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노래하던 린, 눈물을 흘리다

[공연리뷰] 비 내리는 겨울밤 녹인 따뜻한 라이브... 무반주 신청곡도

16.01.01 12:01최종업데이트16.01.01 13:31
원고료로 응원

지난 30일, 31일 양일간 서울 롯데카드 아트센터에서 콘서트를 열고 관객과 만난 가수 린 ⓒ 컴퍼니919


무대 중앙에 놓인 의자 하나. 막이 걷히고 무대에 등장한 가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했다. 한 손에 마이크를 쥐고 다른 한 손을 움직이며 노래할 때마다 공연장은 재즈바가 되었다가, 봄꽃이 만발한 정원이 되었다. 공연장을 찾은 400여 명의 관객은 노래하는 이의 숨소리 하나에 숨을 죽였다. 자신의 집으로 관객을 초대한 가수 린(LYn)과의 만남이었다.

2015년 마지막 이틀인 30일과 31일 양일간 린은 서울 마포구 메세나폴리스 롯데카드아트센터 아트홀에서 콘서트 < HOME(홈) >을 열었다. 매년 콘서트 <러블린 로맨틱 파티>를 개최했던 린은 지난 2014년 5월부터 < HOME >으로 타이틀을 바꿔 관객을 맞이하고 있다.

눈 대신 겨울비가 내리는 30일 저녁 8시 콘서트장을 찾았다. 지난 9월 정규 9집 < 9X9th >를 발표했지만, TV에서는 많이 볼 수 없었던 린은 이날 공연에서 타이틀 곡인 '사랑은 그렇게 또 다른 누구에게'를 시작으로 9집에 담긴 여러 곡을 들려줬다.

지난 30일, 31일 양일간 서울 롯데카드 아트센터에서 콘서트를 열고 관객과 만난 가수 린 ⓒ 컴퍼니919


드럼과 키보드, 기타, 베이스로 구성된 밴드의 음악에 린의 목소리와 코러스가 더해졌다. '실화', '통화연결음' 등 이별 노래를 부를 때면 한없이 쓸쓸하고 처연했다가도, '나 하나만 남겨줘요', 'Only You(온리 유)', '자기야 여보야 사랑아' 등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관객을 설레게 했다. 노래할 때는 그 속에 푹 빠져 있었지만, 린은 막상 이야기가 시작되면 끊임없는 수다를 늘어놓기도 했다.

린은 이날 콘서트에서 관객에게 듣고 싶은 노래를 직접 묻고, 즉석에서 무반주로 부르기도 했다. 조용했던 관객들은 이내 목소리를 높여 노래 제목을 외치기 시작했다. 린이 가사를 잘 모르면 알려주기도 하고 대신 부르기도 했다. "예전 노래는 힘들어서 못 부르겠다"고 엄살을 부리고, 객석에 앉은 오랜 팬에게 "표정이 별로다, 무슨 일 있느냐"고 안부를 물었다. 린과 관객들은 그렇게 조금씩 더 가까워졌다.

지난 30일, 31일 양일간 서울 롯데카드 아트센터에서 콘서트를 열고 관객과 만난 가수 린 ⓒ 컴퍼니919


이날 공연의 게스트는 둘이었다. 배치기가 '오늘 밤', '이별의 품격' 등을 부르며 흥겨움을 주도했다면, 밴드 엠씨더맥스의 보컬이자 린의 남편인 이수는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무대에 나타났다. 스팅의 'Englishman In New York(잉글리시맨 인 뉴욕)'과 '사랑의 시'를 들려준 이수는 "(린이) 공연을 준비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다"면서 "그래서인지 내가 더 긴장하면서 공연을 보게 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만렙 가수'의 든든한 지원사격을 받은 린은 자신이 가사를 쓰고 정준일이 작곡한 '고마워요 나의 그대여'를 부르다가 끝내 눈물을 흘렸다. 이 곡의 가사는 린이 이수를 생각하며 쓴 것. 눈물이 터져 노래를 잇지 못하자 관객들은 박수로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그 마음이 닿았는지 린도 이내 눈물을 닦고 노래를 이어나갔다. 린과 관객들은 노래로 위로받고 박수로 화답하며 2015년을 마무리했다.

지난 30일, 31일 양일간 서울 롯데카드 아트센터에서 콘서트를 열고 관객과 만난 가수 린 ⓒ 컴퍼니919


수천수만 석 규모의 공연장도 있지만, 노래에 집중하는 가수들은 꼭 하고 싶은 공연으로 소극장 콘서트를 꼽곤 한다. 린이 콘서트를 연 롯데카드아트센터 아트홀에서도 앞서 이적과 김동완, 나윤권, 자이언티, 크러쉬 등이 관객과 만났다. 그만큼 가까이에서 얼굴을 맞대며 노래와 이야기, 그리고 진심을 전하고 싶다는 바람 때문일 것이다. 화려한 무대장치 없이도 노래의 힘을 오롯이 전하는 이들과 함께 겨울밤이 저물어간다.


HOME 연말콘서트 이수 배치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