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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츠렸던 한국 피겨, 평창 향한 기지개 다시 켜다

[2016 피겨 4대륙선수권] 170점대 돌파와 최고성적에 이어 세계선수권 톱 10 목표

16.02.22 10:09최종업데이트16.02.2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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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피겨가 4대륙선수권대회를 통해 움츠린 어깨를 펴고 다시 한 번 도약했다. 지난 17~20일까지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2016 국제빙상연맹(ISU) 피겨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박소연(단국대 입학예정), 최다빈(수리고), 김나현(과천고)은 모두 자신의 개인기록을 경신하며 170점대를 기록해 톱 10 안에 나란히 진입했다.

박소연, 시즌 초 부진 딛고 페이스 찾았다

박소연의 국내대회 경기 모습 ⓒ 박영진


이번 대회를 통해 무엇보다 반가웠던 것은 현재 피겨계를 이끌어 가고 있는 맏언니 박소연의 부활이었다. 박소연은 그동안 걸음은 느렸을지 몰라도 정확하고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한 걸음씩 성장해왔다. 그 결과 두 시즌 연속으로 그랑프리 두 대회에 자력으로 출전했다. 그러나 올 시즌 들면서 점프 성공률이 떨어졌고 자신감마저 결여된 모습이었다. 그랑프리 두 대회에서 9위, 8위에 그쳤고, 4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국내 랭킹전에선 최다빈에게 정상자리를 내줬다. 또한, 어린 선수들이 반란을 일으킨 종합선수권 대회에서도 박소연은 5위에 그치며 끝없는 슬럼프에 빠진 모습이었다.

그런데 2주 전 동계체전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프리스케이팅에서 깨끗한 연기를 펼친 것이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두 차례나 넘어졌기에 더욱 놀라웠다. 그리고 곧바로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박소연은 쇼트프로그램에서 무결점 연기를 보여줬다. 항상 쇼트프로그램에서 발목을 잡혔던 그녀는 이번 클린연기로 정체됐던 예술점수가 대폭 향상된 것은 물론, 프리스케이팅에서도 마지막 그룹에서 연기할 기회를 잡았다.

프리스케이팅에서 몇 차례 실수가 있었지만 이번에 보여준 박소연의 모습은 확실히 오랜 기간의 부진을 털어낸 모습이었다. 키스 앤드 크라이 존에서 환하게 웃은 그녀는 이번 결과로 단숨에 시즌 베스트를 끌어올린 것은 물론, 쇼트프로그램과 총점에서 자신의 개인기록을 새로 썼다. 또한, 그레이시 골드(미국), 케이틀린 오스먼트(캐나다) 등 북미권의 쟁쟁한 선수들을 앞서면서 잠재된 그녀의 실력을 입증받기도 했다. 쇼트프로그램에 대한 중요성과 자신감을 듬뿍 얻은 그녀는 오는 3월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2년 만의 상위 10위 진입에 또 한 번 도전한다.

최다빈-김나현, 대범했던 시니어 데뷔전

최다빈의 국내대회 경기 모습 ⓒ 박영진


박소연과 함께 출전한 최다빈과 김나현 역시 거의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대회에서 최다빈은 프리스케이팅과 총점에서 개인기록을 냈으며, 김나현은 쇼트프로그램까지 모든 분야에서 개인기록을 돌파했다.

기복 없는 연기를 꾸준히 보여주고 있는 최다빈은 이번 대회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스핀에서 최고 레벨을 받지 못한 것과 프리스케이팅에서 한차례의 점프 실수가 있었지만, 그녀는 충분히 자신이 만족하기에 충분한 결과를 냈다. 이번 시즌 초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2연속 동메달로 화려하게 주니어 시즌을 마무리한 뒤, 지난해 11월 탈린 트로피 대회를 통해 시니어 데뷔전을 가진 그녀는 당시 저조한 성적을 내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모두 만회하면서 서서히 시니어로서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최다빈은 3월 세계선수권에서 박소연과 함께 4대륙에 이어, 첫 세계선수권 도전에 나선다.

첫 시니어 데뷔전이었던 김나현도 한 치의 흔들림을 보이지 않으며 차분한 경기운영을 보여줬다. 그녀는 올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 출전한 바 있지만, 국내 종합선수권 대회에선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김나현은 자신의 종전 최고기록보다 무려 25점 가까이 경신하면서 단숨에 170점대를 돌파했다. 무엇보다 트리플루프-트리플루프 등 고난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실수가 없었던 것이 주효했다. 이미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선 상위 10위 안에 든 바 있는 그녀는 평창을 앞두고 또 다른 기대주로 평가받기에 충분했다.

다가오는 세계선수권, 어게인 톱10 진입이 목표

김나현의 국내대회 연기모습 ⓒ 박영진


이제 선수들의 목표는 시즌 마지막 대회인 3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대회다. 올림픽을 제외하고 가장 권위 있는 이 대회는 차기 시즌 그랑프리 티켓 배정은 물론, 올림픽을 앞두고는 올림픽 국가별 쿼터를 배정하기도 한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의 목표는 차기 시즌 그랑프리 티켓 확보다.

현재 국제피겨는 러시아와 일본, 미국이 3강 구도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 가운데 러시아와 일본이 조금 더 앞서 있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러시아 선수들이 거품점수를 받으면서 6년 전 김연아가 밴쿠버올림픽에서 세운 세계신기록에 근접한 기록을 냈을 정도로 러시아는 여자 피겨계의 큰 축이다.

이 가운데 한국 선수들은 지난 2014년에 이어 다시 한 번 톱10 진입을 노린다. 2년 전 이 대회에서 박소연이 프리스케이팅 클린연기를 펼쳐 9위로 자력으로 그랑프리 티켓 2장을 확보한 바 있다. 당시 결과는 김연아 이후로 최고 성적이었다. 3년째 이 대회에 나서게 되는 박소연은 '어게인 2014'에 도전한다.

물론 현재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러시아와 미국, 일본 선수만 해도 10명에 가깝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대회에서 만난 캐나다, 중국 등 중위권을 놓고 다툴 선수들과의 경쟁에서도 이겨야 한다. 무엇보다 박소연에겐 쇼트프로그램 클린연기가 필요하다. 쇼트의 결과에 따라 프리스케이팅 순서가 결정되고 또한 심판들에게 강한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서 박소연의 예술점수들이 상승된 결정적인 요인도 쇼트프로그램 클린 덕분이었다. 그만큼 쇼트프로그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남은 기간 박소연과 최다빈이 이번 대회에서 놓쳤던 부분과 자신들의 컨디션을 추스른 후에 한 달 후 세계선수권에서 제 실력을 보여준다면 180점대 돌파도 충분히 가능할 전망이다. 2년 전 소치를 끝으로 김연아(25)가 은퇴한 후, 한국 피겨는 자력으로 그랑프리 진출 등을 해냈음에도 이전과의 성적 차이로 인해 줄곧 침체기에 빠졌다고 비판받아왔다. 이번 대회로 세 명의 선수가 모두 170점대를 돌파하고 상위 10위에 오르며 저력을 보여준 것이, 시즌 마지막 세계선수권을 향한 기폭제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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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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