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두 번째 북한 방문기 <재미동포 아줌마, 또 북한에 가다>를 받아든 평양의 딸 설경이.
신은미
설경이에게 나의 두 번째 방북기 <재미동포 아줌마, 또 북한에 가다>를 건네줬다. 책을 받아들곤 여기저기 읽어보며 미소를 짓기도 한다. 아마도 자기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을 발견한 모양이다. 설경이가 책을 읽는 동안 의성이 아빠가 내게 인사를 한다.
"어머님, 이렇게 매번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아냐, 내가 보고 싶어서 온 걸 뭐. 그런데 의성 아빠는 의성이가 커서 뭐를 했으면 좋겠어?""의성이 말입니까? 음…, 고저 지가 취미 있어 하는 것 하면 뭐든 좋갔습니다. 긴데 지금 의성이 체격봐서는 역기(역도)선수가 됐으면 하는데…, 지금 조국에서는 역기선수들이 인기가 좋단 말입니다. 올림픽이나 세계대회에 나가서 금메달을, 그것도 세계신기록으로 따오고 하니 저도 의성이가 역기선수가 됐으면 좋겠다 말입니다, 하하. 긴데 집사람이 그만….""왜? 설경이가 반대해?""꼭 기런 건 아닌데 자기는 의성이가 과학자가 되는 게 좋겠답니다. 의성이가 전자기기 같은 것에 호기심이 많고 갖고 노는 걸 참 좋아합니다.""민족 화합 이야기하는데 반공이 무슨 상관이라고..."우리는 의성이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곳에서도 역시 아이들 교육이 단연 최고의 관심사다. 의성이 아빠가 이야기를 이어간다. 내게는 생각하기도 싫은 이야기지만, 이들에게는 가장 궁금하고 걱정이 되는 관심사일 게다.
"강연 도중 폭탄을 맞으셨다는데 다치신 데는 없습니까?""괜찮았어. 내가 서 있는 강단 앞으로 폭발물을 들고 나오는데 어느 청년이 막았어. 대신 그 청년이 화상을 입었지. 내게는 생명의 은인이야.""야~아, 저희도 당시 여기서 신문과 텔레비죤을 통해 소식 다 들었습니다만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폭탄을 던진 사람이 학생이라고 들었는데 어린 학생이 오케 그런 일을….""반공 정신이 강한 학생인 모양이야.""아니, 민족이 화합하고 평화롭게 살자는 오마니 말씀과 반공정신이 무슨 관계가 있다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뭐 전시도 아니고 오케 어린 학생이…. 여기선 그런 일은 상상도 못합니다." "….""이제 남조선에도 못가신다면서요?""응, 그렇게 됐어.""서울에 친정어머님, 시어머님 다 계시는데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오케 한단 말입니까?""…."가슴이 아파온다. 화제를 돌리기 위해 설경이에게 말을 걸었다.
"설경아, 예전에 너 결혼하면 집에서 애만 키우고 싶다고 했잖아. 그러니 지금 얼마나 좋니." "네, 행복합니다. 그런데 이젠 일 좀 해볼까 생각 중에 있습니다.""그렇구나. 하기야 의성이도 커가니까 천천히 생각해 보렴.""네, 오마니."설경이는 관광객 안내원을 그만두고 그동안은 집에서 아이만을 돌봐왔다. 그런데 이제는 의성이도 육아원에 잘 적응해 다니니 자기도 다시 일을 시작해야겠다고 한다. 자기 사업을 해보고 싶단다. 요즘은 북한에도 관광여행사가 여러 군데 생겼다며 자기도 오랫동안 외국인 관광객 안내원을 했던 경험을 살려 여행사를 차렸으면 좋겠단다. 야무지고 똑똑한 아이니 분명히 성공하리라 믿는다.
내가 생각하는 통일은 별 게 아니다

▲ 설경이네 집을 떠나며.
신은미

▲ 설경이 가족과 작별을 하며.
신은미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집을 나섰다. 2013년 8월 처음 설경이네 집을 방문하고 떠나던 날이 생각난다. 그때는 만남의 기쁨보단 헤어짐의 슬픔으로 가슴이 꽉 막혀버린 채 집을 나섰다. 설경이를 꼭 다시 찾아 오리라는 마음 속 다짐과 함께 분단된 조국을 안타까워 하면서….
그러나 오늘은 떠나는 순간에도 왠지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다. 내게 있어서 통일이란 별것 아니다. 언제든 보고싶은 사람 만나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통일된 조국에서 살아가는 마음 아닐까.

▲ 리용호 운전기사를 위한 저녁식사.
신은미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가지시라"며 설경이네 집으로 함께 들어가기를 끝내 거절한 리용호 운전기사가 오랜 시간 밖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고맙고 미안하다. 리용호 운전기사에게 오로지 그만을 위한 저녁 식사를 대접하겠다며 안내를 부탁했다. 그의 아내가 요리사인지라 역시 식당 선택도 훌륭하고 주문한 음식들도 깔끔하다. 옆에서 남편이 음식을 차례대로 맛보며 연신 "맛있네, 맛있어" 감탄한다.
그런데 나는 음식이 눈에도 입에도 안 들어 온다. 그저 눈앞에 의성이만 아른거린다. 헤어진 지 몇 시간도 채 안 됐는데 말이다. 모두들 함께 이 자리에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이내 나의 뱃속을 가득 채워 버렸다.
내일도 행복한 일정의 연속이다. 둘째 딸 설향이네 집에 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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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음대 졸업.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 음악박사. 전직 성악교수 이며 크리스찬 입니다. 국적은 미국이며 현재 켈리포니아에 살고 있습니다. 2011년 10월 첫 북한여행 이후 모두 9차례에 걸쳐 약 120여 일간 북한 전역을 여행하며 느끼고 경험한 것들 그리고 북한여행 중 찍은 수만 장의 사진들을 오마이뉴스와 나눕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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