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일 오전 청와대를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기념촬영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럼 우리 역사가 말하지 않는 왜곡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작은 지면에 책이 다루고 있는 내용을 다 말할 수는 없지만 내가 감명 받았던 일부 내용만 소개해 보겠다.
먼저 우리는 조선시대 일본 침략을 기습 침략으로 알고 있다. 아무런 준비 없이 당한 건 맞지만 기습 침략은 아니다. 일본이 명나라를 침략하기 위해 조선으로 들어온다는 데도 조선정부가 이를 무시했다. 명나라는 우리가 일본의 침략에 대하여 아무런 반응이 없어 차라리 조선을 의심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간신 원균'과 '충신 이순신' 논리도 많이 왜곡되어 있다. 후배 이순신을 직속상관으로 모시게 만든 조선정부의 잘못도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저자는 "원균이 성격이 이상해서 이순신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게 아니다"라며 "이런 경우에는 어느 누구도 버티기 힘들다"고 말한다.
좀 충격적일 수 있는 내용도 있다. 일제강점기는 완전한 암흑기요 침탈과 탄압의 역사이기만 한 것일까. 우리 역사는 일제 때 문물이 발전했다고 하면 대역 죄인이 된다. 그러나 그건 사실이다. 발전과 일제의 만행은 별개의 문제다. 이젠 일제 때 수준이 좋아졌다는 점도 말해야 한다.
"한국의 역사는 일제강점기가 완전히 암흑기였던 것으로만 묘사한다. '일제 강점기 때 발전했다'라든지 '보다 잘살게 되었다'라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금기다. (중략) 경제적으로 나아지는 것은 나아지는 것이고 독립은 독립이다. 경제적으로 보다 잘 살게 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식민 지배를 정당화 할 수는 없다."- <말하지 않는 한국사> 112-113쪽너무나 지당한 말인데 우리 역사는 그렇게 쓰고 있지 않다. 책은 또 조선시대에 탐관오리나 아전들의 횡포가 심했던 것이 몇몇 나쁜 인간들의 횡포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였다고 말한다. 500년 동안 뇌물을 받고 부정부패를 하는 것이 암암리에 시스템화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어떨까. 별로 다르지 않은 시스템에 의해 이 나라가 움직인다. 정치인들의 이합집산과 선거 때만 되면 이어지는 줄서기, '친박'이니 '비박'이니 심지어는 '진박'까지. '문의 사람'이니 '안의 사람'이니 하는 건 물론, 더 나아가 금수저 흙수저 이야기까지. 그들이 특별히 나쁘고 좋은 사람들이라기보다 시스템의 문제가 분명하다.
또 부끄러운 역사이지만 6.25전쟁 때 사망자 중 대부분 민간인이었다는 사실에 대하여 교과서는 거의 침묵하고 있다. 15만의 한국군이 희생당한 반면 민간인은 압도적으로 많은 77만이었다. 왜 그럴까. 남과 북의 점령지가 바뀌면서 공산주의자와 반공주의자가 서로를 숙청했기 때문이다. 책은 단도직입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한국전쟁에서 민간인 사망자가 많았던 이유는 전투 행위 때문이 아니다. 한국전쟁은 민간인이 민간인을 죽이는 전쟁이었다. 한국전쟁이 참혹한 이유는 단순히 남과 북 구도의 싸움이라서가 아니라 민간인들끼리 서로의 동족을 죽이는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 <말하지 않는 한국사> 136쪽끔찍한 일이다. 다시는 이런 역사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역사를 통해 배우는 것이다. 역사책을 바꾸려 할 게 아니고 지난 역사를 사실적으로 보며 역사의식을 바꾸고 앞으로의 역사를 바꿔야 한다.
자랑스러운 역사가 되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박 대통령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위험한 것은 그런 시도가 아니라 역사책을 바꾸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말하지 않는 한국사 -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한 우리 역사의 불편한 진실
최성락 지음,
페이퍼로드,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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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이라 믿는 하루가 또 찾아왔습니다. 하루하루를 행복으로 엮으며 짓는 삶을 그분과 함께 꿈꿉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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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위험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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