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엄마 밥 사주고 싶어"... 가슴이 아프다

[말없는 약속 20년 51] 후배 직원의 말 한마디, 덕이 눈에는 눈물이

등록 2015.12.31 13:41수정 2015.12.3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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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은 시들고 해마저 지는데 저문 바닷가에 홀로 어두움 밝히는 그대…." - 정호승의 시 <우리가 어느 별에서> 중에서


일주일이 지난후에도 덕이는 운전에 대해, 그리고 차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덕이와 나는 주로 차로 이동할 때 많은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날도 퇴근을 함께 하는데 덕이가 한 마디 했다.

: "고모~. 새로운 남자 직원 입사했어."
고모 : "그래? 덕이 후배 직원이네."
: "응."(얼굴에 옅은 미소와 함께 선배라는 자긍심을 엿볼 수 있는 표정이다.)

고모 : "덕이는 선배가 돼서 기분이 어떠니?"
: "좋아."
고모 : "덕이가 이것 저것 지도해줘야 할 것 같은데?"
: "응. 하지만 팀장님이 계시니까~."
고모 : "팀장님께서 지도해주시니?"
: "응."

고모 : "덕이도 차분하게 하나씩 잘 알려줄수 있을 텐데."
: "응 나도 알려줄 수 있어."
고모 : "고모 생각에…. 아마도 직장 생활의 기본 규칙 같은 건 팀장님께서 지도해야 하는 역할이 있으실 것이니까 지도하시겠지만 그 외에 덕이가 그 새로운 후배직원에게 안내해줄 것들이 있을 것 같은데?"

: "응. 오늘은 내가 남자 탈의실과 기숙사를 데리고 가서 설명해줬어. 그 직원은 기숙사에서 생활할 거야."
고모 : "그렇구나, 집은 어딘데?"
: "몰라. 아직 집이 어딘지는 이야기하지 않았어."


덕이가 기분이 좋아 보인다. 가뜩이나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자기보다 동생이면 무조건적으로 좋아한다 싶을 정도인데 후배 남자 직원이고 덕이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마음 씀씀이도 착한 듯하니 덕이가 얼마나 좋을까 싶어 나도 기뻤다.

이렇듯 이런 저런 이야기는 하면서 아직도 운전이나 자동차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 속을 아직은 모르겠다. 기다릴 수밖에…. 며칠 지나서 덕이가 잠들기 전에 내게 한마디 툭 던졌다.

: "고모~. 후배 직원이 부러워!"

'아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아직까지 한 번도 누가 부럽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는 덕이다. 요즘 들어 덕이가 갑자기 어른이 된 듯해 나이에 맞게 성숙하는 것 같아 반가우면서도 뭔지 모르게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고모 : "후배 직원이 부러워?"
: "응~. 후배 직원은 첫 월급타면 엄마께 맛있는 저녁 사드릴거래."
고모 : "그래?"

나는 덕이 눈을 바라보았다. 정말 덕이가 하고 싶어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 "응, 근데 난 엄마한테 그렇게 못해."

올 것이 온 건가 싶어 아무말도 못하고 있는 내게 덕이는 말했다.

: "내가 엄마 찾아가면 안돼?"

나는 쉽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야말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눈만 깜빡깜빡하며 덕이 눈을 보고 있는데 덕이가 이어서 한 마디 더 한다.

: "나도 엄마 밥 사주고 싶어~."

덕이의 큰 눈에 눈물이 뚝 떨어진다. '왜 안 그렇겠니'라며 나는 덕이를 꼭 안아줬다.

고모 : "지금 너의 심정을 누가 알겠니. 그렇겠지. 엄마가 보고 싶고, 엄마에게 직장 생활하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고…. 또 월급타서 엄마께 드리면 엄마가 얼마나 기뻐하실지. 그리고 직장생활과 종교활동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싶고, 엄마 맛있는 것 사주고 싶고, 또 덕이가 좋아하는 불고기를 엄마한테 만들어 달라고도 하고 싶을 것이고, 엄마께 예쁜 옷을 사드리고 싶을 수도 있겠지. 그리고 덕이가 좋아하고 엄마가 좋아하는 영화도 함께 보고 싶고…. 나라도 충분히 그러고 싶을 것 같아…."

나는 덕이의 등을 토닥토닥 쓰다듬어줬다. 전에는 눈물만 보이던 덕이가 꺼이꺼이 울고 있다. 가슴이 메인다. 이를 어쩌나…. 어떻게 해야 하지….

: "나도 엄마 밥 사주고 싶어…. 엄마 손잡고…."
#엄마 #밥 #월급 #그리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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