적인 것으로 환원하고 있는 것이다. '보여지는 것'은 인간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감정들을 다루며 인간의 실존적 모습에 대한 관심을 표현한다.

디에고 코이와 엘로이 M. 라미로는 분노, 슬픔, 좌절, 기쁨과 같은 심리상태를 캔버스 전체에 클로즈업 된 인물의 표정과 사실적인 묘사, 강한 명암대비를 통해 극적으로 이끌어낸다.

제프 바텔스는 신체의 특정부분을 확대하여 역동적인 순간을 포착하고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한다.

크피스토퍼 데이비드 화이트는 점토, 썩어가는 나무, 녹슨 쇠와 같이 부패되어 가는 다양한 재료들을 사용하여 자연적 서정성을 드러내고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16년 3월 20일까지 계속되며, 관람요금은 성인 4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수원 시민은 25% 할인된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수원시립미술관 #하이퍼리얼리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반란이 불가능한 이유 하나를 꼽으라면 반란이 불가능한 이유 하나를 꼽으라면
  2. 2 [단독] 현직 판사 "윤석열, 법원 짓밟으려... 대법원장이 강력 경고해야" [단독] 현직 판사 "윤석열, 법원 짓밟으려... 대법원장이 강력 경고해야"
  3. 3 궁지 몰린 윤석열 뭔 일 저지를지... 직무정지에 온 힘 모아야 궁지 몰린 윤석열 뭔 일 저지를지... 직무정지에 온 힘 모아야
  4. 4 [제보] 경고성 계엄? 그날 접경지역 장병, 유서 쓰고 출동 [제보] 경고성 계엄? 그날 접경지역 장병, 유서 쓰고 출동
  5. 5 '계엄령' 윤석열은 누구인가? 유럽 언론의 적확한 해석 '계엄령' 윤석열은 누구인가? 유럽 언론의 적확한 해석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