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빌딩 건설 이후 광화문네거리 일대의 종로구와 중구의 경계선 비교.
유영호
그런데 재개발 과정에서 서울시와 건축위원회 등은 작은 건물 두 개보다는 큰 건물 하나를 짓는 게 좋겠다고 제안한다. 청계천 물길이 복개된 데다 광화문 네거리~서대문로타리로 어이지는 길이 남북을 나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제안한 데는 바로 1년 전 지어진 '프레스센터' 덕분이었다. 무교동-다동 재개발사업의 하나로 지어진 프레스센터는 서울신문사와 신문회관은 하나로 합쳐 지은 건물이었다. 프레스센터의 지하~11층은 서울신문사가, 12~20층은 한국방송광고공사가 각각 소유한다.
그런데 광화문빌딩은 프레스센터와는 전혀 다른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화폐가치의 소유권 분할이야 서로가 인정할 만한 합리적 가치 측정이 가능하겠지만 문제는 하나로 지어진 건물의 행정적 소속을 어디로 하느냐는 것이었다. 두 건물이 소속된 각 구청은 향후 발생될 막대한 세원을 놓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화폐로 평가되는 자본주의체제 하에서 어느 한 편의 양보를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결국 이 문제 역시 수평분할로 타협하게 된다. 그래서 부지 면적을 기준으로 61%가 소속된 종로구가 지하5층~지상12층을 갖고, 나머지 13층~20층은 중구 소속이 되었다. 고대국가 이래 물길과 산길을 기준으로 행정구역을 나누어온 인간사회의 오랜 관행이 화폐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이제 2차원의 행정분할에서 3차원의 세계로 진입한 것이다. 이처럼 상하로 행정구역이 나뉘는 경우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지 않을까 한다. 재미있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국가기관조차 시민의 편의와 행정의 효율보다 화폐라는 가치척도가 우선된다는 생각에 씁쓸하기도 하다.
같은 아파트, 같은 동이지만 소속 구청이 다른 곳
우리의 상식을 뛰어 넘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재개발 아파트 단지가 각기 다른 행정구역으로 쪼개진 경우는 적지 않다.
예컨대 서울 중구·성동구 한진그랑빌아파트, 관악구·동작구 현대아파트, 동대문구·성북구 샹그레빌 아파트, 서대문·은평구 경남아파트 등 7개 아파트 단지의 경우 일부 동의 주소가 다르다. 건물 별로 나뉘어진 경우로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한 건물이 좌우로 나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