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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이민자 정서가 담긴 애니메이션, <굿 다이노>

인간 길들인 소년 공룡 이야기... 이 영화에 유독 대사가 적은 까닭

16.01.05 11:18최종업데이트16.01.0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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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굿 다이노>에 참여한 주역들. 왼쪽부터 김재형 애니메이터, 피터 손 감독, 드니스 림 PD. ⓒ 호호호비치


오는 7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굿 다이노>는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던진다. 월트디즈니와 픽사의 합병 20주년 기념작이라는 점과 함께 디즈니-픽사 역사상 첫 번째 한국인 감독이 탄생했다는 점 등 때문이다.

4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피터 손 감독은 <굿 다이노>를 "자연에 대한 존경과 내 어머니에 대한 마음이 담긴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피터 손 감독은 지난 2000년 픽사에 입사해 아트, 스토리 부서 등을 거치며 다양한 현장 경험을 쌓았다. 그때 거친 작품이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등이다. 본래 <굿 다이노>의 다른 감독 내정자가 있었지만, 회사는 피터 손의 경험을 존중해 연출을 제안했다. 공룡의 습성과 자연 생리를 이해하기 위해 약 2년에 걸친 사전 조사와 스토리 작업 끝에 지금의 작품이 탄생했다.

어머니가 우셨다!

애니메이션 <굿 다이노>의 연출을 맡은 피터 손 감독. ⓒ 호호호비치


"이 작품이 자랑스럽다"고 운을 뗀 피터 손 감독은 어릴 때 부모와 함께 미국에 이민 온 사연을 전했다. 그는 "식료품 가게를 운영했던 어머니는 영화광이셨고, 장사가 잘 될 때마다 가족을 데리고 극장에 가곤 하셨다"며 "그때 봤던 영화와 TV 프로의 주인공이 나라고 생각하면서 놀곤 했다"고 말했다.

영화를 좋아한다지만 문제는 언어였다. 영어를 잘 이해 못했던 어머니를 위해 피터 손 감독이 극장에서 동시통역사가 돼야 했다. 그는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와 함께 한 애니메이션을 봤는데 내 통역 없이도 펑펑 우셨다"며 "화면만 보고도 내용을 다 이해하신 거였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내 마음이 뜨거워졌고, 애니메이션의 모든 것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미래의 애니메이션 감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굿 다이노>에 유독 캐릭터 간 대사가 적은 이유도 위 일화와 관련이 있다. "어머니를 떠올리며 대사를 강조하기보단 이야기 자체의 힘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며 그는 "알로(<굿 다이노>의 주인공 공룡)가 험난한 자연 속에서 어떻게 고통을 극복하고 성장하는지를, 그리고 자연 또한 존중받아야 할 존재임을 표현하려 했다"고 밝혔다.

공룡의 탄생

애니메이션 <굿 다이노>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주제 의식을 명료하게 나타내기 위해 방대한 분량의 사전 조사는 필수였다. 공룡의 뼈들을 스케치해온 자료와 답사 영상을 공개하며 피터 손 감독은 "실제로 공룡 화석들이 자주 발견되던 지역을 찾았고, 그때 그 지역에서 만났던 한 가족의 모습 역시 <굿 다이노>에 담겼다"고 말했다.

이어 "(답사지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동료들이 답사 중 발을 삐거나 강물에 빠지는 등 험준한 지역이기도 했다, 그런 자연의 모습 역시 표현했다"며 "영화의 배경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지형 자료 및 수치를 반영해 만들어 갔다"고 덧붙였다.

관건은 캐릭터의 움직임이었다. 알로와 그의 친구 스팟(어린 원시인)은 각각 거대 코끼리와 강아지 등을 참고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사람으로 치면 11세 해당하는 소년 느낌의 공룡 모습을 찾아 왔고, 여러 고생 끝에 지금의 알로가 나올 수 있었다"는 피터 손 감독은 "코끼리의 부위별 움직임을 분리해서 적용하려 했다"고 전했다. 스팟에 대해서 그는 "원시를 살았던 사람인 만큼 강아지와 다람쥐의 모습을 참고했는데, 타잔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 원숭이는 제외했다"며 "머리 모양은 내 딸의 것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알로를 돕는 티라노사우루스 캐릭터들은 카우보이를 참고한 경우였다. 피터 손 감독은 "(미국 서부극 스타인) 배우 존 웨인의 느낌을 담으려 했다"며 "육식 동물이니까 담배를 피우고 터프한 성격에 목장까지 운영하면 어떨까 상상했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의 합작품

3D 애니메이션 영화 <굿 다이노>의 포스터.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엔 피터 손 감독 외에도 김재형 애니메이터가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전직 의사 출신인 그는 지난 200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한 후 2006년 픽사에 입사했다. 그간 <업> <몬스터 대학교> <인사이드 아웃> 등에 참여하며 실력을 인정받아 왔다.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피터 손 감독과 우리 팀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역할이 필요했다"며 "대사가 적은 만큼 인물의 표정과 몸짓으로 감정을 나타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특이 이력에 대해 그는 "한국 청년들의 실업 문제보다 내 고민이 절박하진 않았겠지만, 평소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며 "실패하더라도 일단 도전해보는 게 좋은 것 같다, 시행착오도 계속 쌓이면 무시 못 할 경력이 된다"고 생각을 밝혔다.

피터 손 감독 역시 "애니메이터로 인생 공부를 해온 만큼 세상을 사랑하고 이야기를 구성하고 전하려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다, 영화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도 필요하다"면서도 "일단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 게 순서인 거 같다"고 꿈에 대해 언급했다.

<굿 다이노>는 우연한 사고로 만나게 된 알로와 스팟이 자신들의 터전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그린 작품이다.

굿 다이노 피터 손 공룡 디즈니 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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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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