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포스터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2016년 상반기 화제작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잭 스나이더 감독 연출)이 개봉과 동시에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24일 자정부터 잠을 설치며 본 관객들의 반응은 상당히 엇갈리는, 호불호의 모양새다. 각종 영화 관련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아쉽게도 불호의 의견이 많은 분위기.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등을 앞세운 마블 코믹스 원작 영화의 인기로 인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DC코믹스는 잘 알려진 대로 2013년 <맨 오브 스틸>을 시작으로 자사 보유 슈퍼 히어로들을 주인공으로 한 일련의 영화들로 맞불을 놓기로 했다. 특히 마블의 올스타팀 <어벤져스>에 맞서기 위해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등으로 구성된 <저스티스 리그>를 영화화, DC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번 신작 <배트맨 대 슈퍼맨> 아니던가.
누구나 그 존재를 잘 알고 있는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이라는 슈퍼 영웅들의 총집합으로 인해 관객들의 기대치는 한껏 높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결과물은 너무도 달랐다.
모든 대결에 꼭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다음 편인 <저스티스 리그>의 전초전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전작 <맨 오브 스틸>에서 슈퍼맨과 크립톤 행성의 악당 조드 장군의 대혈투가 그려진 메트로폴리스 전투는 수많은 시민의 생명을 앗아간 비극이 되고 말았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이 사건 이후 슈퍼맨, 배트맨이라는 양대 영웅이 바라보는 '정의'의 각기 다른 모습과 갈등, 이를 악용한 새로운 악당 렉스 루터의 음모, 그리고 새로운 영웅들의 등장을 그려내기 위해 부던한 노력을 기울였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욕심 때문일까? 향후 개봉할 <저스티스 리그>의 전초전의 의미를 너무 강조하려다보니 마치 마트에 들러 이것저것 다 담으려다가 정작 중요한 물건은 놓고 내린 모양새다.
극 전반부의 이야기 전개는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 마냥 (마치 최근의 IS 무차별 테러를 연상케 하는) 정치적인 상황을 건드리면서 진행되지만 단편적인 에피소드로만 활용하는 데 그쳤다. 차라리 이러한 흐름을 후반부까지 이어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드는 대목 중 하나다.
각 장면 하나하나 떼어내서 본다면 나름 흥미로운 구석이 많은데, 막상 이를 한데 모으면 정돈이 안되는 치명적 약점을 드러낸다. "모든 대결에는 이유가 있다"라는 영화 포스터 홍보 문구를 배반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영화는 슈퍼맨, 배트맨이라는 양대 영웅이 바라보는 '정의'의 각기 다른 모습과 갈등을 그린다.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전작 <맨 오브 스틸>의 액션 장면이 대부분 낮에 이뤄진 반면 <배트맨 대 슈퍼맨>은 반대로 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영화에서 누구의 비중이 더 큰지 대충 짐작 갈 것이다.
특히 배트맨이 용병 테러리스트들과 펼치는 각종 일당백 격투, 배트카 질주 등의 장면은 보는 이의 눈을 끌어당길 만하다. 이전 <배트맨> 영화들과 달리, 40대 중반 이후의 다소 나이 든 배트맨을 연기하기 위해 새치 분장을 하고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체격을 키운 벤 애플렉은 코믹스 속의 배트맨을 상당 부분 잘 살려냈다.
덕분에 마치 배트맨 신작의 분위기가 영화 속 곳곳을 지배한다. 여전히 <다크 나이트> 크리스찬 베일 버전의 배트맨이 관객들의 기억 속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 부분 만큼은 성공적인 출발을 보인 셈이다.
애초 우려했던 캐릭터 중 하나였던 원더우먼(갤 가돗 분)은 나름 흥미로웠다. 물론 중장년층들에겐 1970년대 국내외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린다 카터 주연의 TV 시리즈를 떠올리겠지만, 요즘의 20~30대 관객들에겐 그저 먼 나라 이야기다. 따라서 미스터리 가득한 원더우먼의 등장은 마블의 블랙위도우에 맞설 새로운 여성 히어로 캐릭터로 주목해도 좋을 것이다.
▲ <배트맨 대 슈퍼맨>은 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누구의 비중이 더 큰지 짐작할 수 있다.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시 아이젠버그가 연기한 렉스 루터는 이전 그가 연기했던 <소셜 네트워크>의 실존 인물 마크 주커버그의 악인 버전(?)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직까지 '슈퍼 악당=조커'라는 공식 아닌 공식이 통용되는 상황에서 후발주자 악당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게 배우로선 쉬운 일이 아닐 터. 그런 점을 감안하면 몇몇 아쉬운 점도 있지만 선전했다.
이런 캐릭터들의 고군분투는 <배트맨 대 슈퍼맨>이 지난 약점을 보완하는, 나름 볼 만한 구석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반면 핵심인물인 슈퍼맨(헨리 카빌 분) 캐릭터는 보는 이들에게 아쉬움, 원망의 소리를 들어도 이상할 것 없어 보인다. 핵심 양념 다 빠진 찌개처럼 관객들의 입맛을 씁쓸하게 만들었는데, 이 부분의 문제점을 과연 향후 <저스티스 리그>에선 어떻게 해결할 건지 궁금해진다.
[간단 총평]
- 잭 감독님, <저스티스 리그>도 이렇게 만들면 곤란합니다.
- 벤 애플렉의 <배트맨> 단독 영화, 빨리 만들어다오.
- 아! 슈퍼맨
[후하게 드리는 평점]
★★☆ (5개 만점)
[추천]
- "남들이 뭐라 해도 슈퍼맨, 배트맨은 나만의 영웅!"이라는 관객
- 특히 벤 애플렉이 연기하는 새로운 배트맨이 궁금한 분
[비추]
- 통통 튀는 마블 스타일에 익숙한 분
- 어느 정도 완벽한 이야기를 선호하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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