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아지가 아닙니다. 고양이입니다
김형조
서울로 가는 길은 무척 피곤했다. 시외버스 정류장에 가는 것만 해도 1시간 넘게 걸렸다.택시가 다니지 않아 카카오택시는 아무 쓸모가 없었다. 시내버스 정류장까지 몇 백 미터를 걸어가도 거기서 30~40분을 기다려야 한다. 언제 버스가 올지, 어디쯤 오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몇 분을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자 슬슬 짜증이 치밀었다. 한탄강을 벗어나 도로·자동차·건물 등 익숙한 풍경이 보이자 이내 조급해진 것이다. 버스가 언제 올지도 모르니 정류장을 떠나기도 어려웠다. 10여 분을 불안해하다 20분이 지나자 침착해졌다. 차분히 기다릴 수밖에 없단 걸 알았기 때문이다.
<꽃보다 청춘>에서 청춘 일행은 아이슬란드인이 요정을 믿는 게 이해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슬란드인이 보는 풍경을 그들도 같이 보면서 어렴풋이 공감한 것이다. 며칠뿐이지만 그들이 사는 환경을 체험하면서 동화된 것이다. 호젓한 풍경 속에 녹아들었고, 자연에 대한 경외를 공유했다.
나 역시 철원을 여행하면서 조금 더 여유로워졌고 잠시나마 충만했다. 평소보다 고개를 더 들고 멀리 바라보며 걸었다. 물론 이 또한 금세 잊힐 것이다. 다시 짜증을 내고 불안해할 것이다. 시야 역시 좁게 갇힐 것이다. 건물숲과 인파를 벗어나지 않는 한 우리는 조급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괜찮다. 문득 철원에서의 추억이 생각나 몇 시간만이라도 차분히 보낼 수 있게 된다면, 이번 여행은 그걸로 족하다.
한탄강을 걸을 수 있는 시기는 2~3주라 한다. 한파가 끝난 지 1주일 됐다. 강 위를 걸으며 한적함도 느끼고 싶다면, 따뜻해지기 전 철원에 가라. 일에 지치고 사람에 지쳐 고요함을 만끽하고 싶다면 평일에 가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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