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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아시아계 비하 논란에 공식 사과

할리우드 아시아계 영화인, 주최 측에 항의 서한 보내

16.03.17 10:30최종업데이트16.03.1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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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시상식 주최 측의 아시아계 비하 논란 사과를 보도하는 워싱턴포스트 갈무리. ⓒ 워싱턴포스트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 주최 측이 아시아계 비하 논란에 공식 사과했다.

워싱턴포스트,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각) 할리우드의 아시아계 영화인 25명은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최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의 셰릴 분 아이작스 회장 앞으로 항의 서한을 보냈다.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 중국계 이안 감독, 일본계 배우 조지 타케이 등이 이름을 올린 서한은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고정관념에 대해 놀라움과 실망을 전하려고 한다"라며 "어떻게 그런 천박하고 모욕적인 콩트가 벌어졌는지, 또한 앞으로 재발을 막기 위한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알고 싶다"라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사회를 맡은 흑인 배우 크리스 록은 시상을 돕기 위해 정장 차림에 서류 가방을 들고 무대에 오른 3명의 아시아계 어린이를 향해 "미래의 훌륭한 회계사가 될 분들을 소개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 농담이 불쾌했다면 트위터에 올려라, 물론 스마트폰도 이 아이들이 만들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아시아계가 수학에 뛰어나고 부지런한 노동자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인종차별적 농담이라는 지적과 함께 일부 아시아 국가의 아동 노동 착취 실태까지 조롱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특유의 미국식 유머라며 록을 옹호했지만, 올해 20명의 주·조연상 후보 명단을 백인 배우가 독식하자 흑인 배우를 차별한다고 비판한 록이 되려 동양인을 비하하면서 파장은 급속도로 커졌다. 가뜩이나 흑인 영화계의 반발에 시달린 주최 측으로서는 악재가 겹쳤고, 언론과 소셜미디에서는 비난이 쏟아졌다.

당시 아시아계 미국인 인권단체 미 마우아 대표는 성명을 통해 "아시아계 어린이를 향한 록의 발언은 아시아인과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치명적인 고정관념을 드러냈다"라며 "미국의 인종이 흑인과 백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구체적 방안 없어"... 형식적 사과 지적

▲ 2016 아카데미 수상식 지난 2월 24일, 미국 캘리포니아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캘리포니아 할리우드 돌비 극장의 오스카 동상 뒤로 크리스 록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EPA


주최 측은 성명을 통해 "아시아계 영화인의 우려는 정당하고, 매우 유감스럽다"라며 "앞으로 더욱 문화적으로 세심한(culturally sensitive) 시상식이 만들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사과했다. 아이작스 회장은 "회의를 열어 이번 논란을 다루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유색 인종을 포함한 3명의 새 임원을 발표하며 다양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날 AMPAS 이사회는 <쿵푸팬더>를 연출한 한국계 미국인 감독 제니퍼 여 넬슨, 그레고리 나바 작가, 레지널드 허들린 감독을 3년 임기의 신임 임원으로 가입시켰다. 이 밖에도 2020년까지 아카데미 회원의 여성과 유색인종 비율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부 아시아계 영화인은 여전히 주최 측의 사과가 형식적이며, 구체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워싱턴 포스트>는 "사과가 늦었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았다"라며 "더욱 포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평가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크리스 록 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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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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